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미니멀 라이프 읽고

날마다 미니멀 라이프 
박미현 | 조선앤북

올해 들어 내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셀프인테리어다. 인터넷 켜면 제일 먼저 네이버 첫 화면에 나오는 '리빙' 코너에 들어가 샅샅이 훑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제일 좋아하는 것은 비포와 애프터 사진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셀프 인테리어이지만 그 외에도 DIY로 에코백을 만들고 가구리폼을 하거나, 계절이 바뀌어 가구 배치를 새로 했다는 둥의 이야기들을 훑다보면 1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이렇게 마음이 들썩거렸기 때문에 성치못한 발을 해가지고도 기어이 집을 찾아내고 이사를 하기로 했는지도 모른다. 
사실 이 책은 이번에 맡은 일의 기획기사를 쓰기 위한 참고도서로 빌려 봤는데, 앞으로 이사를 하게되는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 10명의 미니멀리스트를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하고, 그들의 집을 촬영해서 만든 책인데, 각자가 미니멀리스트가 된 사연이 다양했다. 홈쇼핑 작가로 일하며 신상에 목매다가 집이 물건으로 넘쳐나 정신을 차린 경우, 단식을 하고 난뒤 몸이 가뿐해져 살림도 정리하게 된 경우, 35평 아파트에 살다가 18평으로 이사하면서 물건을 줄이게 된 경우, 귀촌하거나 아이 낳고 난 뒤 집이 좁아져서 미니멀한 삶을 추구하게 된 경우 등등.
보면서 좀 놀랐던 건 하나의 물건을 들이면 하나의 물건을 버리라는 계명을 거의 대부분의 미니멀리스트가 지키고 있었다는 사실. 가방은 3개, 옷은 10벌 식으로 자기에게 맞는 숫자를 정해놓고 그걸 지키려니 한벌 사면 한벌 버려야 하더라. 나는 그렇게까지 해야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너무 강박적이기도 하고, 뭔가 자신의 미니멀라이프를 남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느낌이 아닌가 싶어서.   
이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일본도 마찬가지지만)의 미니멀리즘은 잡지 사진때문에 시작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나오는 사진들도 대부분 표지 사진처럼 아무 것도 없는 하얀 벽에 가구나 침대 패브릭 따위만 찍어놓은 극도로 단순화된 사진들인데, 그게 보기에는 굉장히 깔끔하고 좋아 보이지만, 과연 그 사람들 생활의 진실의 50%나 보여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사람이 사는 이상, 심지어 아이가 있는 이상, 저렇게 텅빈 세트처럼 해놓고 살 수는 없다. 닫아 놓은 찬장 속이나 베란다 창고 속, 서랍 속은 저렇지 않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더러운 빨랫감은 있는 법이다. 사람이 로봇이 아닌바에야 밥을 먹고 똥을 싸고 설거지거리가 생기고 빨래와 가구 위의 먼지와 학용품과 늘어진 팬티와...그런 것들이 없을 수 없는데, 사진에 나오지 않으니까...
어쨌든 이 책을 읽고, 책 정리를 시작했는데 못해도 50권은 처분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테리어 업자의 말에 따르면 한 사람이 4계절 동안 필요한 옷은 장롱 문짝 4개 안에 다 들어간다고 한다. 내 옷도 대충 그렇긴 한데, 그래도 몇년 동안 안입었으면서 아까워서 못버린 옷들도 이번 기회에 정리해야겠다. 많은 사람들이 작은 집으로 이사하면서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경향이 있다던데,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이사는 나에게도 미니멀리스트가 될 절호의 찬스인 듯.

밑줄긋기
40 _ 집이 넓을수록, 짐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소비하게 되는 법칙을 그때 인지했어요. 짐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집의 규모가 반으로 줄어드니까 이 살림을 다 가지고 가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때부터 정말 마이크로하게, 진짜 필요한 것만 가려내기 시작했죠.
76 _ 생각이나 마음은 수십 년 동안 몸에 밴 것이라 물건처럼 금방 비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지속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171 _ 물건을 한번 깔끔하게 정리해놓으면 신기하게 그 다음부터는 내가 하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자동화되는 느낌이랄까요. 일상이나 공간이 정리가 안되면 심적으로 번거롭고 정리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겨 스트레스로 다가오잖아요. 그런데 물건의 규모를 줄이고 정리를 시스템화하면 개인 비서가 생긴 듯 생활이 편해집니다. 

덧글

  • 해리 2018/05/14 10:08 # 삭제 답글

    만약에 지금보다 큰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미니멀 하고는 멀어지는 거..쿨럭( 이건 정말 내년 나의 숙제인데..ㅋㅋ)
  • 이요 2018/05/14 10:34 #

    텅빈 여유를 즐겨보시오. 비어있는 거 못견디고 수납장 사고 가구 사고 하면 망하는 거임.
  • 앤님 2018/05/14 15:13 # 삭제 답글

    맥시멀리스트로서 우리집 되돌아보게 되네요 ㅋㅋㅋㅋㅋㅋ
    님하의 말씀이 맞아요. 집이 저렇게 하얀벽에 아이보리 침구 ㅋㅋ 사이드엔 투명 물병에 커다란 이파리 꽂혀있는 그런거.
    그런 집은 걍 잡지나 블로그에만 나오는 집ㅋㅋㅋ....
    평생 집과 차를 가지지 않겠다는ㅋㅋ사람이라, 최대한 뭐 안사려고 하는데도 혼자 오래 살다보니 짐이 없는거 같아도 이사할때마다 뭐가 그래 구석구석에서 나오는지ㅠㅠㅋ(하지만 짐의 대부분이 옷이라는..)
    옷장문이 안닫힐정도로 옷은 넘쳐나는데 왜 맨날 "뭐입지..."하며 옷장앞에서 고민만하는가..
    오늘도 이것저것 결제하고ㅋㅋㅋ 택배 기다리고 있는 무지한 중생.
    책 많이 가지고 계신거 같은데, 책은 처리 안하세요? 옷은 아깝지만 걍 버리는데, 책은 몬가 버리기가 아깝더라고요.
    인텔리 행세하고 싶은지 ㅠㅠㅋㅋ한번 읽고 만 책들은 어째야 하나. 이사때마다 가지고 다니긴 하는데.
  • 이요 2018/05/14 21:12 #

    '어쨌든 이 책을 읽고, 책 정리를 시작했는데 못해도 50권은 처분해야 할 것 같다.'라고 적혀 있지 않습니까? 1차가 50권이고 어쩌면 100권 가까이 처분할지도...^^;;;
  • kikibon 2018/05/14 19:52 # 삭제 답글

    <일주일 안에 80퍼센트 버리는 기술> 읽고 닥치는대로 버리는 중.ㅋ
  • 이요 2018/05/14 21:12 #

    제목 보고 혹해서 도서관 들어갔더니 앞에 예약이 2명이나 있네. 인기 좋은 책이었구나. 쩝.
  • 2018/05/15 19:58 # 삭제 답글

    인스타를 즐겨하는데 요즘은 애엄마들도 미니멀 장난 아니더라구요. 강박 맞다고 봅니다 ㅋㅋㅋ 예전에 국민현관 그런거 유행했던거처럼 이젠 그게 당연한거처럼 여겨지는거 같아요.
  • 이요 2018/05/16 16:44 #

    국민현관이 뭔가 찾아봤네요. ㅎㅎ 그러니까요, 그냥 유행 같아요. 요즘 촌스럽다고 다 뜯어내는 체리색 몰딩도 그 당시에는 예쁘다고 했을 거 아니에요? 결국엔 다 유행..
  • 포카 2018/05/15 23:14 # 삭제 답글

    저두 조그만 집이 책이 쌓이며 엉망이 되면서 저런 책들을 구해 자주 보는데, 책보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책 때문에라도 저런 삶은 불가능하다 보고 꿈도 안 꿉니다.
    대신 미니멀라이프 책과 잡지로 구경만 합니다ㅎㅎ

    근데 아이 키우는 부모가 저런 삶을 고집하면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안좋을 것은 분명합니다.
    아이에겐 어지르는 데도 자기만의 편안한 방식이 있는데 부모의 라이프스타일을 고집하기 때문에 아이의 욕망을 뺏어서 히스테릭하게 만들 것 같더군요.
  • 이요 2018/05/16 16:46 #

    아이의 정서 같은 건 생각 못해봤는데 진짜 그렇겠네요. 저도 인스타에서 얼룩 하나 없는 식탁에 그림 같이 앉아서 밥 먹는 애들 사진 보면 쟤네 커서 주변 사람 괴롭히겠다(연애를 한다든가 할 경우)하는 생각을 가끔하는데 본인 정서에도 영향이 있겠군요.
  • 미서니 2018/05/28 16:42 # 삭제 답글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고 집착하고 사는 것 같아 미니멀에 많은 관심을 가지며 나 역시 며칠전 50권 정도의 책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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