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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석 | 웅진지식하우스

서울이 집이요, 세계 각지를 여행하는 게 일인 여자 소설가가 강원도 바닷가에 집짓는 이야기다.
이미 [나의 프로방스]나 [타네씨, 농담도 잘 하시네요]를 통해 집짓기가 얼마나 지난하고, 사람 복장터지게 하는 작업이면서도 독자에게는 재미와 웃음을 주는 일인지 터득했기 때문에 이 책도 재미있을 거라는 걸 짐작하고 읽게 되었다.
예상대로 땅을 사는 일부터 뭐 하나 녹록치가 않다. 무덤이 근처에 있다고 질색하는 저자에게 "나는 제주도에서 집 옆에 무덤 있으니 참 좋더만.." 했다가, 무덤이 1개가 아니라 4개라는 말에 기겁했다. 물론 집주인이 개시도 안한 변기를 누가 먼저 사용하면 싫겠지만, 그렇다고 인부들 화장실도 마련해놓지 않고 변기 뚜껑 위에 책 쌓아올려 놓았다는 부분에서는 '참 깍쟁이다' 싶었다. 
골수 서울 사람인데다 여자인 작가가 집짓는 6개월 동안 얼마나 거칠어지고 못된 건축주가 되었는지 적나라하게 나온다. 자기 주머니에서 돈 나가는 일은 아마도 다 이럴 것이다. 
그래도 나중에 지어진 집 보니까 꽤나 그럴듯 했다. 이 정도 결과면 그 정도 고난이야 잊어버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남의 일이니까 그렇지, 실제로 집을 짓는다면 나라고 이 여자보다 나을리가 없다.
언젠가 아는 오빠가 자기 집 인테리어 공사하는데, 나더러 일당 10만원씩 받고 감독을 해보지 않겠냐고 했었다.
언니도 오빠도 맞벌이 부부라 나한테 부탁한 거 였는데, 평생 집을 지어보기는커녕, 내 방 벽지 한번 발라본 일 없는 나에게 뭘 믿고 전화했을까 싶어 더럭 겁이 났다. 결국 거절했는데, 아마 열흘 동안 그 일을 했더라면 다른 건 몰라도 소설 한편 쓸 정도의 경험은 되지 않았겠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같으면 해봤을텐데...ㅎㅎㅎ
이 책은 [낭만적 밥벌이]의 개인 주택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거기서 유머는 빠진다고 보면 되겠다. 이런 책이 언제나 그렇듯이, 작가 자신의 캐릭터가 가장 잘 드러난다. 그나저나 궁금한 것은, 대체 왜 같이 살면서도 남편(인지 동거인인지)은 그녀를 하나도 거들어주지 않았을까? 매우 궁금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만약 내 남편이 이 책의 L처럼 주둥이만 놀리고, 하나도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대략 이혼 직전까지 갔을텐데, 저자는 남편을 무지 사랑하나보다. 별로 원망하는 기색이 없다. 나는 안부장이나 찬장자리에 옷장 짜넣은 싱크대 사장님보다 L이 더 밉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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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존재는 생각보다 힘이 세다. 편견도 한 사람, 변화도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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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고마* 2009/11/06 17:18 # 삭제 답글

    저는 이 책 읽고 절대로 집을 짓지 않겠노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속임을 당하는 한이 있어도 그냥 돈으로 때우는 게 낫다는 생각도...
    돈 몇 푼 아끼려다 수명 몇 년 단축하겠더군요.
    돈보다는 목숨이 더 귀하다는 깨달음을 얻은 책입니다.ㅎ
  • 이요 2009/11/06 19:58 #

    저도 있는 집에 들어가 수리하면서 사는 편이 낫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 최롬 2009/11/09 19:38 # 삭제 답글

    맞아요. 인테리어 공사 한번 해본 경험으로는... 진따 도닦는 경험이었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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