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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자본론 읽고

지적자본론
마스다 무네아키 지음
이정환 옮김
민음사

처음에 제목만 들었을 때는 어려운 책이겠군 했다. 그러다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라는 부제를 보고 디자인 서적인가 싶었다. 그런데 페북에서 '나만 알고 싶은 책'이라며 여러 사람이 추천하더라. 알고보니 이 책 덕분에 코엑스에 별마당이 생겼다고 한다. 요즘 우리나라에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는 도서관 형태의 인테리어가 다 이 책의 영향이란다. 타츠야 서점을 운영하는 CCC의 사장이 쓴 책이다. 타츠야는 요새 기노쿠니야를 이길 정도로 어마어마한 기세로 세력을 넓혀가는 일본의 서점 브랜드다. 책만 파는 건 아니고 CD, DVD 등도 함께 판다.
막상 책을 받아보니 매우 얇고, 몇 시간이면 거뜬히 읽을 수 있다. 페북의 추천사들 덕분에 기획에 대한 멋진 이야기를 접할지도 모른다며 기대에 차서 읽었지만, 그냥 타츠야의 성공기다. 그닥 새로울 것도 없고, 맨날 들었던 이야기. 
'지적자본'이란 '재무자본'에 대비되는 말로 개인 하나하나의 전문성을 말한다. 만들어 놓기만 하면 팔렸던 1세대, 고객을 어떤 장소로 끌어들여 팔았던 2세대를 거쳐 이제는 상품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야 팔리는 3세대가 되었고, 이런 시대에 직원 개개인의 지적자본은 경쟁력이며, 그러므로 개개의 사원이 제안자(=기획자=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책표지에 나오는 '디자이너'란 시각디자이너가 아니라 제안자(혹은 기획자)라는 뜻이다.
30년전 오사카에 츠타야 서점을 열 때부터 저자의 생각엔 변함이 없었고, 그 1p짜리 기획서를 지금까지 현실화시켜왔다고 한다. 
나는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획도 중요하지만, 그걸 현실화시키는 뚝심, 영업력, 인내심 등이 더 필요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 요즘 컨설팅이니 뭐니 머리 쓰고 입만 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그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는 건 기획력만으로는 어림없다. 실행력은 있는데 아이디어가 없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크게 도움이 되겠지만, 실행력 없는 사람에게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게다가 원전(=이 책)에선 휴먼 스케일의 중요성을 설파하는데, 그걸 벤치마킹한 별마당에는 휴먼 스케일을 넘어서서 사람이 올라가지도 못하는 저 꼭대기에는 진짜 책이 아니라 목업을 꽂아놓고 있다는데...어쩜 베끼는 것마저도 이렇게 한국스러운지.
기대에 못 미치는 책이었지만 쓸만한 이야기가 제법 있었다. 특히 책 한권 한권이 하나 하나의 제안이라는 발상은 신선했다. 하코다테 츠타야 서점 가보고 싶다.


밑줄긋기
11_ 실패만으로는 배울 수 없습니다. 성공을 해 봐야 배울 수 있지요.
13 _ '세계 최초의 서비스'라는 판촉 문구의 배후에는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라는 변명이 감춰져 있는 경우가 적잖다.
19 _ 사람들이 수단과 목적을 착각하는 이유는 그쪽이 편하기 때문이다. 행복이 목적이라고 하지만 그 행복이 무엇인지에 관해 지속적으로 자문하고 고민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래서 무의식중에 간단히 그 크기를 측정할 수 있는 금전 쪽으로 목적을 바꾸어 버리는 것이다.
29 _ 사실은 '편하다'라는 단순한 감각이 매우 중요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사회에서 물리적인 장소에 사람을 모으려면 인터넷상에는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의식적으로 도입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바람이나 빛, 그리고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편안함'이지요. 
50 _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이 중요하다. 디자인은 가시화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즉 머릿속에 존재하는 이념이나 생각에 형태를 부여하여 고객 앞에 제안하는 작업이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결국 '제안'과 같은 말이다.
71 _ 이노베이션은 언제나 아웃사이더가 일으킨다. 따라서 비즈니스 세계에 몸을 둔 사람은 아웃사이더 의식을 가져야 한다.
119 _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고 "그런 꿈같은 일을..."하며 비웃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런 비난이 더 우습다. 사실은 '꿈만이 실현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꿈꾸었던 것이 현실 세계에서 나타나는 것, 그것이 이노베이션이다. 어느 누구의 꿈에도 나타난 적이 없는 것은 절대로 실현될 수 없다.
136 _ "사랑이란 서로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 직렬형 관계 속에서는 '마주 보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부하 직원은 상사를 보고, 상사는 부하 직원을 본다. 그것에 만족하면, 진정한 의미의 신뢰나 공감은 탄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처럼 폐쇄된 관계에서는 자유로운 발상 또한 나올 수 없다.
142 _ 지적자본이 대차대조표에 실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상쾌함과 고양감은 숫자로 측정할 수 없다. 수량화 할 수 없는 감각이야말로 행복과 가까운 것이 아닐까.
143 _ 내가 '휴먼 스케일'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것이 효율적이어서가 아니라 행복에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162 _ 내가 생각하기에 부산물은 무엇인가를 만들어 낸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당연하다. 산물이 없으면 부산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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