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요의 숨어있기 좋은 방

tripp.egloos.com

포토로그



열정적 위로, 우아한 탐닉 읽고

열정적 위로, 우아한 탐닉
조승원 | 다람

이 책의 부제는 '팝 스타들의 음악과 인생 그리고 그들이 사랑한 술 이야기'다. 짧게 줄여 '예술가의 술 사용법'이라고도 적혀 있다.
MBC에서 쫓겨난 해직기자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공감이 있는 사람이라 아직 MBC에 남아있는 기자들에 대해서는 가시눈을 뜨고 있다. 이 책의 지은이도 아직 MBC에 재직하고 있고, 그래서 나는 매우 삐딱하게 이 책을 시작했다.
그런데 첫 페이지에서 신해철과 만나 술 이야기를 한 어느 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거기서부터 무장해제 되기 시작했고, 맨 마지막에 해직한 선배 기자들의 이름을 줄줄이 나열하며 그 사람들이 돌아오는 날 소맥을 맛있게 말겠다는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남아있는 자들도 괴로운 것이다.
이 책은 전세계의 유명한 뮤지션들 중 술꾼들을 추려내어 그들이 어떤 술을 얼마나 좋아했고, 술 마신 후 어떤 기행을 저질렀는지 쓴 책이다. 자료 조사를 많이 하고, 음악과 술을 엮어놔서 보다가 재미없으면 때려치려 했는데 결국 끝까지 재밌게 봐버렸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 미카가 일본 여가수가 아니라 잘 생긴 남자 가수였다는 사실! (진정 몰랐다!!!) 에이미 와인하우스와 재니스 조플린은 둘 다 27살에 요절했다는 사실. (요절했다는 건 알았지만 27살이라니...너무 어린 나이잖아...ㅠ.ㅠ) 정말 많은 가수들이 자기 브랜드의 술을 만들거나 와인을 생산하거나 한다는 사실 등등.
술 마시고 저지른 여러 엽기적인 이야기들도 인상적이지만 각각의 술에 대해 역사와 에피소드가 빼곡해 정보로서의 가치도 있는 책이다. 덥지만 않았으면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가수들의 실황과 음악들을 하나하나 들어봤을텐데, 날이 더워 그렇게 부지런히 읽지 못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음악만 들어도 본전 건지지 않을까 싶다.  


밑줄긋기
47 _ 술 마시는 행위에는 적어도 세 개 이상의 감각이 동원된다. 술의 빛깔을 보고, 향을 맡은 뒤, 혀의 상피세포를 통해 전해지는 맛을 느낀다. 물론 이게 전부가 아니다. 술잔을 쥐었을 때 전달되는 온도를 느끼기도 하고, 술을 잔에 따를 때 들리는 소리도 있다. 사실상 오감이 총동원되는 셈이다.
109 _ 사실 조 월시가 얼마나 대단한 기타리스트인지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호텔 캘리포니아> 후반부 혹은 <라이프 인 더 패스트 레인> 전주 부분만 들으면 된다. 하지만 이 분이 얼마나 대단한 술꾼인지 설명하려면 책 한권으로도 모자란다.
113 _ 당시 이글스 멤버들은 데킬라를 'Instsnt Courage 즉각적인 용기'라고 물렀다고 한다. 술집에서 맘에 드는 여성이 나타났을 때 데킬라 한 잔만 걸치면 용기가 생겨 작업을 걸 수 있었기 때문이다.
213 _ 재료에 상관없이 발효와 연속 증류를 통해 순수 알코올에 가깝게 뽑아낸 뒤, 활성탄으로 여러 번 여과해 불순물을 제거하면 보드카가 완성된다. 발효와 증류를 할 수 있는 어떤 재료로도 만들 수 있다는 건, 술 전체의 향과 맛을 지배하는 특징적 요소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진'으로 치면 주니퍼베리(두송자), '데킬라'로 치면 아가베(용설란) 같은 핵심적 재료가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여과 이후 숙성도 하지 않기 때문에 위스키처럼 오크통 향과 색이 배어나지도 않는다. 이런 단순한 제조법 때문에 보드카는 다소 무미건조할 수밖에 없지만, 그래서 많이 마실 때(!) 가장 적합한 술이기도 하다. 맨밥이 주식이 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무미'하기 때문이듯, 많이 마시려면 조금은 '맛이 없는' 보드카가 제격이다. (위스키, 브랜디 구분도 못하는데, 보드카는 앱솔루트 때문에 어떤 맛인지 안다. 아는 술이 나왔길래 흥미가 생겨 베껴적어봤다.ㅎㅎ)


자기 개발의 정석 읽고

자기 개발의 정석 
임성순 | 민음시

이 책, 한 마디로 골때린다. 소설가라면 자고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 정도는 써줘야 하는 거 아닌가....ㅋㅋㅋ 안타까워 웃고 싶지 않은데 자꾸 낄낄대게 만드는 소설이다. 
아마도 작가가 전립선염 진단을 받고 의사로부터 치료를 받은 충격이 소설로 화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치료받는 장면의 절절한 묘사는 이 세계를 전혀 모르는 여자 입장에서 놀랍고도 민망했고, 어찌나 세밀하고 충격적인지 나중에는 주인공에게 저절로 마음이 얹힌다.^^;; 나 2년 전에 전립선암 기사 썼던 사람인데, 전립선의 치료과정이 그런 줄은 꿈에도 몰랐다. 

딸과 아내를 유학 보내고 혼자 살고 있는 이부장은 영업맨으로 회사에 충성을 다한다. 이번 분기에도 실적이 좋아 부서원들과 회식도 했다. 그런데 거기서 접대받은 여자 때문인지뭔지 소변을 볼 때마다 이물감이 느껴져 병원에 갔다가 전립선염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의사에게 치료를 받으며 굴욕감을 느낀 그는 병원에서 구입한 아네로스라는 기구로 자가 치료를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날 아네로스 덕분에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검색해보니 그게 드라이 오르가슴이라는데...이부장은 이걸 아는 사람들의 온라인 카페에 가입했다가 결국에는 오프모임까지 진출하는데...

전립선 치료에서 시작해 건강보조기구 시장, 다단계 판매, 혐오 범죄, 동성애 혐오, 기러기 아빠까지 사회 전반을 두루두루 꿰는 솜씨가 신통방통하다.


7월의 폰털이 일기 살고

신촌연세병원 7층에서 내려다본 거리.
남자친구가 비오는 날 우리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돌아가다가 계단에서 미끄러져 다쳤다. 잘 가라고 인사하고 문을 닫고 설거지 하려고 고무장갑을 끼는데, 갑자기 밖에서 뭐가 쿵쿵하더니 "억"하는 소리가 났다. 뭔가 싶어 내다보니 남친이 허리를 부여잡고 신음하고 있었다. 꼼짝할 수 없어 119에 전화를 걸어 응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갔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이상이 없다고는 하는데 움직이지를 못해 결국 입원했다. 다음 날 MRI를 찍고, 결국 수술을 했다. MRI 58만원, 수술비 200만원. 그러나...나중에 추정컨대 그 수술은 넘어져서 다친 것과 아무 관계 없는 수술(원래 허리가 나쁜 남친의 고질병 수술)이었고, 남친은 "그 돈이면 브라질을 한번 더 갔다올 수 있는데...ㅠ.ㅠ" 했다.
근 일주일 동안 입원실 보조침대에서 자거나 병원밥을 함께 먹고 간호하느라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다. 주변에 환자들이 많아 병원생활은 이골이 나 있지만 요 근래는 처음이다. 게다가 구급차는 처음 타봤다. 날이 계속 더워서 병원 안에 있으면 시원하고 쾌적하긴 했다. 2주간 회사도 못가고 자리보전 하던 남친은 이번주에 회사 출근했고, 여전히 엉덩이는 아프지만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건강이 최고다.
남친이 계단에서 미끄러진 이유는 누군가 우산을 층계참에 펴놓고 말렸기 때문이다. 우산에서 빗물이 떨어져나와 계단을 적셨고, 바닥이 미끄러운 샌들을 신었던 남친이 그 빗물에 미끄러진 것. 이번주에 비온 날, 또다시 똑같은 우산이 펴져 있길래 열받아서 써 붙인 글이다. 마음 같아서는 수술비 200만원에 대한 소송을 할 거라고 쓰고 싶었지만 참았다.
다행히 이거 쓰고 나갔다 오니 우산이 치워져 있었다. 몇 호의 우산인지 모르겠지만 다시 걸리기만 해봐!! 
누구나 넓은 공간에서 우산 말리고 싶지, 좁아터진 자기 현관이나 베란다에서 말리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얌체 같은 짓 하려면 책임도 져야지.
부천에 생겼다는 언니의 작업실에 놀러갔더니, 반전의 연속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허름한 단층건물.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면 복도랑 각 사무실 문, 잠금장치 등은 최첨단.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황량하고 썰렁한 내부. ㅋㅋㅋ 매우 큰 사무실의 한쪽 구석에 파티션이 쳐진 자리가 언니 자리라며 보여주는데, 아무 것도 없고 머그컵 하나만 달랑 올려져 있었다. 이게 뭐냐고 배꼽 빠지게 웃었더니 "여기에 어떤 식으로도 얽히지 않겠다는 마음과 그럼에도 내 자리라는 마음을 표현하는 컵"이라고 했다. ㅋㅋㅋ 그래도 에어컨 빵빵한 작업실 있는 게 어디야.
몇가지 화장품을 질렀다. 온라인으로 홈플러스 장보러 들어갔더니 아리따움 50% 할인을 하고 있었다. 마침 에센스가 똑떨어져 1만원대의 한율 어린쑥 플루이드를 사고, 50%하면 4500원인 마몽드 크리미틴트 컬러밤도 하나 질렀다. 어린쑥 플루이드는 진짜 쑥냄새 비슷한 풀향기가 나서 마음에 든다. 마몽드 컬러밤은 립라이너 대용으로 산 건데, 기대보다 훨씬 마음에 든다. 전체 채워서 바르면 매트한 립스틱 느낌. 부드럽게 발리면서도 마무리감이 매트해서 가을에 딱 좋을 것 같다. 벨벳레드로 샀는데, 색깔도 말린 장밋빛이라 마음에 든다. 하나 더 살까 해서 이번주에 홈플러스 갔는데 그새 세일이 끝나버렸네. 하긴 마음에 드는 색도 없더라. 친구에게 선물받은 허니 멜팅틴트도 좋았는데, 아리따움쪽 립제품이 저렴하면서도 잘 나오는 것 같다.
올리브영 가서 남친 찬스로 이브로쉐 향수랑 민트색 네일도 하나 질렀다. 여러 개 사놓은 여름용 향수가 다 20%씩 모자라는 향기라 뭔가 딱 여름향수 없을까 하던 차, 올리브영에서 테스트해보고 마음에 들어 샀다. 정식 명칭은 이브로쉐 에너자이징 오드뚜왈렛 만다린, 레몬, 시더. 요거 외에 라벤더를 비롯 2종류 더 있었는데, 이게 잔향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한번 누르면 분사되는 면적이 넓어 매번 놀라지만 마음에 드는 향수다.
막걸리, 맥주로 낮술을 마셔 알딸딸한 토요일, 3차로 후배 집에 갔다. 숨이 안쉬어질 정도로 배가 불렀는데, 중복이라고 결국 치킨을 시켜 먹었다. 더불어 후배가 제일 좋아하는 화이트 와인도 땄다. 원래는 비밀의 숲만 보고 가려고 했는데, 영검사가 죽는 바람에 넘나 충격을 받았지, 비는 좍좍 내려주시지, 취해서 알딸딸하지...결국 거기서 잤다. 요즘 아이들답게 하얀색 및 이케아풍 가구들로 꾸며진 예쁜 원룸 여기저기를 구경하다 저 강아지는 뭐냐고 했더니 짱구는 못말려에 나오는 강아지란다. 
침대에서 자며 내가 밤새도록 에어컨을 틀었다 껐다 하느라 못잤을텐데, 아침 6시에 일어나 나온 관계로 더더욱 못잤을듯. 그나마 그때 나와서 집으로 갔기에 어마어마한 폭우는 피할 수 있었다. 후배 집에서 나올 때만 하더라도 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았는데, 버스 타고 오는 길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우리집에 도착해 씻고 나오자마자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우리나라는 이제 아열대 기후인듯.


1 2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