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폰털이 일기 살고

주말에도 열려있던 국회도서관쪽 문을 개방하지 않은지 꽤 됐다. 주말에는 국회 정문만 개방되어 있다. 전경들도 주말에는 쉴 수 있도록 하려는 조치다. 그래서 주말에 국회도서관을 가려면 버스정류장에 내려 정문 쪽으로 가서 들어가야 한다. 정문 쪽으로 걷는 동안 국회 담장 안의 무궁화를 볼 수 있다. 무궁화는 무궁하게 피어서 무궁화라고 하더니, 8월부터 한달 이상을 돌림노래처럼 피고 지고 피고 진다. 볼 때마다 참 못생긴 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끈질긴 것만은 틀림없구나 싶다. 국민학교 때 허구헌날 무궁화 그렸던 기억도 떠오른다. 분홍색으로 하얀색으로 지겹게도 그려댔었지. 

한 여름에 쉬었던 카포에이라를 다시 시작했다. 이번에는 지하 스튜디오 아니고 2층 스튜디오. 
저렇게 머리를 처박아도 될 정도로 바닥이 깨끗해서 마음에 든다.ㅎㅎㅎ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목요일, 합평을 받으러 탄현 SBS에 다녀왔다.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 이렇게 멀리까지 올 일이냐?" 잠깐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주최 측에서도 "이렇게 비오는데 연기해야 할까?" 잠깐 고민했다고 한다. 두번째라고 첫번째 합평보다는 긴장이 덜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소리 못듣고 바닥을 깔았던 날. 
몇년에 걸쳐 띄엄띄엄 쓸 때는 내가 쓰는 글들이 비슷하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한달에 한편씩 모아놓고 보니 참으로 비슷하다. 이제는 쓸 때 그 비슷한 장면(별것도 아니다, 고양이의 등장, 주인공의 성격, 책모임 같은 것들)이 나오면 알아차린다. 왜 드라마 작가들의 자기복제를 욕했던가. ㅠ.ㅠ 
태풍 링링이 완전히 올라온 날, 결혼식이 있었다.
덕분에 8차선 도로 한가운데서 나뒹구는 무지갯빛 우산도 보고, 다들 머리는 봉두난발이 되어 모였다.ㅋㅋㅋ
내 인생 마지막 결혼식 하객이라고 결심했는데...과연 그렇게 될지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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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부턴 하늘 사진과 함께 하는 요즘의 일기들. 사진과 글은 관계가 없음.
올 초 300만원의 밀린 국민연금 폭탄을 맞고 한동안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매일 몇차례씩 전화통화를 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담당자 이름을 알아놓고 보내라는 서류 메일로 보내면, 공무원들 메일은 무슨 락이 걸려있는지 여는 것조차 힘들어 다음 날이 되어야 확인을 했고, 내가 서류를 잘못 써서 다시 쓰고, 그러느라 거의 일주일에 걸쳐 통화를 했다. 그 일주일 사이에 담당자가 다른 부서로 발령나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올해는 연금 납부가 안되도록 조처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나는 깎아달라고 했는데 납부를 유예시켰다니...그럼 안내도 된다는 거냐? 얼마를 내야 되냐? 물었더니 그건 각 지역 건강보험(이 통합징수료 관리를 한단다)에 문의하라고 해서, 에라 모르겠다 손놓아 버렸다. 어쨌든 그 다음달부터는 고지서가 날아오지 않았다.
300만원을 깔고 앉은 채 찝찝한 마음으로 몇달이 흘렀고, 나는 직장인이 되었고, 8월부터 직장에서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을 납부한다. 그랬더니 이달 초, 국민연금에서 150만원으로 깎인 연체 고지서가 날아왔다. 월급도 나오겠다 이번 기회에 해결하자 싶어 한방에 납부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통장정리를 하다가 130여만원이 마포세무서에서 들어왔다고 찍혔다. 헉, 이게 뭐지? 내가 숫자를 잘못봤나 싶어 몇번이나 눈을 문질렀다. 알고보니 5월에 소득세 신고할 때 조건이 돼서 근로장려금 신청을 했는데, 그 돈이 들어온 거다. 야호!!! 국민연금을 납부하고 났더니 국세가 들어왔다. 뭔가 세금 받아 세금 메꾼 느낌적인 느낌. ㅎㅎㅎ

오랜만에 직장을 다니니 좋다. ㅎㅎㅎ 정규직장으로부터 13년, 일주일에 3일 출근한 비정규직장으로부터도 9년만의 출근이라 처음엔 무지 힘들었다. 10여년 동안 안하던 출퇴근을 하려니까 몸이 힘들어 초반만 해도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왜 그렇게 회사 다녀보겠다고 지원서를 쓰고, NCS 시험 공부를 하고, 면접을 보러다녔는지 모르겠다"며 푸념했었다. 그러나 적응하고 나니 요즘은 직장생활에 이렇게 스트레스가 없어도 되나 싶을만큼 좋다. 내가 나이가 들어 그런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다 귀엽다. ㅎㅎㅎ 이 직장은 3군데 회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일정 기간 동안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식이라 일반 직장보다 느슨하다. 다른 회사에서 온 사람들끼리 참견하고 싸우기가 힘들 것이고, 똘아이 같은 상사가 부하직원을 괴롭히는 구조도 될 수 없다. 또 3개 회사가 모여있으니까 각 회사에서 높은 사람이 한번씩 오면 밥을 사주거나 커피를 쏘는데, 그들은 한번씩이지만 우리에겐 세 번이 되니까 굉장히 자주 얻어먹는 기분이다. 어떤 날은 하룻동안 커피를 두번이나 얻어마시기도 했다. 추석에도 선물이 3군데에서 들어왔다. 프리랜서 기간 내내 그렇게 손가락 빨며 부러워했던 명절선물을 "옛다! 받아라!"해서 한꺼번에 받은 느낌이다. ㅎㅎㅎ
알던 교회오빠가 대표로 있던 단체에서 면직되었다. SNS를 열심히 하던 사람이라 요즘 통 글을 안올리길래 바쁜가보다 했더니 불륜으로 대표자리에서 파면됐다고 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혼자 장례식장에 가다가 SNS으로 그 소식을 보고 충격을 받았는데, 그럴 줄 몰랐다거나 배신 당했다거나 하는 단순한 기분이 아니고 뭐라 형언하기 힘든 복잡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기독교 단체장이었으니 그럴 줄 알았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또 한편으로 농담 잘하고 센스있는 사람이라 진짜 그럴 줄 몰랐다는 느낌도 아니었다. 평소 교회 목사들의 성추행이나 성폭력 등에 목소리를 높였던 사람이라 반대편에서 득달같이 달려들어 사탄의 자식이니 뭐니 댓글들이 달렸고, 그걸 보고 있자니, 왜 성폭행과 불륜은 싸잡아 성범죄로 묶이는지 안타깝기도 했다. 둘은 완전히 다른 행위인데 어떤 집단에선 성폭행보다 불륜을 더 큰 죄로 보고 있기도 하다. 군대에서 성폭행보다 동성애를 더 크게 처벌하는 것처럼.
더불어 10여년 전에 유기농 친환경 운동의 셀럽이 성폭행으로 고소당했던 사건도 생각나고, 요즘의 미투운동과 최근의 조국 사태까지 다 얽혀 굉장히 복잡한 기분으로 며칠을 보냈다. 그러다 오랜만에 기도했다. 어떻게든 누구에게든 도움이 되겠지. 기도니까. 
직장 다니면서 인턴작가 생활도 함께 하려니 놀 시간이 부족하다. 덕분에 요즘 사람들이 왜 TV 대신 유투브나 짧은 영상을 보는지, 글 보다 여백이 더 많은 책을 보는지 알게 되었다. 긴 걸 진득하니 집중해서 볼 시간이 부족하다. 물리적인 시간을 내기 어렵다기보단 마음이 쫓기니까 불안해서 끝까지 보고 있질 못하겠다. 드라마 본방사수는 물론 8~16회를 이어 달려 시즌 하나를 끝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되었다. 책을 집중해서 읽기도 얼마나 힘든지 알겠다.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자리에서 보는 것도 쉽지 않다. 하다못해 블로그 할 시간도 따로 내야(이 글 쓰느라 아침 5시반에 일어났다.^^;;) 하니 뭔가 집중력을 요하고 품이 드는 문화생활을 기피하게 된다. 
래서 요즘 나의 즐겨찾기는 회원이 엄청많은 네이버 카페와 인스타의 스토리다. 유랑이나 파우더룸, 향수사랑 등에 들어가 전체글 보기로 해놓고 잠깐씩 틈이 날 때마다 댓글 달아주는 게 낮 시간 동안의 낙이라면, 밤에 자기 전엔 누워서 인스타그램 접속해서 김하나와 이다혜, 집시의 스토리를 돌려 보는 게 낙이다. (아...더 쓰고 싶지만 출근 시간이다. ㅠ.ㅠ 오늘의 일기는 여기서 끝.)


한국 남자 읽고

한국남자
최태섭 | 은행나무 

내가 읽은 수많은 페미니즘 책 중에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을 첫 손에 꼽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실제로 한국의 가부장은 제대로 가족을 먹여살린 적이 없다는 사실을 그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기 때문이다. 학교 졸업 후 한번도 내 생계를 다른 누가 책임져준 적이 없는데도, 어딘가 있을 나를 먹여살릴 남자를 바랐던 나는 그 책으로 인해 콩깍지를 벗었다. 그러고보니 울 아빠도 그닥 가족을 제대로 먹여살리지 못했고, 내 친구들의 아빠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줌있는 공무원 아빠나 의사 아빠가 아니고서는 가장 노릇을 제대로 하는 남자가 없었다. 시선을 한국 전체로 확대해도 마찬가지였다. 가부장은 신화라는 걸 그때서야 깨달았다. 
이 책 <한국남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하는 이야기는 바로 그 이야기다. 가부장이라는 헛것과 비슷한 신화를 지속시키기 위해 너무 많은 노력과 차별과 정책이 있어왔지만, 이제 그것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이야기.
그걸 시대별로 하고 있어서, 중간 부분은 역사서나 통계서류를 읽는 기분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대체로는 속시원하고 재밌었다. 특히 마무리하는 부분이 마음에 들어서 책을 덮는데 기분이 좋았다.
몰랐다가 이 책을 보고 알게된 부분은 인구정책이 공산주의의 확산을 무서워한 서구 엘리트에 의해 자행되었다는 사실. 인구가 증가하면 빈곤하게 되고 빈곤하면 공산주의가 확산된다고 믿은 서구 엘리트집단들이 중국을 비롯한 세계각지의 인구억제정책을 폈고, 덕분에 초음파검사와 낙태시술의 발전을 가져왔다고 한다. 
또한 베트남전에 장병을 파병하여 우리나라는 수당으로 2억 달러의 외화수익을 벌어들였고, 그것이 경부고속도로 건설비가 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는데, 그 돈이 국민총생산(GNP)을 어마어마하게 올려놓을 정도로 큰 돈이었다. 1964년 103달러에서, 1973년 541달러로 GNP가 증가했다고 한다. IMF 때 어마어마하게 팔렸던 희생적인 아버지 서사인 <가시고기>와 <아버지>의 주인공들이 따로 애인을 두고 있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하하하. 
그러한 역사를 거쳐 2000년대 이후 한국 남자들이 하고 싶은 말은 "남자가 피해자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피해라는 것은 가짜뉴스와 같이 현실과 통계를 외면해야 말할 수 있는 정신승리에 가깝고, 그러니 어쩌라는 말이냐면 이런 우리를 우쭈쭈쭈 위로해달라는 말이니...참 한숨 밖에 안나온다. 
"그러니 이제는 결정해야 한다, 어디로 갈 것인가? 형제여!"라는 저자의 마지막 말에는 한국 남자들이 대답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지만, 이런 리뷰글에 득달같이 달리는 악플이 싫어서 밸리 발행은 안한다.) 


밑줄긋기
51 _ 요컨대 이들은 가부장제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서도 가부장제의 수혜를 누리겠다는, 양심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84 _ 남성 지배란 소수의 권력을 가진 남성들을 위해 다수의 별 볼일 없는 남성들이 열과 성을 다해 복무하는 불공정한 게임이다. 즉 지배의 비용은 남성으로 호명된 모두가 지고 있지만, 지배를 통해 얻어낸 산물은 일부가 독식하는 구조다. 이 일부는 동료 지배자들을 위한 배당금도 자신의 주머니에서 꺼내지 않는다. 이들이 주는 배당금은 여성과 비-남성에게 행해지는 차별이다. 즉 대부분의 남자들은 자신들의 발밑에 자신보다 더 못한 이들이 있다는 것을 보며 얻는 위안과 약간의 반사이익을 위해 가부장제의 수호자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128 _ 아이들이 자라났을 때 선하고 무능했던 아버지와, 부재와 폭력으로 기억되는 아버지, 매달 벌어 오는 돈으로만 존재했던 아버지는 어느 쪽이든 극복의 대상이었다.
135 _ 한국 사회는 단 한 번도 명령에 의문을 갖는 남자들을 바란 적이 없었다. 공장과 전장에서, 명령에 순응하고 몸이 부서질 때까지 헌신하는 강건한 육체들을 원했을 뿐이다. 이것을 뒷받침하는 것은 한국 사회가 처해 있는 악조건들이었다. 식민 치하를 지나 내전을 거쳐 절대 빈곤으로부터 출발한 한국이 근대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모두가 참고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가 참고 희생하지 않았으며 그 와중에도 누군가는 이 논리를 명분 삼아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고 자신의 잇속을 챙겼다는 걸 알고 있다.
173 _ 아버지들처럼 밤거리를 누비며 외로움을 토로하는 것은 어머니들에게는 한 번도 허락된 적 없는 자유다. 어머니는 이른 새벽에 일어나 아침 식사를 차리고, 가사를 돌보다가 틈틈이 자녀와 남편에게 연락하면서 가족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지키려는 노력을 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런 노력도 없이 자신에 대한 존경심이 가족에게서 알아서 우러나오길 바란다. 이러니 돈 버는 기계라는 푸념은 별로 의미가 없어진다. 이미 스스로가 돈만 벌면 나머지는 알아서 다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193 _ 군대를 개선하는 것을 가장 방해하는 세력은 여대생도, 여성 단체도 아니라 바로 예비역이다. 이들은 복무 환경 개선과 장병 인권 증진이 추진될 때마다 반대 의견을 개진하곤 한다. 표면적인 이유는 그런 조치들이 군기를 상하게 하고, 군대 같지 않은 군대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의견의 이면에는 자신이 감내했던 고생들이 더 이상 불필요한 혹은 의미 없는 것으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존재한다.
208 _ 많은 남자들이 이성 간의 관계를 돈을 넣으면 섹스가 나오는 자판기로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된장녀는 일종의 고장 난 자판기인 셈이다.
228 _ 그러므로 더 정확하게는 자신에게 정말로 경제적/사회적 의존을 하길 바란다기보다는, 적은 노력과 투자로 의존에 뒤따르는 신뢰와 존경만을 보내주길 바라는 유아적이고 이기적인 방식을 원한다고 말할 수 있다. 
267 _ '아빠의 청춘'류의 가부장 신파 역시 일종의 자기 미화에 더 가까웠다.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책임감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정말로 먹여 살릴 능력이 되었던 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다른 가족 구성원들의 희생은 자기 연민을 위한 소주잔에 따라 마셔버렸기 때문이다.
268 _ 무엇보다도 그렇게 여자들이 불만이라면 여자와의 관계를 단절하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이들은 결코 그런 주장은 하지 않으면서 계속해서 알 수 없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상한 화법이 알려주는 것은 남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여자들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콤달콤 맛있는 우리 고전시가 읽고

매콤달콤 맛있는 우리 고전시가
한기호 | 사계절

한터에서 강의를 할 때 나보다 살짝 높은 연배의 남자분이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대체로 중년남자들과 불화하는 나는 좀 걱정을 했는데, 이 분이 수업을 한번도 빼먹지 않고 항상 출석하시고, 수업시간 중 실습할 때도 글을 잘 쓰고, 무슨 책 읽어봤느냐는 질문에 항상 혼자 손을 들곤 했던 독서가였다.  
입학사정관이라고 하셨는데, 그게 뭘하는 직업인지는 몰라도 하여튼 수업태도가 좋고 글도 잘 쓰더니, 강의 끝나는 날 이 책을 주셨다. 이 책을 쓰신 저자분이었다. 수업 마지막 시간에야 이런 걸 알게 될 땐 정말 낯부끄러워진다. 내가 과연 이런 분들을 가르칠 깜냥이 되나 싶어서. 

받아놓고 다른 책들에 치여 읽지 못하다가 최근 전통문화에 대한 콘텐츠를 다루다 보니 생각이 나서 쉬엄쉬엄 읽었다. 오랜만에 학교 때 배운 고전시가들을 읽으니 그것도 나름대로 재밌었다. 다 잊어버린 줄 알고 있었는데, 첫구절만 보면 술술 입에서 나오는 걸 보니 어릴 때 국어공부는 제대로 했구나 혼자 기특해했고, 월명사가 제망매가와 도솔가를 다 지었다는 건 처음 알았고, 마침 백중에 대한 콘텐츠를 교정보고 있을 때라 백중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서 반가웠다. 
이 책은 단군신화부터 신라 향가, 고려 가요, 시조, 가사까지 한국 고전시가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두루 꿰면서 전문을 읽어주고 해석하는 책이다. 저자분이 5명의 자녀들을 홈스쿨링으로 가르쳤다고 한다. 수업 시간에도 아내나 자녀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고 느꼈는데, 5명의 자녀들을 홈스쿨링했다는 사실까지는 몰랐다. 정말 놀라운!! 이런 분을 내가 실제로 봤다는 것도 놀랍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까지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요즘 입시가 어떤지 몰라서 고등학생들에게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고전시가를 한 두릅에 꿰는 용도로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부모와 함께 한수씩 외우고 챕터별로 나오는 더 생각해볼 문제 같은 걸 풀어보면 논술에는 확실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 떠나서 그냥 고전시가에 대한 흥미를 북돋우는데도 도움이 될 책이다.  

밑줄긋기
155 _ 나의 근심과 걱정을 노래로 표현한다는 것은 결국 그 노래를 통해 걱정이나 근심에 잠긴 자기 자신을 위로하는 일이 되겠구나. 그 노래를 불러도 당사자는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말이지. 결국 이 경우에 노래는 자기 위안의 도구라고 할 수 있겠다.
161 _ 만일 조선 시대 유학자들이 고려 가요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정리해 놓았다면 우린 지금 훨씬 더 많은 문학 유산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참 아쉬운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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