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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영화 보고

7월에 본 영화 : 보이후드, 7호실, 플립,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불한당, 프리키 프라이데이, 군함도, 리얼 (총 8편)

12년을 관통해 보는 인생, 사람들이 좋다고 할 때는 이유가 있는 법 
보이후드 (리차드 링클레이터 | 엘라 콜트레인, 패트리샤 아퀘트, 에단 호크, 로렐라이 링클레이터)
좋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다. 6살부터 18살이 될 때까지 뭐하나 특별할 것도 없고 평범한 인생이 흘러가는데, 이렇게 사람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 있구나! 비포 시리즈로 같은 배우로 몇년 씩 건너뛰며 영화 찍는데 일가견이 있는 리차드 링클레이터는 이번에도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영화를 찍었다. 그 영화를 통해 관객은 인생을 본다. 맨날 투닥대는 남매, 결혼하고 이혼하고 또 결혼하고 이혼하고 공부를 하고 교수가 되는 엄마, 비록 이혼했지만 아이들에게는 재밌는 아빠 등등 나오는 인물들이 진짜 이들 가족 같고, 무엇보다 엄마의 인생이 어찌나 짠한 지....결혼하여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이루는 여자의 삶이란 저렇겠구나 무한 공감하며 봤다. 사람들이 좋다고 할 때는 다 이유가 있는 거였다. 

7호실 (이용승 | 신하균, 도경수, 김동영)
부천영화제 개막작. 사방 50m 안에 드글드글한 도경수 팬들과 함께 봤다. 마지막이 너무나 마음에 안들지만(그는 범죄자라고! '살인'이라고까지 할 수 없어도 죽음의 원인제공자라고! 근데 눈물 한방울로 너무 쉽게 면죄부 주는 거 아니니?), 한때 잘나갔으나 이제는 퇴락한 압구정동 DVD방을 배경으로 우리나라 부동산과 자본주의에 대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젠트리피케이션도 문제지만, 그렇게 높은 줄 모르고 임대료가 솟다 퇴락해버리는 상권도 문제다. 부동산업자, 건물주, 세입자, 알바 등 각각 다른 계급 사람들의 저마다의 상황과 문제, 욕망이 섬세하게 드러난다. 나는 마지막에 운동화 신고, 번쩍거리는 힙합점퍼 입고서 전단지 돌리는 퇴직한 교감선생님이 젤로 불쌍했다. ㅠ.ㅠ

플립 (로브 라이너 | 매들린 캐롤, 캘런 맥오리피)
7년이나 지나 개봉했는데, 의외로 선전했던 영화. 로브 라이너가 언젯적 로브 라이너냐! 아직도 영화 만들고 계시다니 대단. 이 영화는 어린 시절 이웃으로 이사온 남자애를 좋아하게 된 여자애의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인데, 인터넷의 수많은 호평만큼 좋지는 않았다. 구식이기도 하고 지루한 부분도 있고. 하지만 앞부분 보다 뒤로 갈수록 좋았고, 특히 서로 계급이 다른 남자애와 여자애의 집안 분위기를 보여주는 장면들이 괜찮았다. 두 가족이 식사하던 장면에서 보이던 남자애 아빠의 우월감과 콤플렉스 대박이었고, 여자애가 아빠와 함께 삼촌 보러 갔던 장면도 잊기 힘들 것이다.  

섣부른 위로보다 나은 영화, 사람들이 좋다고 할 때는 이유가 있는 법2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케네스 로너건 | 케이시 에플렉, 루카스 헤지스)
보고 싶어서 수소문 끝에 구해놓고는 몇달을 처박아놨다. 초반부만 3번을 돌려본 것 같다. 인디영화스럽고 불친절하며 뚝뚝 끊어지는 장면들. 이 영화 보려면 정신 좀 맑을 때 봐야겠다 싶어 3번 다 껐다가, 드디어 4번째 시도만에 다 봤다. 
혼자 사는 삼촌이 형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조카를 떠맡게 되는 이야기라고 했을 때 기대하게되는 모든 것을 배반한다. 제 멋대로인 싱글남과 반항적인 조카는 티격태격하다 대판 싸우고, 가출하고, 그러다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그 안에 적정량의 코미디와 눈물 한 스푼이 양념으로 들어가게 마련인데....이들은 너무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어 일반적인 위로나 공감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사람이다. 
영화 끝까지도 그는 구원받지 못하고, 성격이 변하지도 않을 것이며, 저렇게 살아갈 것만 같은데...희한하게도 그게 가짜 위로나 당의정같은 겉치레 말보다 훨씬 더 위안이 되더라는 말이다. 세상에 치유될 수 있는 상처만 있는 건 아니고,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 영화가 어떤 다른 영화보다 위로가 될 것 같다. 사람들이 좋다고 할 때는 다 이유가 있는 거다.
 
불한당 (변성현 | 임시완, 설경구, 전혜진, 김희원, 이경영)
후배가 뒤늦게 <불한당>을 보고 임시완에 꽂혀서 만날 때마다 임시완과 설경구 이야기를 귀가 닳도록 하기에 어떤 영화인가 싶어 봤다. 
첫 장면 죽였다. "대체 뭐라는 거야?" "빵"에 깜짝 놀랐다. 오호..허투루 만든 영화가 아니구나. 푹 빠져서 보니 진짜 새끈하고, 욕심껏 장면들을 연출했다. (감옥에서의 식사, 예수의 최후의 만찬 같은 구도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다만 너무나 무간도스럽고, 신세계스럽고, 잔인하다. 신세계와 무간도를 베꼈는데 그것과 차별화되어야 하니 인물들은 하나 같이 극악하고, 상황은 이중 삼중으로 꼬여있다. 그러다 보니 현실성은 눈꼽만큼도 없고, 끝간데 없이 잔인해진다. 끓는 기름 붓고, 아무데나 막 총쏘고 이런 거 이제 좀 그만했으면 좋겠네. <무간도> 아류도 그만하고. 한국 경찰이...웃기잖아? 말도 안되고.  

프리키 프라이데이 (마크 워터스 | 제이미 리 커티스, 린제이 로한)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보기 시작해서 초반 10분 동안은 이게 뭐하는 영화인가 했다. 알고보니 엄마와 사춘기 딸이 몸이 바뀌는 이야기였다. 엄마는 재혼을 앞두고, 딸아이는 밴드 오디션을 앞두고 몸이 바뀌는데...이야기도 깔끔하고 재밌었다.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는 종이 한장 차이?
군함도 (류승완 | 황정민, 소지섭, 김수안, 송중기, 김민재, 이경영, 이정현)
<불한당>에서 <무간도>와 <신세계>의 기시감을 느꼈다면, <군함도>에는 <부산행>, <설국열차>, <명량>이 짬뽕되어 있다. '아버지의 딸 구하기'라는 줄기는 <부산행>(심지어 딸내미가 같은 배우임), 이경영과 송중기의 역학관계는 <설국열차>, 떼거지로 나온 백성들과 이정현은 <명량>을 상기시킨다.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가져와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국뽕영화라기보단 헐리우드 대작 액션 영화에 가깝다. 마지막 스펙터클을 보면 약간 헛웃음이 날 정도로 헐리우드 액션 영화다. 하긴 류승완의 장기는 액션이었지.  
왜 많은 사람들이 이토록 <군함도>를 까는지 궁금했는데, 영화를 보고 좀 알 것 같았다. 이 영화에는 촛불집회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있다. 정신적 지주를 쳐낸 후 새로운 대장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든다. 그 장면은 분명히 촛불집회를 통해 대통령을 탄핵한 국민들에게 바치는 장면일테지만, 보고 있으면 묘한 감정이 든다. 보고 자랑스러워할 사람만 바뀌었달뿐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CJ가 아부해야 할 대상이 바뀌었을 뿐) 태극기 앞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장면과 이 장면이 본질적으로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 장면과 저 장면이 '애국'으로 묶일 수 있다는 것, 결국 '국뽕'으로 매도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불쾌함을 자아낸다. 그래서 이 영화가 아마 먹어야 할 욕보다 더 많은 욕을 먹고 있지 않나 싶다. 나는 그런 사실을 깨닫게 해줘서 의미가 있다 싶기도 하다. 
영화 보는 내내 배우들이 넘나 고생했겠다는 생각이 들고, 김수안 배우는 정말 잘한다. 영화 내용에 관한 것은 아래 글이 내 생각과 100% 일치한다. 

학춤에 낚였어...ㅠ.ㅠ
리얼 (이사랑 | 김수현)
하하하하, 내가 이 영화를 본 건 순전히 이 블로그 때문이다. (나만 당할 수 없지, 클릭해 보세요!) 
와..정말...괴랄한 영화다. 이 영화 개봉하고 욕하는 댓글이 쏟아질 때, 나는 그 중에 영화 안보고 쓰는 사람도 많을 거라 추측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글이라도 남긴 사람들은 멘탈이 덜 털린 강철멘탈의 소유자들이었고, 다 털려서 아무 말 하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았겠다 싶다.
영화긴 영화냐고 누가 묻던데...90년대 초반에도 보기 힘들었던 종류의 영화다. 영화과 신입생에게 엄청난 돈과 김수현을 주면 이렇게 찍어놨을 것 같은 영화다. (남친이 이 영화에 대해 올리는 것은 스너프 필름이 나쁘니까 보지 말라고 올리는 것과 같다며 리뷰 쓰지 말라고 했는데, 무려 2시간 17분 동안 열대야에 꾸역꾸역 끝까지 본 내가 불쌍해서 안 올릴 수가 없었다.) 




덧글

  • 앤님 2017/08/07 00:10 # 삭제 답글

    보이후드 예전에 봤다면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보다 나갔을것 같아요 ㅋㅋ서너커플이 중간에 나갔던 기억이..
    영화 너무 좋았어요.. 끝나고도 한참 앉아있었고 전 엄마한테 넘나 감정이입한것 ㅋㅋㅋㅋ왜 ㅋㅋㅋ남자도애도없는주제에 ㅋㅋㅋ
    꼬마의 역변은 슬펐지만ㅋ큐ㅠㅠ 감독형 집착에 박수를 보냅니다
  • 이요 2017/08/07 10:42 #

    앤님 덕분에 늦게라도 좋은 작품 잘 봤습니다. 저도 엄마한테 무지 감정이입하며 봤습니다.
  • 키드 2017/08/10 11:37 # 삭제 답글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제가 (아직까지는)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좋았습니다. 아내가 길에서 만나서 미안하다면서 펑펑 울때 진심 저도 어깨 들썩이면서 울었다능;; ㅎㅎ 주인공 케이시 에플랙 성추행 사건만 없었으면 영화가 더 많은 사람들한테 더 좋은 평가를 받았을 텐데 그 점은 참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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