블로그 이사합니다!! 살고

안녕하세요? 주인장 이요입니다.
오늘부터 블로그를 네이버로 옮깁니다.
왜 이사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네이버 블로그에 적어두겠습니다.

주소는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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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스, 그간 고마웠고, 안녕! 

음식 위주의 춘천 여행기 살고

2월 주말에 춘천에 다녀왔다. 20대 때는 자주 갔던 여행지인데 언제부터 춘천을 멀리하게 되었나 곱씹어봤더니, 해외여행을 시작하고부터였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코로나가 국내여행을 다시 돌려주었다는 생각도 든다.
집에서 춘천 가는 방법을 검색했더니 ITX와 경춘선 등 여러 방법이 있었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관계로 강변터미널에 가서 시외버스를 탔다. 시외버스는 1시간 10분 정도면 춘천에 닿는다. 요즘은 종이 티켓이 아니라 시내버스처럼 핸드폰을 갖다대면 자리가 확인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대체 얼마나 시외버스를 안탄 건지. 버스 안에서 히터가 나오는데, 너무 쎄서 발목에 화상 입을뻔 했다. 참다참다 결국 히터 꺼달라고 했는데, 히터 끄고 5분도 안되서 춘천터미널에 도착했다. 좀 일찍 꺼달라고 할 걸...
명동우미닭갈비 
영업 끝난 풍물시장을 통과해 닭갈비를 먹으러 갔다. 춘천은 닭갈비지~
시내 닭갈비 골목이 아니고 아파트촌 앞에 있는 곳. 
닭갈비를 섞고 요리해주시는 종업원이 되게 씩씩했는데, 
이 누룽지 만드는 거 보니까 힘이 좋지 않고서는 일할 수 없을 듯.
밥을 눌러서 누룽지를 만들고, 그걸 쇠주걱으로 긁어서 도르르 말아주는 것이 이 집 특징이다. 
이렇게 돌돌 말아서 개인접시에 담아주신다. 
부른 배를 안고 밤산책에 나섰다. 조명이 눈부신 공지천변을 걸었다.
올록볼록한 구름다리가 특이해서 찍어봤다. 
예전에 알쓸신잡에서 본 에티오피아 참전 기념관도 봤다. 물론 영업 끝나서 밖에서 사진만 찍었다. 
택시타고 산꼭대기에 있는 세종호텔에 와서 짐을 풀고 자고 일어나니, 아침에 침대에서 이런뷰가 보였다. 
다시 택시를 타고 춘천MBC로 가서 그다방에서 커피와 치즈케잌을 먹었다.
남친이 줌으로 독서모임을 하는 동안, 나는 그림을 그렸다.  
독서모임이 끝나고 근처 상상마당에서 운영하는 세인트 콕스라는 식당에 갔다.
상상마당에서도 숙소를 운영하는데, 그 호텔의 라운지 개념의 식당인 듯.
넓고, 쾌적하고, 분위기 좋았다. 
스프와 식전빵. 스프가 양이 많아서 이것만 먹고도 이미 배가 찬 느낌. 
샐러드
남친이 먹은 스테이크. 한 조각 얻어먹었는데 맛있었다. 난 바짝 구운 게 좋으니까.ㅎㅎ
나는 해산물 토마토 스파게티를 먹었는데, 맛은 그냥 그렇고 양이 엄청 많았다.
여긴 어디에 쿠폰을 뿌리는지 쿠폰으로 먹으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커피 대신 다른 음료가 공통으로 나오는 걸 보고 알게 되었다.
밥 먹고, 상상마당을 천천히 둘러봤다. 
좀 걷다가 커피 마시러 가자며 상상마당을 떠나 소양강변 아래쪽으로 걸었는데, 바람이 어마어마하게 불었다.
우리가 가려고 했던 커피숍은 절벽을 돌아가야 있는데, 그 절벽이 코로나로 출입금지되어 있었다.
결국 바람에 눈물콧물 흘리며 다시 상상마당으로 돌아갔다. 
퇴락한 보트 타는 곳. 뭔가 스산한 경치가 좋음. 바람만 좀 덜 불었어도...
MBC 아래쪽으로 소양강변을 걸을 수 있는 나무데크가 끝없이 깔려 있었다. 
이 아래쪽으로 오니 바람이 한결 잦아들었고, 소양강변을 원없이 보며 걸을 수 있었다.
강변을 보며 한없이 걷다보니 나무데크길이 끝나고, 가로수길이 나왔다. 
가로수길은 특이하게 세 종류의 나무가 심어져 있고, 그 사이에 길이 2개 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오른편 길에는 띄엄띄엄 벤치가 놓여 있고, 중간 길에는 보도블럭이, 왼쪽 길에선 공원과 운동장 등이 보인다.
지금은 나뭇잎이 없어 무슨 나무인지 잘 모르겠지만 잎과 꽃이 피는 계절에 오면 아름다울 듯.
꼭 다시 한번 와보고 싶다.
이 가로수길의 끝에 이외수의 그림으로 만든 동상이 서 있었다. 
알고보니 '황금비늘 테마거리'였다. 어쩐지 군데군데 이외수 글씨체가 보이더라니.
다리를 건너서 이디오피아집에 들어갔다.
에티오피아 참전 기념관 옆쪽에 강을 바라보고 있는 커피숍이다. 
1980~1990년대 분위기가 물씬하다.
에티오피아 커피를 파는 곳에 가서 커피 대신 유자차와 주스라니...ㅋㅋㅋ
하지만 오후가 늦었기 때문에 이 시간에 커피 마시면 잠 못잔다. 어쩔 수 없다. 쩝.
원기 충전 후, 시내 구경.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는 명동 거리에 가서
<겨울연가>의 유진이와 준상이 동상도 보고.
명동닭갈비 골목에 이런 황금동판이 붙어 있을 줄이야. 여기도 유진이와 준상이는 빠지지 않네.
코로나의 여파로 명동닭갈비 골목에도 영업하지 않는 가게들이 너무나 많았고, 을씨년스러웠다.
이 놈의 코로나....영업하는 가게들에서 아줌마들이 나와 잡아끌었지만 일단 무사통과.  
저녁으로 의정부 부대찌개를 먹었다.
맛은 쏘쏘했지만, 서빙해주시는 아주머니가 각별히 친절해서 기억에 남는다.
손님들을 띄엄띄엄 앉게 하면서 예전에 확진자가 다녀갔는데, 
나란히 앉지 않으면 괜찮더라며 신경 써주셨다.
숙소에서 자고 마지낙 날 아침이 밝았다. 풍경보며 멍때리며 맥심 커피 한잔 마셨다. 
침을 챙겨 나오니, 동네에 단군상 세워진 집도 보이고 
쭉 걸어서 남친이 그렇게 자랑하던 다락이라는 숯불닭갈비집에 도착했다.
11시반쯤 되었는데 우리가 첫 손님이었다.
나도 남이섬에서 먹어본 적 있는 숯불닭갈비. 오랜만에 다시 먹어봤다.
둘이서 3인분 먹고 밥도 먹고, 배두들기며 나왔다. 
닭갈비집 근처에 힙한 커피숍이 있대서 가봤다. 레인코브라는 곳. 
카푸치노 시켰는데, 이렇게 해마와 유니콘을 그려서 내주셨다. 대박!!
춘천에서 만드는 독립잡지도 있어서 읽어봤다. 
그리고 돌아갈 때는 길 막힐까봐 ITX를 끊었다. 모바일로 네이버 예약을 했는데, 코레일앱을 안깔아서 그런지 
기차표를 확인할 수가 없었다. 식겁해서 결국에는 전화로 취소하고 수수료 물고, 춘천역에서 기계로 종이티켓을 발권했다.
모바일 예약 따위 못하는 나는 늙은 새럼...OTL 발권 땜에 괜히 남친한테 짜증내고 왔다갔다 정신 없었다.
모바일로 예약할 때는 자전거칸을 예약했다가, 종이티켓 발권할 때 2층 열차로 발권했는데, 그러길 잘했다.
2층 열차 창으로 이런 풍경이 보인다. 2박3일 춘천 여행 잘 다녀왔다. 

(2022. 2. 18~20 춘천)

세계문학전집을 읽고 있습니다 읽고

세계문학전집을 읽고 있습니다
김정선 | 포도밭

예전에 드라마 작가 김수현 선생님이 잡지사에서 세계문학전집 써머리하는 일을 했었다는 인터뷰를 봤다. 자신의 문학적 토대는 그때 다져졌다고. 그 기사를 읽기 전부터도 나는 책을 요약한 리스트(주로 어린이전집이나 참고서에 나와있다)를 좋아하고 즐겨 읽었는데, 그 기사를 읽고서는 더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이라는 책까지 나온 마당에 하는 이야기지만, 그런 요약본을 보고 나면 안 읽은 책도 읽은 척 할 수 있다. ㅎㅎ 물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김동화의 만화책에서 보는 것과 200p도 안되는 청소년용 도서로 보는 것과 원작을 읽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는 나도 경험해봐서 아는데, 세계문학전집에 나오는 고전들이 두껍고, 오래됐고, 읽기 힘들다보니 자꾸만 요약본을 찾게 된다.
이 책은 교정교열자로 일하다 최근 건강 문제로 일을 그만두고 대전에 내려가서 연필이(연필선인장)와 함께 사는 김정선 작가가 100권의 세계문학전집을 읽고 그 각각에 대해 줄거리와 감상을 적어놓은 책이다. 100권 중 내가 읽은 책은 스무권이 될까말까 한데, 그마저도 10대 때 읽고 다시는 안펴본 책도 있어서 줄거리를 읽다 보면 과연 내가 읽은 책이 이 책이 맞나 싶은 의심까지 든다. 
감상에서 특이했던 점은 서술자와 시간에 대한 시선이다. 저자는 매 소설마다 서술자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는데, 나는 소설 읽을 때 그런 생각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특이한 독법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소설의 구조를 따지다 보니 작가들이 시간을 운용하는 방법에 대한 비판도 자주 나온다. 이 역시 내가 평소 소설 읽으면서 신경 써서 보지 않은 부분이라 신기했다.
이 책에 의하면 셰익스피어 작품의 주인공들은 소설 주인공 중 최초로 '나'를 의식하는 인물들이라고 한다. 즉 고대소설의 주인공들은 영웅적인 면모를 가지고 소설이 부여한 운명을 헤쳐나가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면, 셰익스피어의 인물들은 그런 운명을 부여받고도 순간순간 자신을 회의하며, 내가 이걸 왜 해야 하나를 고민한다고. 그래서 근대적인 인물의 탄생은 셰익스피어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아...그렇구나. 처음 알았다.
사실 고전소설들이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낡고 지루해서 줄거리를 읽어도 그닥 끌리는 작품이 없는데, 그 중 <아Q정전>과 <카탈로니아 찬가>는 읽어보고 싶어졌다. <아Q정전>이 장편이 아니라 엽편이라는 걸 처음 알았고, 나는 조지 오웰의 <1984>도 너무나 좋았는데 <카탈루니아 찬가>에 비하면 별것 아니라니 읽어보고 싶어졌다. <말테의 수기>는 밑줄그은 문장들이 너무나 아름답기는 한데, 밀도가 높아 내가 잘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닌 것 같다. 

밑줄긋기
24 _ 그래서 카뮈의 소설을 읽을 때는 서술자가 느닷없이 목소리를 바꾸거나 엉뚱한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유지된다. 단지 흥미를 돋우기 위해 인물을 극단적인 상황으로 무리하게 밀어붙이지 않을 거라는 믿음도 생기고. 그저 편안하게 듣고 있으면 되는데, 그 이야기가 대부분 편안하게 들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라는 게 역설적이다.
65 _ 가면을 쓰는 것에 부정적인 사람들은 가면 뒤에 참다운 나가 있다고 믿는 듯하다. 과연 그럴까? 외려 가면이야말로 가면 뒤에 숨어서 온갖 사회적 시선을 피하고 있는 바로 그 '참다운 나'를 대신해 그 모든 걸 다 받아내는 존재 아닐까. 그리고 그 경험치는 고스란히 가면 뒤의 '나'를 사회화하는 데 쓰이고.
101 _ 자신의 마음 상태를 궁금해하고 물어주는 것, 테레즈가 남편뿐만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바랐던 유일한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도 잘 알지 못하는 그 마음 상태에 대해 물어 뭐하겠는가, 제대로 답하지도 못할 거면서. 아니다. 중요한 건 답해 주는 것이 아니라 물어주는 것이다.
132 _ 간병이 길어지게 되면 간병하는 사람의 고생은 점점 부각되고 간병을 받는 사람의 고달픔은 잊히게 된다.
147 _ 평화로운 시간이라고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것이 내 삶의 하루하루인지 아니면 내 삶에서 밀려나 보내는 하루하루인지 알 수 없었다.
195 _ 선과 악을 분리해서 스스로의 삶을 망치지 않고도 악행을 저지르는 쾌감을 맛보고 싶어 하는 욕망. 아니, 어쩌면 선은 순수한 선으로만 남고 악은 순수한 악으로만 남기를 바라는 마음속에 악이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213 _ [워더링 하이츠]에선 공포의 근원인 히스클리프가 소설의 공간을 휘젓고 다니는 반면, [제인 에어]에선 다락방에 갇힌 채로 더 무시무시한 공포를 뿜어낸다는 점이다.
226 _ 때로는 작가가 쓴 것보다 쓰지 않은 것에서 실마리를 풀어가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258 _ 이른바 객관적인 시각 운운하는 건 분노하는 척하는 정치적인 술수에 불과하다. 제대로 분노한 자에게 객관적인 시각 같은 건 있을 수 없으니까. 당파성은 이런 분노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믿는다. 좌파는 분열로 망한다지만 이 말은 어쩌면 좌파에겐 우파와 달리 대의라는 거울이 있다는 방증인지도 모른다. 대의없이 구호와 동원만 난무하는 우파와 달리 좌파에겐 행위 하나 전력 하나를 비쳐볼 대의라는 거울이 있는 셈이다. 말 그대로 거울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이뤄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외려 텅 비어 있어서 우리 자신을 비쳐볼 수 있는 거울. 매번 다른 의견과 논쟁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니 엄밀히 말하면 좌파는 분열 책동으로 망하는 게 아니라 다른 의견을 분열로 몰아 권력으로 제압하는 순간 망하는 것이리라.
260 _ 부디 몸이 자려고 누울 때 생각도 같이 누웠으면 좋겠다.
285 _ 흔히 소설을 '대중소설'과 '본격소설'로 구분하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위선적이기 그지없는 구분이기도 하고. 소설은 영화와 마찬가지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발명된 데다 지금까지도 여전히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생산되고 있으니까. 
297 _ 이런저런 '-이즘'들은 작품을 읽는 데 도움은커녕 방해만 된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작품과 나 사이에 뭔가 다른 것들이 끼어들기 시작하면 작품을 보는 시각은 왜곡되기 마련이니까.
320 _ 차별당하고 핍박받는 사람들이 입는 가장 큰 피해는 무조건 집단으로 묶이며 그 정체성을 강요당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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