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엉또폭포 살고

올레 7-1 코스의 초반부는 을씨년스럽다. 온통 귤밭인 동네 전체가 버려져 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귤들도 주인의 손을 타지 않은 듯 피폐하고, 귤밭 안의 집들은 텅텅 비어있다.
알고보니 택지개발 예정 지구로, 이미 사람들이 전부 집을 팔고 나간 모양이었다. 군데군데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굉장히 대규모였는데, 과연 개발이 끝나면 어떤 모습이 될까?
설마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거나 거대한 골프장으로 바뀌는 건 아니겠지?
그런 생각으로 걱정을 하며 걷다가, 문득 올레길을 만든 사람들이 똑똑하다 느꼈다. 
이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방법의 운동이 아닌가? 
그저 자동차를 타고 휙 지나가면 "경치 좋다" 한마디로 끝날텐데, 길을 꾹꾹 눌러밟으며 걷다보니 빈집도 보이고, 황폐한 귤밭도 보이고, 그래서 걱정도 되고, 그러다 안내문을 보면서 여기 대규모 개발이 이루어질 거라는 걸 알게 되고, 그러면 과연 나중에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 생각해보게 되고, 그러면 개발이 문제가 아닌가 생각하게 되고....만약 개발을 한다는 4대강 유역에도 이런 길이 생긴다면 분명히 주변의 경치를 보게 되고, 그 땅에 대해 알게 되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져서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개발보다는 보존을 편들게 되지 않을까?
이러라고 골목골목 누비며 길을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닌가 싶어졌다.
지리산 주변에도 둘레길이 생겼다 하던데, 이런 길이 전국 방방곡곡에 생기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길을 걷기 위해 오고, 그 땅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고, 그러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 한가운데 굉장히 큰 농원이 있었는데, 음악도 흘러나오고, 나무로 빽빽하게 담을 둘러쳐서 뭔가 살짝 종교집단의 냄새가 풍겼다. '네츄럴 하우스'라고 되어 있던 그 곳은 뭐하는 곳이었을까? 지금도 궁금하다.

  
올레길 초입, 어느 집 대문 장식^^(식혜캔) | 산수유 열매일까? 온통 빨갛게 익어 담벼락을 뒤덮고 있었다.

오르막을 땀 좀 흘리며 올라갔더니, 이런 풍경이 펼쳐졌다. 멀리 섬이 멋지다. 올레길은 완급조절을 잘해놓았다. 지루할만 하면 오르막이 나타나고, 길이 좀 힘들다 싶으면 감탄사 나오는 풍경이 나오고. 아기자기하니 재미가 있다.

'엉또폭포'라는 표지판을 보고 웃었는데, 그 다음에 나온 '엉또로'를 보고는 도저히 사진을 찍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뭔가 불어 발음 같기도 하고, 엉뚱하거나 바보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엉또'라는 말이 퍽 인상적이었다.

엉또폭포 가는 길. 귤밭 사이로 이렇게 멋진 목재 펜스와 길을 마련해 놓았다.


 
드디어 엉또폭포 등장!!

불행히 물은 한방울도 흐르지 않았다. 건기에는 말라 있고, 70미리 이상 비가 오면 폭포가 형성된다고 한다. 비록 떨어지는 물은 없었지만, 바위가 장관이었다. 내 꼬진 사진기가 담지 못한 것이 한이다. ㅠ.ㅠ

이렇게 잘 생긴 바위들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올라가는 길에 관광객을 위해 전망대(?)를 이렇게 잘 만들어놨다.
비가 쏟아진 후 갔더라면 얼마나 더 장관이었을까, 좀 아쉬웠지만, 인가와 별로 떨어지지도 않은 곳에, 이렇게 깊은 산속 느낌이 나는 폭포가 있다는 게 신기했다. 바위들이 잘 생긴 것도 좋았지만, 그 산의 기운이 어딘가 살짝 무서웠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2009. 10. 30. 제주 올레 7-1 코스 | 엉또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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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해리 2009/11/05 09:19 # 삭제 답글

    여름에 갈때 여기 가볼려고 했는데.^^ 알려지지 않은 곳 중 좋은 곳이라더라고.
    사진보니 여름엔 물이 많더라. 폭포도 장관이고 .
  • 미서니 2009/11/17 16:11 # 삭제 답글

    산수유는 아니고 정원수라더라. 이름은 들었는데 기억이 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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