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함께, 스칼렛 읽고

바람과 함께, 스칼렛
곽아람 | 은행나무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곽아람의 미국 문학기행. 제목에서부터 보이듯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필두로 <작은 아씨들> <빨간머리 앤><톰 소여의 모험><위대한 개츠비> 등의 무대가 된 곳과 헤밍웨이, 호손 등의 작품이 태어난 곳들을 돌아본 여행기다.
일반적으로 유명한 여행지가 아닌 문학작품의 무대가 되는 곳을 돌아보기 때문에 흥미로웠다. 특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경우 아직도 구절구절이 떠오르는 나의 최애 소설인데다 나도 타라 농장에 가보고 싶었고, 남부 쪽은 전혀 모르는 지역이라 정말 흥미롭게 읽었다. 마가렛 미첼이 이 한권의 소설만 썼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기자 출신이고 이 책으로 퓰리처 상을 받았으며,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건 몰랐던 사실이다. 소설 속 미국 남부의 여인들뿐 아니라 실제로 남부에서 살았던 강인한 여인들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했다. 진짜 강한 여자들이었구나, 여자가 뭔가를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이 책 읽으며 진지하게 했다.
<작은 아씨들>의 마을에 가서는 저자 루이자 메리 올콧이나 조의 이야기보다 에이미 이야기가 더 많던데, 나도 조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저자의 이야기가 너무 조금 나와서 실망스러웠다. 그녀가 필명으로 야한 소설을 쓰며 생계를 유지한 이야기가 더 나왔더라면 좋았을텐데...(물론 에이미가 삽화를 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좋았다) 
그러고 보니 여기 소개된 많은 작품이 여성 작가들에 의해 쓰여졌다. 그것도 마음에 든다.
책에는 소설 구절이 원문과 함께 번역되어 실려 있다. 저자가 직접 번역했는데, 그 구절들을 읽다가 마크 트웨인의 글에 껌뻑 넘어갔다. 아무렇지 않게 인생의 비기를 슬쩍 흘려놓은 문장들이 절창. 나는 말썽꾸러기를 안좋아하기 때문에 <톰 소여의 모험>이나 <허클베리핀의 모험> 같은 책은 국민학교 이후로 쳐다도 안봤는데, 이 책에 나온 구절들을 읽으면서 <톰 소여의 모험>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헤밍웨이가 기르던 고양이 무덤을 마당에 만들어주면서 거실 벽에는 사냥한 사슴들의 머리 박제를 장식해놓는 이율배반적인 인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가 맞은편 이스터 에그를 바라보는 곳에는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조선일보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인지 곽아람을 읽을 때는 장강명을 읽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 든다.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하고, 그게 때로 나와는 안맞아 걸리는 구석이 있지만 그걸 이길만큼 매력적인 글을 쓴다. 그래서 매번 읽게 된다.   

밑줄긋기
45 _ 그러니까 흑인 노예 해방이 당사자들의 반란과 투쟁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백인들의 실리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면서 슬프게 느껴졌다. 백인의 시각에서 충성스러운 흑인 노예의 이미지를 고착화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남부의 입장에서 기술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수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도 북군이 투쟁의 기치로 삼았던 '노예 해방'이 진정한 인권 보호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북쪽 공장 지대의 노동력 확보를 위해서였다는 측면이 있었던 것이기 때문 아닐까. (이런 부분은 참 조선일보 답다는 생각이 든다)
65 _ '티룸(찻집)'이라지만 실제로는 식당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여염집 여인들이 남편을 잃고 생업에 뛰어들어야만 했다. 만만한 것이 식당이었지만 보수적인 남부에선 글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식당을 하는 것도 '숙녀가 하지 않을 법한 일'에 속했다. 그래서 '부인들의 우아한 티타임'이라는 인상을 주고자 '티룸'이라는 간판을 내건 채 실제로는 식당을 운영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티룸'이라는 '눈 가리고 아웅'식 이름은 미첼이 타자기를 가린 수건과도 같은 것이었다.
148 _ 족보에 관심 많은 퇴직자들이 미국 도서관의 큰 고객층이라고 했다.
282 _ 톰은 결국 세상이 공허하지만은 않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는 부지불식간에 인간 행동의 위대한 법칙을 발견하였는데, 어른이나 아이나 뭔가를 탐내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획득하는 걸 어렵게 만들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톰 소여의 모험 중)
299 _ 잠깐 동안 희망이 되살아나는 것만 같았다. 그러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다만 나이를 먹고 실패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용수철처럼 다시 솟아나는 것이 희망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톰 소여의 모험 중)
304 _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목숨을 포기하지 말고 살아야만 한다는 것. 그 이상으로 위대한 휴머니즘이 어디 있겠는가.



덧글

  • 해리 2018/05/14 10:10 # 삭제 답글

    어제 도서관에서 망설였는데, 안 가져왔어어요. 망했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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