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레몰리노스] 일출 살고

1월 3일. 아침 6시 45분에 눈을 떴다. 아직 밖은 깜깜. 못다쓴 어제자 일기를 쓰다가 바다 저편이 희끄무레하게 밝아오길래 외투를 입고, 카메라를 넣고 나갔다. 숙소 주차장을 나와 프라이빗 계단을 따라 끝도 없이 내려오니 바다가 나왔다. 구름이 잔뜩 껴서 바다 위로 해가 뿅 떠오르는 광경은 볼 수 없었지만, 붉은색으로 물든 하늘과 분홍색으로 물든 바다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거기에 불을 켜놓고 떠 있는 통통배까지. 마치 사진을 찍으라고 연출된 장면 같았다. 
더 떠들 것 없이 사진 속의 그날 아침 풍경.
해변으로 내려가는 계단의 창살 너머 보이는 바다
해가 솟을수록 점점 붉어지는 바다 
세로 사진 
해변에 놓인 평상(?)
해변의 표지판과 함께 찍어본 동 트는 바다
다시 계단을 올라오다가 본 풍경 

그리고 나는 이런 그림을 그리며 울었다고 한다. 
자연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그림이 다 무슨 소용이냐고. ㅠ.ㅠ 

어제 일몰을 지브롤터에서 보고, 오늘 일출을 토레몰리노스에서 봤다. 둘 다 잊기 힘들 것이다.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읽고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승효상 | 돌베개

가장 최근에 나온 승효상의 책. 신문에 연재하던 칼럼을 묶어낸 책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 사회의 건축 이야기, 부동산 문제, 세계 건축기행 등이 망라되어 있다. 한예종 교수를 하다 정부에 찍혀 감사를 받던 동료 건축가가 자살하고 며칠 뒤 도착한 메일 이야기는 정말 가슴 아팠다. 눈물이 찔끔 났다. 군데군데 이 정부는, 그리고 그 전 정부는 너무 몹쓸짓을 많이 했다.
도로명 주소에 대한 일갈도 멋졌다. 결국 도로명 주소는 지번 주소와 함께 쓰이면서 더 헛갈리게 되었지만, 도로명은 서양식이고 지번은 우리나라 식이라는 것, 번호 매기는 것이 아니라 동네마다 이름을 붙여준 우리 식이 얼마나 정겨운가 알게 되었다. 동이 우물이나 개천 등 물을 함께 쓰던 공동체에서 나온 거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용처럼 긴 통로로 일체형으로 이루어진 세종시 정부청사 또한 이 책에서 처음 사진으로 봤고, 저기서 근무하려면 얼마나 힘들까 (마당을 가로질러 뛰어가면 되는 곳을 빙빙 돌아 통로따라 가야 한다) 싶었고, 자살자가 많았다니 그게 관계없는 일이 아닐 것 같았다. 자하 하디드가 우리나라 동대문만 망친 게 아니라 세계 곳곳을 망쳤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건축가에 대한 배려 때문에 음향이 별로인 콘서트홀을 개축하지 못하고 새로 지었다는 핀란드 이야기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으며, 그것에 엄지손가락 추켜세우는 승효상 역시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건 건축을 잘못한 것 아닌가? 
뒤쪽의 이야기들은 대체로 마음에 안들었다. 그리고 세권쯤 읽으니 그의 책은 다 동어반복이라는 것도 알겠다. '성직자가 되었어야 할 사람이 어쩌다 건축가가 되어가지고...'하는 생각이 들다가, 그마나 이런 건축가라도 있으니 좀 다른 건물을 보게 되었나 싶기도 하다. 

밑줄긋기
30 _ 도시는 익명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공동체다. 농촌은 기본적으로 혈연으로 구성되어 인륜이나 천륜만으로도 그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지만,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모여 만들어지는 도시공동체는 합의된 규약에 의해 유지된다. 광장이나 도로, 공원 같은 도시의 공공영역이 바로 그 합의에 의해 만들어지는 공간이다. 이 공공영역이 잘 조직되고 긴밀히 연결된 도시가 공공성이 발달한 선진도시이며, 파편적이어서 불연속적으로 이뤄진 도시는 미개도시다.
91 _ 그렇다, 묘역에는 죽은 자가 있는 게 아니라 죽은 자에 대한 우리의 기억이 거주할 뿐이다. 그러니 묘역은 죽은 자의 공간이 아니라 남은 우리 산 자가 죽은 자를 기억하며 스스로를 성찰하는 장소며 풍경이다.
105 _ 그러나 지난 시대 이땅에 분 개발 광풍으로 도시가 삶의 공동체가 아니라 부동산의 공동체로 변하면서, 묘역은 우리의 일상과 공존할 수 없는 혐오시설이 되어 쫓겨났고 재물의 맛에 취한 교회와 사찰은 시장보다 더 상업적인 곳으로 변하고 말았다. 이 도시에서 마음을 고요케하는 성소를 찾는 일이 이제는 도무지 쉽지 않다.
149 _ 지금까지 전해오는, 옛 집을 그린 평면도들을 보면 죄다 직각의 그림이다. 하지만 그 평면도로 지어진 집은 자연과 만나면서 땅의 논리를 따라 순종하며 적절히 변형되어 있다. 그것이 우리 옛집의 실체다.
188 _ 한 번 만든 집의 도면은 파일로 저장하여 다음 번에 똑같이 써도 아무 탈이 없었으니 건축 설계를 연구할 이유가 없었다. 심지어는 아파트 단지에 회사 이름을 붙였다. 삼성아파트, 현대아파트, 우성아파트... 수천 명이 모여 사는 마을의 이름이 건설회사명인데도 우리는 이를 항의하기는커녕 선망하기까지 했다.



스페인 숙소5 _ 토레 로카 아파트 (Apartamentos Torre de la Roca) 살고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숙소는 말라가 근처의 휴양지 토레몰리노스(Torremolinos) 해변에 잡았다. 3박이라 아파트를 잡았는데, 이렇게 큰 단지인지 몰랐다. 네비를 찍고 도착해보니 우리나라 아파트처럼 동이 여러개인 아파트 단지가 있었다. 이 근방의 바다에는 전부 휴양객들을 위한 리조트형 아파트가 서 있다. 토레다로카도 그 중 하나였다.
앞뒷문에 둘다 자동차 차단기가 내려와 있어 단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입구에 차를 세운 후 몸만 들어갔다. 체크인을 하고, 주차 이야기를 했더니 거주민이 아니면 단지 안에 주차할 수 없다며, 밖에다 주차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우리는 그 말을 믿었지만 이틀 후 아무데나 세웠다가 견인 당하게 된다. ㅠ.ㅠ 이 숙소도 다른 건 다 마음에 드는데 역시나 주차가 문제였던 것. (그 이야기는 다다음 포스팅에서..ㅠ.ㅠ) 단지 안에 텅텅 빈 주차장을 놔두고 왜 차를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지 짱난다.
이 아파트가 우리가 묵었던 아파트 
 로비에 크리스마스 장식 
로비의 응접실. 와이파이는 로비에서만 잡힌다.
그래서 우리는 이 자리나 옆의 식당에 들어가 폰을 보곤했다. 
(와이파이가 방에서 잘 잡히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
침실 
침실
침대 밑의 화장대
침실 옆에도 베란다가 있어 커튼 열면 바다가 보인다.
생각했던 것보다 5배쯤 넓었던 거실. 
너무 넓어서 휑하니 춥다. 샹들리에가 화려했고, 
소파 뒤에 보조침대가 있어 거기다 캐리어 펴놓고 다녔다. 
 
현관 입구의 꾸밈(조화임) | 베란다가 넓어 빨래 널어놓기 좋았다. ㅋㅋ

아파트라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부엌도 따로 되어 있고, 냉장고, 전자렌지, 커피포트 다 있었다. 욕실에는 욕조는 물론 세탁기도 있었다. 세탁기 사용에 서툴러 세제 찌꺼지가 남고 물이 뚝뚝 떨어지긴 했지만 나름 빨래도 해서 널었다. 거실이 정말 정말 광활했는데, 침실을 3개쯤 넣어도 될만큼 넓었다. 소파와 응접세트는 물론 6명은 거뜬히 앉을 식탁도 있었고, 진열장이 벽 한면을 다 차지하고 있었다. 가족 단위의 휴양객을 위한 숙소라는 생각이 딱 들었다. 5명이 사용해야 될 아파트를 둘이 사용했으니 넓을 수밖에.
우리는 처음 짐 들고 들어서자 마자 "우와~ 넓어, 좋아." 소리를 10번쯤 했던 것 같다. 어쩌면 가장 초라했던 세비야의 게하에서 갑자기 럭셔리한 아파트로 와서 더 놀랐던 것일 수도.^^
넓은데 비해 히터는 달랑 두개라 잘 때 추워서 거실의 히터를 끌고 와 침대 옆에 두고 잤다. 바닥이 대리석이라 차갑다. 양말이든 슬리퍼든 신어야 된다. 
이 숙소는 여름 휴가 때 온 가족이 와서 지내기에 좋은 숙소 같다. 겨울엔 좀 춥고, 둘이 쓰기에는 지나치게 넓다.
 베란다에서 보이는 아침의 마을 풍경
낮의 마을 풍경
 밤의 마을 풍경
베란다에서 보이는 아침의 바다 풍경
낮의 바다 풍경 (숙소 뒷마당에 수영장이 있음)
 
해변에서 보이는 우리 숙소(오른쪽 높은 건물) | 프라이빗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 
 
낮의 수영장(겨울이라 닫아놨음) | 해뜨기 전 수영장 근처에서 본 바다뷰 

우리는 10층이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녔다. 카운터가 1층에 있어 관리인이 상주하고 있다.
가성비 좋고, 전망 하나는 끝내줬다. 종일 바다만 보면서 숙소에서 뒹굴어도 괜찮았을 듯.

Torre de la Rocca 아파트 : 3박 209,346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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