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읽고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김영사

내가 궁극으로 지향해야 할 글쟁이가 있다면 바로 말콤 글래드웰이 아닌가 싶다. 이 남자는 처음 나왔을 때도 좋았지만, 갈수록 좋아진다. 저널리스트란 바로 이런 사람이 아닌가 싶다.
말콤 글래드웰은 세상의 편견을 깨기 위해 글을 쓴다.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는 사실에 "왜?"라는 의문을 던지고, 속속들이 파헤치면서 실은 그렇지 않더라는 것을 증명해보인다. 그 과정에서 그의 스토리텔링은 읽는 사람이 빠져들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맥락을 구성하며, 아무리 어려운 이론에 대한 이야기라도 사례를 앞세워서 흥미진진하게 서술해나간다. 가장 큰 장점은 누가 읽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쓴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그가 냈던 <블링크>나 <아웃라이어>, <티핑포인트>는 한 가지 주장에 대해 여러가지 사례를 들어 파헤쳐나간 역작이었다면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는 '뉴요커'에 연재했던 칼럼들을 묶었다. 그래서 글 하나하나 마다 주제가 다 다르다. 그런데 그 주제들이 수박 겉핥기식으로 쓰여진 게 아니라 하나하나 대단히 흥미로운데다 기존의 편견을 깨는 글이다. 19개의 주제 중에 표제작인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와 '케첩 수수께끼'를 빼고는 다 좋았다. (두 개는 용두사미식 결론이라 실망)
그 중 기억에 남는 것들 몇개.
자신이 잡지에 기고했던 심리학자와의 인터뷰가 브로드웨이 연극으로 상영됐다. 그 연극의 등장인물의 모델이 된 심리학자가 각본가를 고소하기 위해 저자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저자는 고소하지 않기로 한다. 왜냐면 자신의 글을 인용했지만, 그 연극은 그 자체로 훌륭한 완성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악인의 범죄는 죄악이고 광인의 범죄는 증상이다'라는 그 글의 핵심어구를 가져갔다고 해서 그것이 과연 표절인가? 그래서 저자는 비스티보이스를 비롯 여러 음악과 글의 표절에 관한 미묘한 부분을 파헤친다. 이제 뉴스까지 자신의 저작권을 주장하고 나선다. 과연 그것이 옳은 일인가에 관한 글은 생각하게 하는 바가 많았다.
또 노숙자가 한해에 쓰는 예산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복지의 평균을 높이는 것보다 문제를 반복해서 일으키는 몇몇 사람들에게 혜택을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글도 기억에 남는다. 이때 사용되는 개념이 '멱함수분포'다. 다수의 사람들이 가장 중간에 포진해있는 유선형의 분포가 아니라 문제가 어느 한군데 집중해 있는 분포도를 멱함수분포라고 하며, 그 집중 부분을 해결하면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9.11테러가 일어난 후 그것을 왜 막지 못했냐는 질타에는 정보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라고. 언제나 무슨 일이 일어난 다음에 판단하는 것은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 판단하는 것보다 훨씬 쉽고 이를 '사후판단편향'이라고 한다.
다른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중복되어 나오는 부분도 있었는데 유방암 검진에 관한 이야기는 <질병예찬>에서 봤었고, 9.11과 엔론사태에서 정보과잉과 조각퍼즐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추론을 끌어내는 부분은 <그리드락>과 같은 내용이었다. 말콤 글래드웰쪽이 훨씬 이해하기 쉽고 잘 쓴다.
이 외에도 천재적인 예술가는 때로 대기만성형으로 20년 만에 만들어가지도 한다(세잔), 인재경영이 얼마나 빛좋은 개살구인가(엔론), 광고카피를 통해 여성들의 생각이 얼마나 속도감 있게 바뀌는지(염색약), 두 가지 다른 투자 패턴을 통해 인간은 얼마나 비이성적인지 보여준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과대평가된 프로파일링 기법에 관한 이야기와 사람 문 죄를 개에게 뒤집어 씌우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매우 흥미롭고 유익한 책이다.

밑줄긋기
285 _ 위축은 생각이 너무 많아 생기는 문제고 당황은 생각이 나지 않아 생기는 문제다. 또한 위축되면 본능을 잃고 당황하면 본능으로 되돌아간다. 겉으로는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것이다.
331 _ 우리는 남편과 자식 혹은 친구를 위해 돈을 대주는 세속적인 일은 천재의 예술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믿고 싶어 한다. 그러나 때로 천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20년간 머리를 싸맨 끝에 만들어지기도 한다.
389 _ 집단은 명작소설을 쓸 수 없고 위원회는 상대성 이론을 세울 수 없다. 그러나 기업은 다른 방식으로 돌아간다. 기업은 단지 창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하고 경쟁하고 협력한다. 그래서 대개는 인재가 아니라 시스템이 스타로 인정받는 기업이 크게 성공한다.
405 _ 과제물을 깔끔하게 만들고 착실하게 낸다고 해서 수업을 빼먹지 않거나 방을 잘 정리하거나 외모가 단정한 것은 아니었다. 다시 말해 우리 내면의 나침반은 항상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덧글

  • 샤도우 2010/08/28 07:45 # 답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후기입니다. 저도 방금 책을 다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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