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애호가로 가는 길이충렬 | 김영사
한동안 그림 관련 책을 안읽다가 이 책을 읽었는데, 아주 좋았다.
1976년에 미국으로 이민가 멕시코가 바라다보이는 애리조나주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 남자분이 그림을 사랑하게 되고, 그림을 사게 되고, 그림애호가가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에 나오는 그림의 90%가 저자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그림이라서 더욱 마음에 든다.
생애 처음으로 산 그림이라는 임효의 '꽃비'는 내 마음에도 들었다. 비록 크기는 작았지만, 분홍색과 닥지가 어우러지고 연인들이 마주 앉아 있는 모양이 예뻐서 나도 이 그림을 내 방벽에 걸고 싶어졌다.
저자는 인터넷과 각종 미술잡지 및 전시회 도록 등을 통해 혼자 그림 공부를 한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그림이 나오면 이메일을 통해 큐레이터나 화가와 대화를 하고, 그림을 산다.
이렇게 단골이 된 화랑에서는 다음에 좋은 그림이 나오면 먼저 귀띔을 해주고, 또 몇점의 그림을 산 화가와는 개인적으로 친분도 쌓고, 이렇게 그림 애호가가 되었다고 한다.
외국에 오래 나가 있다보니 외국 화가들이 그린 한국 그림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그런 그림들을 수집했다고 한다. 그 중에는 엘리자베스 키스처럼 내가 아는 그림도 있지만, 몰랐던 그림들도 많았다. 하나같이 어쩜 그렇게 사실적으로 관찰할 수 있을까 싶은 그림들이다. 190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시기도 다양하다.
또한 우리 근대미술가들 중 월북했거나 요절해서 입으로만 전하지 실제로는 볼 수 없었던 그림들을 우연히 화랑이나 경매에서 발견하고 낙찰받은 이야기들도 나오는데, 그 뒷이야기들이 드라마틱하기 짝이 없다.
여러가지 그림 책들을 많이 읽어봤지만, 이 책처럼 나도 그림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은 없었다. 인터넷도 부지런히 돌고, 전시회도 더 열심히 다니면서 봐야겠다. 내년에는 꼭 KIAF도 보러 가야겠다. 너무나 마음에 드는 그림이라면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한 점 정도는 가져보겠다고 생각했다. 거기다 하나 더, 나의 10년 숙원 사업 -내가 그린 그림을 벽에 걸어놓겠다-을 다시 한번 실천해봐야겠다고 다짐한다. (또 다짐만...-.-;;)



덧글
augenauf 2009/11/01 19:46 # 삭제 답글
제가 아는 사람 중에서 경제적으로 별로 넉넉하지 않은 분이 그림을 사곤 하는 걸 봤습니다.100만원 안쪽에서 살 수 있는 그림이 의외로 아주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자신의 미적 취향이 확실한 분들이 그렇게 그림을 삽니다.
그녀가 이번 KIAF에서 산 그림을 보여줄때, 어느 전시회에서 본 드로잉을 사러 준비하고 나갈때,
작가와 만나서 차 한 잔 나눌때, 옆에서 그 모습 보면서 참 대단하다 생각했습니다.
참, 그녀는 작품을 살때 흥정을 하지 않습디다. 그것도 대단대단.
2009/11/01 21:43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플이 2009/11/08 04:39 # 삭제 답글
이요님의 이 글 보고,엊그제 뉴욕문화원에서 빌려봤어요.
너무 좋은거있죠? 헤헤
게다가 어떤분께 기증하셨는지 이충렬님의 싸인까지 있었다능.
이요님 덕분에 늘 좋은 책과 만나네요!
고마워요!
이요 2009/11/08 10:45 #
뉴욕문화원에 증정본이 있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