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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 읽고

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
이랑 | 달

요 근래 읽은 에세이 중 가장 좋았다.
이랑은 <신의 놀이>라는 뮤직비디오로 알게 된 뮤지션으로, 어쩜 이런 음악을 만들 수 있나 대단하다 생각했었는데, 이후 한국대중음악시상식인가에서 트로피를 받고, 이거 경매해서 월세와 바꾸겠다는 발언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었다. 
책을 읽어보니 뮤지션일뿐만 아니라 영화도 만들고 시나리오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다방면의 예술가였다. 표지에 나오는 저 그림도, 내지 사이사이에 나오는 툰도 전부 자신이 그렸다.
시작부터 읽어나가는 내내 '정말 매력적이고 솔직한 사람이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와..어쩜 이렇게 솔직하지? 어쩜 이런 생각을 다하지? 하면서 읽었다. 더불어 나의 삶과 과거들이 계속 소환되면서 잊어버렸던 기억들까지 떠올랐다. 좋은 책은 항상 그렇다. 작가의 글을 읽고 있지만, 나의 경험이 떠오르고, 내가 겪었던 것들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이 작가는 열여섯살에 집을 나와 '페이퍼'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자기 밥벌이를 자기가 해왔다. 한예종에서 이창동, 김영하 등에게 배웠고, 예술을 하며 살자니 학교 다닐 때는 작업실에서 살고 학교 나와서는 친구 집을 전전하고 지금은 망원동 월셋방에 산다고 한다. 이 친구의 아빠와 엄마 이야기를 읽을 때면 자연히 우리 부모 생각이 났고, 동생이 아파서 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큰 것과 아직도 가족들과는 친하지 못하며 그 덕분에 사람을 무척 좋아한다는 사실들이 다 마음에 와닿았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알바하면서 예술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의식을 완전히 벗어던졌고, 그때 같이 일했던 언니들과 지금도 만나 맛있는 밥을 먹는다는 이야기나 열일곱 때 만난 남자친구의 회사에 가서 밥도 얻어먹고 책도 읽고 엠티에도 따라갔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둘 다 "와..그때 나 미쳤었나봐" 같은 추임새와 함께 적혀 있는데, 어릴 때, 사회생활 1도 모를 때, 나도 얼마나 엄청난 짓들을 했는지 생각나고, 그럼에도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 싶다.
영화 만들면서 자기는 민폐만 끼치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부분이 좋기도 하고, 그렇게 뚝딱 영화를 만드는 태도가 부럽기도 했다.
최고는 '나머지 열세명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는 에세이. 애인 3명에 대한 회고담인데, 맨 마지막줄이 '위의 세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애인들은 내가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로 끝난다. ㅋㅋㅋ 이런 솔직함이라니!
페이지마다, 들출 때마다 공감을 하거나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에세이였다. 참 좋았다. 




덧글

  • 죠죠 2017/08/06 20:49 # 삭제 답글

    아 페이퍼에 그림 그리던 학생이 이렇게 컸나요...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네요
  • 이요 2017/08/07 10:48 #

    페이퍼 때부터 봐오셨군요? 읽으면 감회가 남다르겠어요.
  • ㅇㅇ 2017/08/07 13:45 # 삭제 답글

    책 제목이 특이해서 한번 봐야지 봐야지 하다 잊고 있었는데 이요 님 덕에 다시 찜해뒀습니다. 책 소개도 참 맛깔나게 잘 쓰셔서 어지간한 보도자료보다 좋은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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