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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명문장 읽고

감동의 명문장
조정래 | 해냄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인데, 찾아보니 비매품으로 되어 있다. 어쩐지 인터넷서점에는 중고서적만 올라와 있지 새 책이 없더라니.
이 책은 <태백산맥> 등의 대하소설을 빼고 그 전에 나온 조정래의 소설 중 괜찮은 문장들을 발췌해놓은 책이다. 조정래 작가 인터뷰 며칠 전 급하게 빌려 읽었다. 나는 조정래의 소설을 단 한권도 읽은 적이 없고, 시간도 얼마 없어 이런 책이 있다는 정보에 쾌재를 부르며 빌려왔건만...이런 식의 꼼수는 안된다는 것만 배웠다. 참 읽을 거 없는 책이었다. 왜 이런 구절을 밑줄긋기 했는지 도무지 모르겠는 문장들만 계속 나왔다. 따로 편집자 이름이 없는 거 보니 작가가 직접 뽑아준 게 아닌가 싶은데....참....
이 책의 문장들은 나로 하여금 조정래 작가의 소설을 읽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지만, 인터뷰는 무척 좋았고, 인터뷰 후에는 소설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밑줄긋기
12 _ 결국 나는 하루 중에 잠자는 시간을 빼고 나면 거의 전부를 보내다시피 하는 사무실 생활 1년 반에 걸쳐서 그네와는 단 한순간도 사람의 정이 담긴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는 결론이었다. 그러면서도 매일 아침 웃으며 인사를 나누었고, 나란히 앉아 수십억의 수치를 틀림없이 계산해 내곤 한 것이다. 이상한 일이다. 서로 그런 사이면서 매일 아침 나눈 인사는 무엇인가. 그 웃음의 정체는 무엇인가. (우리들의 흔적)
86 _ 별명이란 주위 사람들에 의해서 붙여지게 마련이고 그건 일단 본인에겐 한동안 특종 비밀로 감춰진 채 사용된다. 누설이 된 다음에도 그건 공개된 비밀 취급을 받는다. 별명이란 한 사람을 대변할 수 있는 종합적 결점의 집약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대개 그 결점은 당사자의 마음 깊숙이에 열등감이나 혐오감 같은 무늬의 포장지로 돌돌 말아 처박아둔 것들이다. 그래서 누구나 자신의 별명을 알고 나서 결코 기분좋아 하지 않는 것이다. (변신의 굴레)
129 _ 그자는 '선생님'이 아니라 '선생'이란 생략법을 썼다. 선생이란 말은 어떤 경우에 있어서는 존칭이 아니라 상대방을 묵살하고 기 꺾기에 안성맞춤인 잔인한 무기로 둔갑하지 않던가. (그림자 접목)
169 _ 해묵은 아내에게서 어느 기회든 시들지 않은 색감이나 발랄한 피의 호흡을 느꼈을 때 행복하지 않은 사내가 있을까. 그건 지루한 장마 끝에 푸른 하늘을 보는 순간 솟구치는 청신함이며 싱그러운 생명력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거부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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