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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8일 : 자이승 전망대 살고

CODE에서 점심을 먹고 나와 자이승 전망대에 가기로 했다. 몽골어를 모르니 버스는 언감생심, 택시를 타기로 했다. 카페 앞 도로가에 서서 택시를 잡는데, 문제는 뭐가 택시인지 모르겠다는 거다.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택시를 딱 한번 봤다. 우리 호텔 건너편 주차장에 몇대의 택시가 서 있는 걸 본 적이 있다. 택시들은 하얀 바탕에 녹색 선이 그어져 있었다. 
그런데 그 택시들을 도로에서 본 적이 없다. 도로에는 전부 승용차만 다닌다. 택시가 없는 걸까? 그런데 주변을 보니 우리 말고도 택시를 잡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잡아서 타고 가는 차는 외견상으로는 승용차와 다를 바 없다. 대체 그들은 무슨 표식을 보고 차를 잡는 걸까? 안에 미터기라도 달려 있는 걸까? 열심히 관찰했지만 우리는 그 차이를 알 수 없었다.
10여분을 애타게 택시를 잡다가, 드디어 감을 잡게 된다. 울란바토르에도 택시가 있을테지만 그 수가 현격히 적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승용차를 가지고 나와 불법 택시 영업, 즉 나라시를 뛴다. 그때부터 우리는 무조건 팔을 들었고, 결국 승용차 한대가 섰다. 자이승이라고 하자 바로 알아들으시고 자이승 기념관으로 향했다.
승은이는 혹시 아저씨가 바가지를 씌울까봐 무지 걱정을 했다. 구글맵을 켜서 아저씨가 빙빙 돌아가지는 않는지 감시했고, 보통 시내에서 자이승 전망대까지는 5천투그릭을 받는다는데 혹시 더 부르지 않을까 걱정걱정. 그러나 아저씨는 제대로 우리를 데려다 줬고, 5천투그릭이라고 말했다. 5천투그릭을 드리고 내렸다.
 
도로 분기점의 낙타 조형물 | 자이승 전망대 밑의 부조

자이승 전망대 올라가는 길은 두 군데인데, 오른쪽으로는 기슭까지 도로가 나 있어서 차가 올라갈 수 있고, 왼쪽에는 처음부터 계단이 있다. 아저씨가 왼쪽으로 올라갈까 오른쪽으로 올라갈까 물은 것 같은데, 우리는 몽골어를 몰랐기에 대답을 못했고, 아저씨는 우리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 보고 계단 앞에 세워주셨다. 계단이 어찌나 까마득하던지....!! 
계단을 한참 올라가서야 오른쪽으로 차를 타고 올라올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까마득~한 계단. 저걸 다 올랐음!!!
그 계단 위에 저런 식으로 자이승 전망대가 서 있다.

승은이는 역시나 또 걱정. 자이승 전망대에 울란바토르 시내 소매치기들이 다 모여있다는 소식을 인터넷으로 접한 것이다. 가방을 앞으로 매고 조심해야 된다고 일렀다. 그러나 올라가보니 소매치기는커녕 사람 자체가 몇 명 없어서 그 사람들 안에서 소매치기하려면 되게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ㅋㅋ
자이승 전망대 전경 

숨을 헉헉대며 올라왔지만, 막상 올라오니 진짜 좋았다. 공산주의 국가 특유의 거칠고 힘있는 벽화와 부조도 멋졌고, 원형 벽화들 사이로 이어진 띠를 통해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파노라마도 좋았다. 이래서 쓸쓸하거나 스트레스 받을 때면 매번 자이승 전망대에 올라간다는 한국 유학생들의 글이 있었구나 싶었다. 나라도 그럴 것 같다.
말이 필요없다. 보시라!
전망대 뒤의 낙서. ㅋㅋ
전망대 올라오기 직전 광장에는 이렇게 어린이 놀이기구도 있다. 
어디가나 놀이기구와 놀이터가 넉넉한 몽골.
올라오는 길에 어마어마하게 큰 금불상을 보았는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그 어마어마한 규모가 잘 느껴지지 않음.

사실 전망대 앞쪽으로 보이는 풍경은 전부 공사판이거나 아파트 등 도시풍경 뿐이라 아름답다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전망대 뒷편으로 가면 몽골의 산이 펼쳐져 있어 볼만하다. 우리는 실컷 전망을 즐기고, 사진을 찍고, 내려와서 중간 광장에서 이번에는 옥상 위에 올라가 있는 게르를 발견 "저 게르는 월세 얼마인가요?"하면서 부동산 놀이를 했다. ㅋㅋ
그렇게 보고 내려오는데, 계단 중간에서부터 앞 시야를 가리는 크나큰 건물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건물 생긴 게 딱 요즘 우리나라 대형 건축물 같아서(정확히는 연세대병원과 비슷하게 생겼음) 이건 빼박 한국 건설사에서 짓는 거다 싶었는데, 매의 눈 해리가 공사장 유리에 한글로 된 위험안내문을 발견했다. 역시 한국 건설사였어!
바로 앞의 이태준 열사 공원에 갔을 때, 연대 동문회가 이 공원 조성에 큰 힘을 보탰다는 걸 알게 됐다. 어쩌면 저 건물이 이 공원을 조성하는 댓가로 얻은 부지 위에 세워진 거 아닐까? 연대병원을 지은 건설사와 같은 건설사가 짓고 있는 것 아닐까? 건물주는 연세대가 아닐까? 혹시 대형병원이 들어서는 것 아닐까? 무수한 추측들을 해봤다. 그러고 있자니 승은 왈 "언니들하고 여행 다니니까 여행지 건물에서 이런 식의 생각도 가능하군요. 정말 신기해요."라고. ㅋㅋ
 
계단에서 시야를 방해하는 건물 | 저 건물의 앞면은 이런 식으로 자이승 전망대를 막고 있다.
공사중인 큰 건물 뒤에는 힙한 모양의 쇼핑센터도 있었다.
그 앞에는 탱크로 모스크바까지 진격했다는 기념비 같은 게 서 있었다.

우리는 기념비 및 원형광장에 서서 취권하는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ㅋㅋ 스타트는 해리가 했는데, 저기 들어가보면 그냥 막 포즈를 취하고 싶어진다고 한다. 그럴까봐 나는 안들어갔다. ㅎㅎ
자이승 전망대에서 도로를 건너면 이태준 공원이 나온다.

이태준 공원은 몽골 여행기의 마지막편에서~
 

덧글

  • 해리 2017/11/14 08:56 # 삭제 답글

    아무리 찾아도, 그 신축건물의 건설사는 찾을 수 없었어. L건설이 울란바토르에 뭘 한다고는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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