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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지름 일기 겸 건강 푸념 살고

 
여름을 맞아 아쿠아 슈즈, 정확히는 블루마운틴 우븐 슈즈를 질렀다. 
작년부터 지르고 싶어 인터넷에서 얌전하게 생긴 우븐 슈즈를 하나 질렀는데, 짝퉁이라 발도 불편하고 정확히는 우븐 슈즈도 아닌 숙녀화 샌들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꼭 제대로 된 걸 신어보자 싶었고, 근처 쇼핑몰에서 여러 브랜드의 우븐 슈즈를 신어본 결과 역시 원조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우븐슈즈의 원조라는 블루마운틴은 신는 순간, 안 신은 것처럼 가볍고 발이 편하고...와 진짜 놀라웠다. 블루마운틴보다 1만원 가량 더 비싼 다른 브랜드의 우븐슈즈를 신어봤는데 훨씬 무겁고 갑갑했다. 
하여 인터넷을 찾아 지른 신발. 요즘 맨발에 잘 신고 다닌다. 그렇다고 완벽한 신발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 살짝 헐거워서 모래나 먼지가 신발 안으로 들어오는 게 문제라면 문제. 그렇다고 한 칫수 작은 걸 신을 수도 없고. 
이 신발을 지르고 난 어느 날, 아디다스의 울트라부스트X에 꽂혀서 인터넷 훑어보다가 일사천리로 아디다스 홈페이지에 회원가입하고 지르기 바로 직전, 남친이 "왜 마라톤 하게?" 해서 정신 차렸다. 18만원이면 우븐슈즈 3켤레는 살 수 있는 돈인데. 내가 마라톤 할 것도 아니고...ㅎㅎ
지난 5월에 뚝섬 벼룩시장 다녀온 후, 6월에 한번 더 갔다. 이번에는 다른 친구들과 갔는데, 첫번째 방문했을 때보다 셀러도 적고 물건도 별로 없어서 데려간 친구들에게 좀 미안했다. 한 명은 그런 도떼기 시장을 처음 보는지 패닉에 빠졌고, 한 명은 인형부터 파우치까지 평소라면 사지 않았을 물건에 지갑을 열었다. 다행히 몇십분이 지나자 다들 정신을 차리고 둘러보기 시작, 나는 또다시 2천원짜리 가방을 샀고(가방 사진은 없네요. 죄송!) 1500원에 저 반지를 하나 샀다. 사진 상으로는 잘 안보이지만 일반적인 실반지는 아니고 구불구불하게 되어 있어 특이하다. 금반지도 아니고 구리반지겠지만, 오래 끼면 색깔도 바래겠지만 하여간 마음에 든다. 반지는 이물감 때문에 오래 끼고 있질 못하는데, 요 정도 실반지는 이물감이 거의 안느껴져 괜찮은 듯.
엄청 돌아다니고 5바퀴 이상 둘러본 것 같은데 산 게 가방과 반지 뿐이라 나중에 확인해보고 허탈. ㅋㅋ 이제 우리는 2천원보다 비싼 옷은 입지 못하는 몸이 되어버렸다. "그거 얼마 주고 샀어?" "1만원." 하면 "싸다!" 대신 "어우 비싸. 무슨 티셔츠가 2천원 보다 비싸냐?" 뭐 이러고 있다능. ㅋㅋㅋ

 

지난 주말 배탈이 났다. 원인이 뭐였을까 돌이켜보면 목요일의 치맥부터 속이 안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 토요일 아침에 전날 말아놓은 김밥을 과하게 먹고 나간 것도 문제였고, 종일 차가운 커피를 3잔 이상 들이 부은 것도 문제, 마지막으로 탕수육을 먹은 게 결정타를 날린 것 같다. 탕수육을 먹고 잠든 밤, 화장실을 족히 10번 넘게 들락거렸다. 그때부터 설사와 오한과 두통과 발열...월요일에 기어 나가서 (병원을 찾으려 했지만 내과 간판이 눈에 띄질 않아) 약국에서 약을 지어먹고 죽 1인분을 3끼에 걸쳐 먹었는데 그 마저도 속이 받아주지 않았다. 설사에 이어 구역질까지. 다음 날, 상태가 더 안좋아져 내과 겸하는 동네 의원을 찾았다. 의사선생님한테 "하룻 동안은 아무 것도 드시지 마세요." 소리 듣고 주사 맞고 약 지어서 왔다. 종일 보리차만 마시면서 약먹고 버텼다. 약도 얌전히 소화시키지 못하고 위로 아래로 다 나왔다. 그렇게 겨우 목요일 아침에 몸이 70% 정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도합 나흘 동안 식욕이 하나도 없었다. 내 인생에 먹는 걸 보거나 냄새를 맡고도 식욕이 안생긴 시간이 나흘이나 지속되다니!! 최장기간이다. 
굶는 것도, 화장실 들락거리는 것도 참을 수 있었지만 온 몸에 힘이 없고, 어디가 아프다고 딱 집어 말할 수 없는데도 온 몸이 아프니까 환장할 노릇이었다. 마감 앞에 두고 한자도 못 쓰고, 종일 누워서 골골댔다. 아파서 누워있어 봤더니 딴 거 다 필요없고 건강이 최고다. 아픈 사람에게 건강한 사람의 충고나 위로 따위는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아프면 안된다 진짜.
하여 나는 지금 커피와 밀가루, 찬음식을 멀리하고 몸 조심 하는 중. 밥 먹는 양도 절반으로 확 줄었다. 이 말을 듣고 기대에 차서 나를 만난 언니가 보더니 첫마디가 "이 나이엔 아파서 굶어도 살이 확 빠지는 건 아니구나."였다. -.-;;
어쨌든 6월까지는 커피도 밀가루 음식도 안 먹기로 결심했는데, 컨디션 나아졌다고 "이건 커피가 아니야, 우유야"하면서 냉장고 속 카페라떼를 이미 한 캔 들이켰다. ^^;;; 그래도 올 여름엔 정말 음식 조심할 거다.

위 사진은 나흘 동안 방구석에 누워있다 정신차리고 국회도서관 간 날, 국회 연못에 저런 두루미(가 맞나? 잿빛이라 두루미인지 학인지 뭔지 모르겠다)가 떡하니 바위에 서 있었다. 처음엔 우리 둘다 조각인가? 진짠가? 하며 봤는데, 날개를 펴더니 날아다닌다. 헐...진짜였어. 저렇게 큰 새가 이런 작은 연못에 내려앉다니! 자기가 알아서 찾아온 건가? 국회에서 사서 방생한 건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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