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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8일 : 이태준 공원 & 먹쉬돈나 살고

드디어 마지막 여행기다!!! ^^
자이승 전망대를 보고 내려오면 길 건너 이태준 공원이 있다. 아주 작고 고즈넉한 곳인데, 우리나라 패키지여행자들이 필수코스로 들러 가는 곳인듯, 우리가 가 있는 동안에도 관광버스가 왔다. 생각해보니 무료인데다 깨끗한 수세식 화장실이 있으니 패키지 상품에 꼭 있을만하다. 
난 처음에 이태준이라길래 <달밤>을 쓴 작가 이태준인줄 알고 매우 좋아했다가 그것이 아니라길래 마음이 좀 식었다. 가서 보니 의사이고, 몽골 황제의 주치의를 하기도 했단다. 몽골에 유행하던 전염병(정확히 나오지는 않는데 성병이 아니었나 추측하는 듯)을 고쳐서 몽골 국민의사로 불렸다고 한다. 독립운동가들을 많이 도와주기도 했었다고.
공원 전경. 참 마음에 드는 공원인데, 사진을 찍으면 뒷쪽의 고층 아파트가 같이 찍혀서 영 별로다.
 
태극기와 몽골국기가 나란히 걸려 있다 | 이태준 열사 묘비 (진짜 묘는 아니고 이쯤에 묻혔다고 해서 세운 비석)
 
자그맣게 기념관도 있다 | 기념관에 전시된 이태준 초상화 
기념관 옆에 팔각정이 있다. 거기서 본 공원 풍경.

이태준 공원을 둘러보고 시내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도로 가에서 손을 들고 있었더니 검은 승용차가 와서 섰다. 올 때 운전기사는 영어를 한 마디도 못했는데, 이번에 탄 차의 기사님은 영어를 좀 하셨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20대에 우리나라 인천에 가서 일을 하셨다고 한다. 일했던 회사 이름이 파빅스라고 했다. 파빅스가 뭘 하는 회사인가 한참 검색을 했는데도 안나오더니 80년대를 풍미했던 그릇(요즘의 락앤락 같은)과 도시락 만드는 업체였다. 승은이가 검색 신공을 발휘해 찾아내고 나자 그때서야 어릴 때 파빅스라는 브랜드를 들어본 언니들이 "아아...그 파빅스"했다는 것! ㅋㅋ 아저씨가 영어를 썩 잘하는 편은 아니어서 단어만 드문드문 말했는데, 용케 내가 알아들어 대화를 이어나갔다. 브로큰 잉글리시 잘 알아먹는다고 칭찬 받았다. ㅋㅋㅋ 사실 20대에 일을 하셨다는 건지, 22개월간 일을 했다는 건지는 아직도 헛갈린다.  
맛이 제대로였던 먹쉬돈나 떡볶이.
먹쉬돈나 입구 

이렇게 한국에서 일하셨던 분까지 만나서 시내로 왔다. 우리는 망설임없이 먹쉬돈나에 들어갔다. 매콤한 것이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먹쉬돈나는 삼청동 본점만큼은 아니지만 서울 시내 여러곳의 프랜차이즈 지점들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맛있었다. 우리는 떡볶이를 먹으면서 "우와...카페베네 커피도 그렇고, 먹쉬돈나 떡볶이도 그렇고, 어떻게 한국보다 몽골이 더 맛있냐?" 했다. 해물은 재료가 준비되지 않아 먹을 수 없었지만 볶음밥까지 야무지게 먹고 나왔다.
시간도 맞춤하게 6시쯤이라 천천히 산책하며 호텔로 갔다. 그런데 광장 근처에서 우리 여행사인 조이 몽골리아 대표 아료나에게 전화가 왔다. 7시에 호텔 앞에서 우리를 픽업하기로 했던 공항 리무진이 공항 근처 다리 공사 때문에 길이 막혀 7시 30분쯤 도착하겠다는 전화였다. 알겠다고 했더니 혹시 어디냐고 물었고, 우리가 수흐바타르 광장이라고 하자 커피를 사고 싶은데 괜찮겠느냐고 했다. 우리는 당연히 좋다 했고, 광장 중앙의 기마상 앞에서 만났다. 
아료나는 키가 크고, 인상 좋고, 한국말도 매우 유창했다. 그녀의 회사가 광장 근처에 있다며 회사 아래층의 커피숍으로 가자고 했다. 따라가보니 우리가 광장 지나다니면서 "와 정말 화려하다"고 했던 센트럴 빌딩이었다. 와우! 이런 좋은 건물에서 근무한다니! 
조이 몽골리아는 아료나와 7살 차이 나는 친언니(여행 첫날 아침에 차 출발하기 전에 오셨던 사장님)가 함께 만든 회사인데 사업이 잘 되어 올해 이 빌딩으로 이사왔다고 한다.
  
아료나가 커피를 사준 센트럴빌딩 3층 커피숍

센트럴 빌딩은 유명 명품 브랜드 매장이 즐비했고, 에스켈레이터가 운영되고 있었다. 3층 커피숍에서 라바짜 커피를 얻어 마셨다. 조이 몽골리아는 2년된 신생회사이지만 몽골 5대 여행사에 속하는 모양이었다. 최근에 대한민국 영사가 5개 여행사 대표들을 모아놓고 가이드 성추행 사건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그때도 참석했다고 한다. 빌게처럼 아료나도 한국에서 공부를 했고, 심지어 한국어가 아니라 다른 전공(도시개발이라고 했던가?)으로 숭실대에서 석사를 받았다고 한다. 원래는 몽골과 한국 사이를 이어주는 공공단체에서 일을 했는데, 결혼하고 남편과 뜻이 맞아 여행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행사를 경영하며 손님 때문에 2번 울었다고 했다. 들어보니 여행사 일도 쉬운 게 아니구나 싶었다. 가이드와 기사와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유심을 공짜로 나눠주기 시작한 곳도 조이 몽골리아가 처음이라고 한다. 한국 영사님께 칭찬들었다고 했다. ㅋㅋ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열정도 넘치는 사람이었다. 
처음 만난 외국인과, 그것도 우리가 여행한 여행사 사장님과 몇년지기처럼 수다를 떨다가 기사 아저씨가 오셨다는 연락을 받고 호텔로 갔다.
짐을 찾아 차에 싣고 공항으로 출발! 원래도 울란바토르 시내는 차가 엄청 막히지만, 다리 공사하느라 공항 쪽은 장난 아니었다. 1차선에 두줄로 차가 서 있다가 결국 3줄이 되는 등 무질서하고 엉망진창이었다. 경찰이 나와 있는데도 대책이 없었다. 서울 시내 끼어들기는 끼어들기 축에도 못끼겠다 싶었다. 근데 그렇게라도 안했으면 나는 도로에서 오줌 쌌을 지도 모르겠다. ^^;;; 정말 참고 참다가 더 이상 못 참겠다 할 때쯤 공항에 도착했다.  
처음 몽골에 도착했을 때는 이 정도로 작은지 몰랐는데, 비행기 타러 들어가면서 보니 공항이 참 작았다.
  
출국장 들어가기 직전 공항 풍경 | 짐검사 하고 들어와서 대기하는 장소

수속을 밟고 들어오니 또 고비 매장과 고요 매장이 우리를 반긴다. 여전히 미련이 남은 우리는 캐시미어들 속을 헤매 다녔고, 남들 장갑 살 때 나는 마음에 드는 조끼를 만지작거렸다. 살까 어쩔까 망설이고 있는데, 해리가 보더니 "작아"라고 했다. 바로 정신 차렸다. ㅋㅋㅋ 남은 달러로 기념품 좀 샀다.
울란바토르 공항에서 산 3달러짜리 돼지 고리 | 박물관에서 산 냉장고 자석

2층 면세구역에 180도까지는 아니지만 160도 정도로 펴지는 편한 의자가 있어 거기 누워서 글도 쓰고 책도 읽었다. 그 동안 일반 벤치에 쭈그리고 앉아 뭘 열심히 하던 승은이는 우리들에게 각각 엽서를 써서 줬다. 10시 55분 보딩이 시작되고, 비행기에 올랐다. 인천 오는 동안은 피곤해서 책이고 영화고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밥 먹고 자기만 했다. 새벽 4시쯤 인천에 떨어졌다. 
수속을 밟고 짐을 찾고 나왔지만 공항버스나 공항철도 첫차가 다니지 않는 시간이었다. 언니는 택시를 타고 가겠다며 먼저 갔고, 나머지 세 사람은 노숙자 모드로 핸드폰 충전하며 공항 벤치에 앉고 누워 시간을 죽이다가 5시반 첫차가 출발할 즈음에 제각각 자기네 동네로 가는 공항버스를 타러 헤어졌다.
 
공항버스 타고 오는 길, 한강 쪽으로 해가 뜨기 시작했다.

몽골 여행기 끝! (올...이번 여행기는 한달 만에 다 썼다!!^^)

덧글

  • 해리 2017/11/15 09:06 # 삭제 답글

    더해달라고 더더~ 마지막이라니.ㅜ.ㅜ
  • 이요 2017/11/15 18:24 #

    여보시오! 당신이나 남은 여행기 빨리 올리시오!
  • 밥과술 2017/11/15 17:05 # 답글

    떡볶이 비주얼 먹음직스럽네요. 잘 읽고 대리만족하고 갑니다~
  • 달디단 2017/11/17 11:59 # 삭제 답글

    더더더!! ㅋㅋ 저 돼지 고리는 언제 사셨대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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