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읽고

Q&A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비채

<밤의 피크닉>으로 온다 리쿠를 알게 된 후 미친듯이 읽어댔던 때가 있었지만,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그녀의 소설들 중 여고생과 이상한 마을, 학교가 등장하는 비슷비슷한 소설들에 질려 몇년 전부터 거들떠도 안봤다. 최근에 <꿀벌과 천둥>이 베스트셀러라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굳이 읽어봐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어쩌다 도서관 가서 이 책을 꺼냈다가 앞부분을 좀 읽었는데 재밌길래 빌려왔다. 진짜 몇년 만에 읽는 온다 리쿠인지 모르겠다. 
이 책 참...여운이 길다. 불길한데 넘나 현실적이어서 강렬하다.
이 소설은 전부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다. 누가 묻고, 누가 대답하는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누군가가 묻고,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거기 있었던 관련자들이 대답을 한다. 
사건은 이렇다. 거대한 하얀 비석처럼 생긴 M쇼핑센터에 어느 주말 사고가 일어난다. 갑자기 사람들이 와르르 뛰쳐나와 누구는 화재가 났다 하고 누구는 독가스가 살포됐다고 한다. 계단이며 에스켈레이터에 사람들이 몰리고 깔리고 하는 바람에 사망자가 수십명이 넘는다. 소방차가 출동하고 경찰이 오고 구급차가 오고, 사망자와 부상자를 싣고 가고 임시 대피소까지 만들어진다. 문제는 이 모든 소동의 원인이 없다는 것이다. 누가 불을 낸 것도 아니고 유독가스 따위는 살포되지도 않았다. 대체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갑자기 쇼핑센터를 탈출하려 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인터뷰는 바로 이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쇼핑센터 이야기를 하는데, 요즘 몰입해서 보고 있는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의 그 쇼핑센터 생각도 나고, 그런 복합몰에서 환기시스템이 고장나거나 에스켈레이터에 문제가 생기면 얼마나 재앙적인 일이 닥칠지도 무서워진다. 처음엔 테러나 싸이코패스의 짓이 아니기 때문에 별로 크게 비극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아무 이유가 없이 사람들이 수십명이나 죽고 그걸 해소할 데가 없다는 게 얼마나 지옥같을까 후반으로 가면서 점점 느껴진다. CCTV 상에 보이는 에스켈레이터 밑의 시체 더미도 초반에는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다가 후반에 가면 그 역시 큰 트라우마였겠다는 생각도 든다.
초반에는 같은 사람이 피해자들을 면담하는데, 후반에 가면 장소도 바뀌고, 시간도 흐르고, 누가 누구를 인터뷰하는지 모르게 된다. 후반부에서 뒷통수 때리는 섬뜩한 반전들이 꽤 나오지만, 내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조사원이 인터뷰를 하면서 밝혀갔으면 더 좋았겠다 싶었다. 그러나 장소가 달라지고 시간이 흘러야만 가능한 이야기들이 있기 때문에 작가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잘 알겠다. 
중간에 끼어있는 음모론 몇 개가 강렬해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지만, 사실은 그 보다 이런 일이 우리나라라고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에 무서웠다. 사건 자체로는 잔인하거나 스릴이 넘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닌데, 너무 현실적이라 더 섬뜩한 소설이었다.


덧글

  • 하늘시계 2018/02/13 14:25 # 답글

    저도 밤의피크닉/삼월은붉은구릉 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온다 리쿠에 빠져 미친듯 읽다 어느 순간 그녀의 작품관 자체에 물려서 손을 놓았던게. 하지만 분명 빠질만한 매력을 느낀 작품들이 있었고, 밤의 피크닉도 그 중 하나였지요.

    꿀벌과천둥이 일본의큰 상 2개를 동시에 탔다는 얘길 듣고 오랫만에 그 이름에 솔깃하긴 했으나 천재 소년과 소녀 4명 간에 이루어지는 감정을 선율에 담아 화려한 비유 운운하는 소개를 보니 온다 리쿠에 물렸던 그 때의 기억이 고스란히 되살아나서 패스를 외치게 되더군요.

    독자로선 이런 작가들이 참 알기 힘들어요.
    자기복제에 가까운 다작을 쏟아내는 와중에 가끔 읽고 싶어지는 책을 쓰면요.
  • 이요 2018/02/13 14:33 #

    그죠? 그렇다고 다 읽어볼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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