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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카이스와 리스본 타임아웃 살고

부지런히 바다 근처로 갔지만, 해는 이미 넘어가버렸다.
여기서 좀 더 오른쪽으로 해가 떨어진 것 같다. 시간이 있었다면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해를 보기 위해 달렸겠지만,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진 다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시내구경을 하며 저녁 먹을 식당을 물색했다. 게다가 내가 호카곶에서 얼마나 사진을 찍어댔는지, 디카 메모리카드가 부족하다고 떴다. 깜놀해서 흔들린 사진들을 다 지웠지만 어쨌든 노을을 향해 마구 셔터를 누르기엔 힘든 상황이었단 말씀.
이 물결무늬 바닥은 포르투갈의 상징 같다. 
많은 광장 바닥들이 이런 물결무늬로 되어 있다. 
장식이 예뻤던 뭔가 관공서 같았던 건물.
 
플라밍고 외관 | 플라밍고 내부 

카시카이스는 전형적인 휴양도시다. 낮은 바다에는 요트가 평화롭게 떠 있고, 광장을 지나면 수많은 레스토랑과 가게들이 관광객을 부르고 있다. 이제 막 장사를 시작한 식당가에서 우리는 메뉴판과 분위기를 살피다 하얀 천막이 쳐진 '플라밍고(Flamingo)'라는 식당에 들어갔다. 수퍼복(super boc)이라는 맥주와 문어샐러드, 닭고기케밥을 시켰다. 
좌 닭고기 케밥, 우 문어샐러드
 
수퍼 복 맥주 | 카시카이스 시내의 크리스마스 꾸밈 

맥주는 빨리 나왔으나 안주는 꽤 오래 기다려야 했다. 오래 기다린만큼 맛은 흡족했다. 문어샐러드는 스페인에서 먹은 것처럼 쫄깃하지 않고 부드러웠고, 짭잘하니 술안주로 최고였다. 샐러드 양념에 고수가 들어있는 것 같았는데, S가 고수를 그렇게 좋아하는지 몰랐다. 배는 빵빵, 얼굴은 알딸딸해져서 식당을 나왔다. 
카시카이스 시내의 아름다운 가게 
 
카시카이스 역 | 역사 철로 앞에서 찍은 사진 

아까 버스에서 내려 바닷가쪽으로 갈 때 기차역을 봤다. 기차역으로 가니 19시 16분 기차가 있어 그 기차를 타고 우리 숙소 근처인 소드레 역까지 왔다. 이때까지는 신트라 1일권이 살아있었다. 그러나 소드레 역부터 우리 숙소가 있는 역까지는 얄짤없이 되지 않았다. 여긴 리스본이라 이거지. ㅎㅎ
일단 숙소로 돌아와 S는 디카를 충전하고, 나는 물집 잡힌 발가락에 대일밴드를 붙이고, 디카의 SD카드도 갈아끼웠다. 
원래 우리는 오늘 밤에 파두 공연을 보려고 했다. 산타 주스타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가 그 너머 지구로 가면 파두 공연장이 많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가 9시 10분에 집에서 나오는 바람에 산타주스타 엘리베이터는 영업이 끝났다. ㅠ.ㅠ 겨울에는 9시까지만 운영한다고. 다음 날 결국 엘리베이터를 타지만, 비바카드 없이 제 돈주고 타는 거라면 말리고 싶다. 이 엘리베이터에서 볼 건 아무 것도 없다. 
 
영업이 끝난 산타주스타 엘리베이터 | 엘리베이터 뒤에 노숙하는 사람들 

엘리베이터 타지 않고 그 너머 지구로 가기는 자신이 없어서 파두 공연은 포기하고 쇼핑이나 하자고 합의를 봤다. 근처 H&M에서 파격세일을 하고 있었는데, 들어가 스웨터 한벌에 1만원도 안하는 가격으로 두벌 사고, 티셔츠도 샀다. 3벌 합해서 27유로도 안줬다.
타임 아웃 매장 
불금의 리스본 핫플레이스 답다.

그리고 리스본의 핫플레이스라는 타임아웃에 가보기로 했다. 타임아웃은 소드레역에 있다. 소드레역에서 내려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보인다. 겉에서 볼 때는 우범지대처럼 황폐하고 으스스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신세계가 펼쳐졌다. 늦은 시간이라 잡화점은 문을 닫았고 음식점만 영업 중이었는데, 불금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온 리스본 사람들은 다 여기로 온 것 같았다. 로비에는 삼성광고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나는 기념품 매장에서 클라우스 비누를 사고, 상 벤투라는 가게에서 샹그리아 두 잔을 사서 자리를 잡고 마셨다.
 
상벤투 가게 | 상벤투에서 주문한 샹그리아 

S의 설명에 따르면 상 벤투는 포르투에 있는 지명이라고 한다. 샹그리아가 완전 맛있지는 않았지만 저렴한 가격에 분위기에 취해서 홀짝홀짝 마셨다. 그리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소드레 역이었던가? 어느 전철역의 벽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토끼다. 
 
내일이 포르투갈에 온전히 있는 마지막 날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참 긴 여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마지막이라니...

(2017. 1. 6. 카시카이스-리스본-타임아웃)



덧글

  • 앤님 2017/03/14 18:42 # 삭제 답글

    신트라 호카곶은 가이드북에서만 봤어요 포르투만 가서. 리스본은 버스터미널에만 있었는데 사진으로나마 잘 보고 갑니당 ㅋㅋ 상벤투역이라고 포르투에 큰 역이 있어요- 아래쪽 유럽이라 그런가 겨울에도 별로 춥지 않아 보이네요 여름덕후로서 겨울 여행 넘느 대단해보이심...
  • 이요 2017/03/14 19:17 #

    네, 이 날은 정말 따뜻했고(목도리를 풀고 다녔음) 다니는 내내 별로 춥지 않았어요. 하지만 간 땅에서 날씨가 좋은 것과는 별개로 공항 사정이 넘 나빠서 앞으로 겨울 여행은 자제하려구요.
  • 밥과술 2017/03/14 21:22 # 답글

    포르투칼은 뭔가 정겨워 보이는 곳이 많군요. 풍수도 그렇고... 잘 다녀오셨네요.
  • 이요 2017/03/15 09:18 #

    스페인이 화려하다면 포르투갈은 그와 비슷한데 소박한 느낌이 있더라고요.^^
  • 해리 2017/03/15 09:11 # 삭제 답글

    엘리베이터가 건물이 아닌 지층을 뚫고 다니는건가? 너머로 가려면 엘리베이터를 타야한다닛!
    놀랍구만! 아, 포르투갈을 너무 모르니, 별 궁금증이.ㅋㅋ
  • 이요 2017/03/15 09:12 #

    그 엘리베이터는 다음 포스팅에 사진과 함께 상세히 나올 거요. 지층을 뚫는 건 아니고 계단 대신 엘리베이터랄까?
  • 미니벨 2017/03/21 08:53 # 답글

    포르투갈을 안 간 전 바닥 무늬를 보고 마카오를 떠올렸네요. ㅎㅎ
  • 이요 2017/03/22 09:55 #

    마카오가 포르투갈 식민지였다더군요. 저는 마카오엔 안가봐서...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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