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 아닌 예술 생각하고

1월에 예술꽃씨앗학교라는 프로젝트의 간담회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예술꽃씨앗학교는 시골의 소규모 초등학교에 예술수업을 지원 해주는 제도이다. 학교로 기획자가 파견되어 관심있는 교사와 함께 운영하며, 예술강사를 초빙하여 방과 후 수업을 한다. 미술, 음악, 영상 등 예술에 관련된 거면 뭐라도 할 수 있다. 기획자와 교사들이 따로 간담회를 했는데, 공통적으로 나온 이야기가 예술강사들이 아이들을 다그치는 바람에 아이들이 오히려 예술을 싫어하게 되는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는 거였다. 특히 음악이 그런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 입시교육을 받고 살벌한 경쟁 끝에 음대에 입학하고 졸업하여 지금까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음악의 기쁨 보다는 음악의 완성도에 치중한다는 것. 
그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득 몇년 전 동생네 학교가 출전했던 합창대회가 떠올랐다. 내 동생은 합창반 지휘자이자 교사였는데, 무대 뒤 천막 안에서 아이들을 연습시키던 사람은 따로 있었다. 대회 직전, 동생과 조카를 응원하러 천막에 들렀던 나는, 마지막 연습을 시키던 한 여자가 아이들에게 온갖 짜증을 내며 못한다고 윽박지르는 걸 봤다. 선생인 내 동생까지 한 마디도 못하고 그 여자한테 야단을 맞고 있는 느낌이어서 상당히 어리둥절했다.
물론 대회라는 게 다들 1등을 목표로 다투는 거지만, 대회 바로 직전까지 그렇게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면 애들이 무대 올라가서 기쁜 마음으로 노래 부를 수 있을까? 저렇게 기분 나쁘게 노래해서 뭘 얻을 수 있을까? 싶었다. 그때는 그 여자가 뭐하는 사람인지 몰랐는데, 바로 예술강사였던 것이다.

요즘 부쩍 그 일들이 떠오른다. 올림픽 때문이다. 
여자 팀추월 사태가 경쟁 일변도의, 오로지 금메달을 향해 달리는 한국 스포츠의 부풀어오른 고질병이 퍽 터진 장면이 아닌가 싶어서다. 노선영을 언급하며 픽 웃던 김보름의 표정에 사람들은 분노했다. 그게 뭔지 사람들은 너무 잘 안다. 아마 바로 그 장면 때문에 김보름은 지금 죽고 싶을 거다. 근데 그런 얼굴을 만든 건 뭐였을까? 오로지 잘하면 장땡이고, 니가 엘리트고, 실력만이 최고이며, 메달을 놓칠 것 같거든 팀을 버리고 니 이름이라도 알리라고 채찍질한 사람들, 사회분위기, 경쟁구도 아니었을까?
오늘 페북에 누군가 올린 글을 봤다. 김보름 인터뷰에 사람들은 어쩌면 정유라의 얼굴을 겹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는. 또한 사람들이 여자 컬링에 그토록 열광하는 것도, 영미와 영미 친구와 영미 동생과 영미 동생친구로 이루어진, 입시나 경쟁이나 엘리트 의식에 찌들어있는 아이들이 아니라 동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친구들이 모여서 운동을 하다가 그게 재밌어서 자꾸 하게 되고, 잘 하게 되고, 올림픽까지 나온 게 좋고 대견해서 아닌가 한다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해석이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안본지 오래되었다. 프로젝트 런웨이나 나가수가 나올 때만 해도 신선했지만, 공중파는 물론 케이블까지 온통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도배가 되고, 이미 소속사가 있는 아이돌들이 기획사 약하다는 이유로 또 경쟁을 하고, 힙합, 뮤지컬, 광고, 심지어 미술까지 갖다 붙일 수 있는 모든 것들에 경쟁을 붙이고 평가하고 떨어뜨리는데 질려버렸다. 수백명의 아이돌 지망생들이 심사위원의 평가 한 마디에 울고불고 아등바등하는 걸 보고 있자면 헬조선 그 자체를 보는 것 같았다. 쇼를 보며 즐기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 받고 있다는 걸 깨달으면서 채널을 돌렸다. 그리고 삼시세끼나 윤식당을 보기 시작했다.

함께 모여 노래를 부르는 것,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것, 신나는 음악이 나오면 춤을 추는 것.
원래는 다 즐거워서 하는 거였다.
경쟁 60년 했으면 됐다. 이제는 예술의, 운동의 본래 목적을 찾을 때가 되었다.
서른일곱에 자전거를 배워도 되고, 마흔 넘어 친구들과 스케치북 들고 그림 그리러 다녀도 된다. 그게 재밌다. 너무 순진한 생각인지 모르지만, 예술은 원래 순진한 사람들이 하는 거였다. 예로부터.



덧글

  • 해리 2018/02/23 08:48 # 삭제 답글

    그래서 말인데...
    우리..스케이트를 배워보진 않을래?? ㅋㅋㅋㅋ
    아 그것만은 아니라고.알았어.ㅋㅋ
    게다가 겨울도 다 갔구나.(내년을 기다려보자. 혼자 말하기.)
    아님 눈썰매장이라도.ㅋ
  • 이요 2018/02/23 10:42 #

    아 그것만은....ㅋㅋㅋ 오늘도 눈녹은 길을 설설 기어온 저로썬, 주변에 피겨스케이트 타며 맨날 부상당하는 지인이 있는 저로썬. 내년 겨울에 눈썰매장은 한번 가자. ㅎㅎ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