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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들은 우리를 파괴하는가 읽고

왜 그들은 우리를 파괴하는가
이창무, 박미랑 지음
메디치

내가 이제껏 읽었던 범죄심리에 관한 책들은 거의 대부분 프로파일링이나 연쇄살인에 관한 책이었다. 이 책 또한 제목만 보고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 읽었는데, 아니었다. 굉장히 다양한 모든 범죄를 다 다룬다. 강도, 살인, 성범죄는 물론 사이버 범죄, 금융범죄, 마약, 청소년 범죄까지 사회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범죄를 다룬다. 다양한 범죄를 다루다 보니 이야기가 좀 더 심층적으로 이루어졌으면 싶을 때 딱 끝나는 챕터가 몇군데 있어 아쉬었지만, 굉장히 유용하고, 내가 몰랐던 사실도 많고, 의문스러웠던 것들이 풀리기도 했다. 
범죄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통계자료와 이론을 가져와 설명하니 신뢰도 높고, 특히 남녀가 함께 쓴 책이라 무척 마음에 든다. 만약 성범죄 쪽을 남자가 썼다면 이토록 생생한 분노와 잘못된 판결에 대한 비판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출판사에 저자 컨택을 잘해서 편집한 책이라는 느낌이 든다.
읽다보면 돈이나 지위에 취약한 판결과 법에 대해 분노하게 되고, 여성과 남성의 차별에 대해서도 분노하게 된다.
마리화나는 담배보다도 중독성이 약하다는데 왜 합법화되지 못하나 궁금했는데, '게이트 이론'이라고 마리화나가 합법화되면 그 다음 줄줄이 강한 마약들도 합법화되면서 무너지게 되기 때문에 막는 거란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부산 중학생들 폭행사건 때문에 시끄러운데, 저자는 청소년 범죄 처벌을 강하게 하는 것은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청소년 폭행 가해자는 거의 대부분 부모의 학대를 받는 아이들이니 부모부터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정말 많이 공감이 됐다. 무죄는 이노센트(명백히 무죄)와 낫 길티(증거가 없어 무죄) 상황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강간 사건 중 80% 이상이 피해자의 입을 막을 목적으로 자행되며 10% 정도만이 강간을 위한 강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강간 상황에서는 도망칠 수 있는 한 도망치는 게 최선책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이버 범죄의 경우 더치트, 사이버캅에서 계좌번호 검색을 해보고, 되도록이면 선금을 넣지 말고 직접 만나 물건을 확인하고 돈을 건네는 것이 안전하다고 한다. 이런 범죄에 대응하는 실용적인 부분도 알게 되어 좋았다.

밑줄긋기
8 _ "테러범죄는 극장이다"라는 말이 있다. 테러는 희생자를 보고 두려움에 떠는 관객, 즉 '산 자'를 노리는 범죄다. 목적은 명확하다. 우리의 두려움을 이용해 자신들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함이다. 모든 범죄는 근본적으로 테러와 같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두려움을 이용해 목적을 달성하고 피해자를 만들어낸다. 
20 _ 즉 가족이나 아는 사람들 사이의 살인은 주로 주말, 야간, 실내라는 환경에서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 발생하며, 또한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술을 마시거나 약물을 복용한 상태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21 _ 사실 출발점에서는 폭행과 살인 사이에, 또는 강도와 강도살인 사이에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 즉 범죄동기는 비슷한데, 다만 얼마큼 흥분한 상태냐, 피해자의 저항이 얼마나 강하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다르다.
63 _ 피해자들은 가해자로 선임병을 지목하는데, 가해자로 지목된 선임병들의 80% 이상이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었다. 범죄 가운데 범죄 피해자가 가해자로 전환되는 비율이 이렇게 높은 범죄는 없다. 이처럼 피해자가 가해자로 전환되는 데 필요한 조건이 있다. 바로 계급의 상승이다.
71 _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범죄라는 것이 원래 비겁하다. 자기보다 약하거나 만만한 상대만 골라 피해를 입힌다. 흉기로 위협하거나, 아니면 머릿수로 해결한다. 그래서 조직폭력은 그 자체가 비겁함의 상징이다. 
76 _ 너무 굳어버린 이 세상의 많은 부모들에게 큰 기대를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부모들이 더 이상 비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에게는 함부로 못 하면서 자기 자식은 아무렇게나 다루는 비겁함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그 어떤 경우에도, 애정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학대란 존재하지 않는다. 나 자신을 포함한 대부분의 부모들이 스스로의 비겁함을 깨닫고 부끄러움을 느낄 때, 그리하여 자녀들만큼은 더 이상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자신의 선에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자 할 때, 그때에야 비로소 학교폭력을 비롯한 청소년 범죄의 벽이 무너질 수 있을 것이다.
103 _ 청소년 범죄는 1990년대 후반부터 급속한 감소 추세를 보인다. 그 시기는 초고속 인터넷이 대거 보급되고 컴퓨터게임이 청소년의 놀이문화로 확실하게 정착한 때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밖에서 놀던 청소년들이 컴퓨터게임을 하러 집이나 PC방으로 들어간 것이다. 
111 _ 형벌을 통해 범죄를 억제하려면, 기본적으로 형벌이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죄에 맞는 엄격성도 가져야 하고, 죄의 경중을 떠나 잘 붙잡혀야 하고(확실성), 처벌이 주어지는 시간이 빨라야 한다.(신속성) 세 가지 요건 중 범죄자로 하여금 재범을 단념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엄격성이 아니라 확실성이다. 붙잡히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122 _ 마약 단속에 소요되는 미국의 정부 예산은 연간 300억 달러가 넘는다. 그렇다 보니 이를 빈곤층 감소나 교육을 위해 활용한다면 마약 수요를 훨씬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182 _ 판사들은 유죄판견을 내리는 데 두 가지 통로를 이용한다. 하나는 부자들 전용 통로고, 다른 하나는 가난한 사람들 전용 통로다. 가난한 사람들 전용통로는 중간에 빠져나갈 곳 없이 신속하게 교도소로 데려가는 데 반해, 부자들 전용통로는 느리게 움직이는 데다 중간에 많은 역과 빠져나갈 출구가 무수히 존재한다. (필립 하트)
184 _ 피해액만 놓고 보면 의료보험 부정사건의 피해가 절도 피해의 10배에 이르는데도, 의료보험 부정사건의 경우에는 37.7%가 실형 선고를 받는 데 반해 절도의 경우에는 실형선고를 받는 비율이 무려 79.2%에 이른다. 미국에서 이른바 '돈이 없어 저지르는 범죄(가난한 사람들의 범죄)'와 '더 많은 돈을 벌려고 저지르는 범죄(부자들의 범죄)'에 대한 법의 심판이 크게 차이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26 _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라이언 젠킨스는 "테러리스트의 공격은 국제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 철저하게 연출된 행위다. 테러리즘은 실제 희생자가 아니라 구경하는 사람들을 노린다. 테러리즘은 극장이다"라고 테러리즘을 정의했다.
236 _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혹은 보안검색에 들어간 예산의 일부분을 아랍권을 비롯한 낙후되고 소외된 지역 어린이들의 민주화 교육에 지원했다면 훨씬 많은 테러를 방지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
255 _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해방 직후에 가장 심각한 절도는 소를 훔치는 것이었다. 소가 생업의 필수적인 도구였기 때문이다. 자동차 절도가 많아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한때는 택시강도가 중대한 사회문제로 부상한 적도 있다. 지금도 간혹 택시강도가 발생하곤 하지만, 이전과 비할 바가 아니다. 새로운 사회현상의 도래는 반드시 새로운 양상의 범죄를 낳게 마련이다. 사이버 범죄 역시 새로운 형태의 또 다른 범죄일 뿐이다.
298 _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사건의 판결문과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판결문이 이렇게 다르다. 가정폭력을 일삼던 남편을 죽인 아내에게는 "왜 이혼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하고, 아내를 때리다가 결국 살해까지한 남편과 그의 손에 죽은 아내에게는 "신고나 이혼을 하지 않고 가정폭력을 인내해온 여성의 처신은 곧 헌신"이라 표현하고 있다.
304 _ 더욱이 피해자는 가해자가 남편이나 남자친구일 경우 자신이 당한 일은 강간이 아니라고 믿는다. 또한 성적인 학대 사실을 축소하거나 잊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남편과 경험한 성관계가 매우 강제적인 것이고 실제로 강간이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시점은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이 지나 상황을 돌아봤을 때인 경우가 많다.
326 _ 그렇다면 '강간범에 대한 저항'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신체적이고 물리적인 저항도 좋다. 때리고, 차고, 손톱으로 꼬집고, 무기로 쓸 수 있는 모든 것으 동원하여 저항하는 것이 실제 강간 성공 비율을 낮췄다. 그리고 또 하나 명심할 것이 있다. 적극적으로 도망쳐라. 빌거나, 울거나, 범인을 설득할 수 있다는 착각은 버리는 게 좋다. 더 큰 자극을 낳을 수도 있고, 결과적으로 그다지 효과적이지도 않다.
339 _ 알코올을 섭취하면 '사람을 때리면 안 된다'는 이성적 판단이 일부 마비되면서도 '나는 저것보다 강하다'는 사고만큼은 정상적으로 한다고 한다.
371 _ 2011년 형사정책연구원 박형민 박사는 국내에서 낙태 시술은 가출청소년이나 미혼모가 아닌 정상적인 부부들에 의해 가장 많이 이루어진다고 밝혔다. 의료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이들의 아이는 영아살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부부는 아이를 포기해야 할 때 영아살해가 아니라 의료제도를 활용하고 있었다. 즉, 의료제도를 활용할 수 없는 이들이나 가족제도나 복지제도에 기댈 수 없는 이들이 영아살해범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묻자. 영아살해, 누가 아이를 죽였고 누가 방조했는가?





덧글

  • 우굴루수 2017/09/13 12:42 # 삭제 답글

    마리화나는 담배보다도 중독성이 약하다는데 왜 합법화되지 못하나 궁금했는데
    --> 피우는 물건이기에 다른 피우는 물건인 담배와 비교를 하시는 것 같은데, 정작 효과는 담배와는 정 다른, 술과 비슷한 depressant 임

    '게이트 이론'이라고 마리화나가 합법화되면 그 다음 줄줄이 강한 마약들도 합법화되면서 무너지게 되기 때문에 막는 거란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 와, 제가 이해하기론 이 30년대 쉰내나는 이론은 마리화나가 stepping stone / gateway 역활을 하는 마약으로서, 이것의 사용을 계기로 다른 강한 마약들도 손대기 시작해 결국 니 인생막장길~이란게 주요였던건데, 이게 근대로 오면서 과학적으로 debunk 되기 시작하니까 전략을 검증/반론이 힘든 정치공학적으로 바꿔서 이젠 '합법화'가지고 장난질인건가요?
    --> 그리고 이미 마리화나보다 더 더러운 강한 마약들이 합법적으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데요? 히로뽕이 주원료인 강력한 ADHD 치료제들; 요즘 미국 headline 상 아주 핫한, 한세기전 중국에서 아주 인기 많았던 아편이 주원료인, Oxycontin/Fentanyl 으로 위시되는 진통제들. 요것들은 어떻게 설명될려나요, 이 이론 상?
    --> 아무리 봐도, 웃기지도 않는 ㅄ 이론임.

    저자는 청소년 범죄 처벌을 강하게 하는 것은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 글쓴이가 pre-internet 시대 청소년과 internet 시대 청소년의 본질적 차이를 집고는 넘어가나요?
  • 이요 2017/09/13 13:48 #

    궁금하시면 책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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