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주절주절 살고

마지막 일기라며 비장하게 써놓고, 또 블로그라니...싶지만 이사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사에 대해 주절주절.

1. 
이사 준비의 일환으로 도시가스와 SK브로드밴드에 전화를 걸었다.
SK는 사기업이라 그런지 통화량이 많아 기다리긴 했지만 계속 전화기를 들고 있으면 언젠가는 연결이 된다.
근데 도시가스는 모든 상담원이 연결 중이라는 안내멘트를 2번 이야기하고는 뚝 끊어진다. 헉!
그래서 거의 5번을 전화한 끝에 연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한번 통화로 모든 것이 깔끔하게 해결됐다. 이쪽 주소지와 저쪽 주소지를 알려주고 이사 시간을 이야기하면 바로 저쪽 담당회사와 연락하거나 그 주소지의 인터넷선 현황을 조회해보고 일처리를 해준다. 시간 약속은 그쪽에서 따로 연락이 와서 확실하게 잡아준다.
이런 걸 겪을 때마다 한국은 참 서비스가 끝내주는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 같은데는 인터넷 연결하는데 한달이 걸린다는데 나는 이사 전날인 지금도 인터넷을 쓰고 있고, 내일 오전 2시간 정도 끊겼다가 오후가 되면 또 쓸 수 있다. 도시가스는 토요일에 오전 근무만 한다고 해서 어떡하나 했더니 일요일에도 근무를 한단다. 그래서 일요일 오전에 가스렌지 연결하기로 했다.
넘나 편리하고 고마운 한편으로, 그때 읽고 있던 책이 <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이라, 인터넷 설치 기사들이 2인 1조로 일하지 못해 추락사 한다든가 주말이고 일요일이고 없이 일하고 월급은 쥐꼬리 만하다는 내용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이 집에서도, 그 전 집에서도 인터넷선 연결해주러 오는 기사님들은 항상 친절했고, 언제나 일처리가 깔끔했고, 그래서 어쩐 일인지 항상 미안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안전을 위해 사다리차를 불러와야 할 때 그 비용을 고객이 내야 한다는 내용을 읽으면서 아마 나라도 그런 경우가 닥치면 비용내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회선 관리 외에도 포장 이사 같은 것도 참 편리하다. 어릴 때 우리집은 매년 이사를 다녔는데, 그때마다 엄마가 며칠 동안 밤잠 못자가며 이삿짐을 싸고 풀고 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때에 비하면 요즘은 하루 3시간이면 모든 게 끝난다. 이 집에서 2시간 정도 짐을 싸서 옮긴 후, 이사 간 집에서 1시간 풀면 끝. 손빠르신 분들은 내 짐 같은 거 1시간만에 후딱 싸기도 하더라. 물론 그래도 짐정리하고 청소하려면 며칠 걸리고 삭신이 쑤시지만 이걸 나혼자 한다고 생각하면 엄두도 안난다. 
항상 편리하게 이용하면서, 항상 고맙게 생각하면서, 그렇지만 항상 미안하고 불편한 감정도 가지게 된다.

2. 
이사갈 방의 크기를 재왔는데, 남친이 컴퓨터로 가구 위치 잡아준다며 그림 보내라기에 보냈다. (위 사진)
근데 배치하다 보니 내가 너무나 허술하게 재온 것이다. 스위치가 어디 달렸냐는데 두어개는 기억이 나고 어떤 건 기억이 안나고, 콘센트 위치는 당연히 기억이 안나고, 미닫이 문이 끝까지 문이었는지 벽이 약간은 있었는지도 모르겠고...하아....메신저로 설명을 엄청나게 적어 보냈는데, 내가 읽어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데 또 그걸 찰떡같이 알아듣고 그려내는 거 보니 남자 뇌랑 여자 뇌는 다른가 싶기도 하고...
하여튼 그리하여 대충 어디에 뭘 넣어야겠다는 배치는 끝냈다만, 분명 내일 가서 콘센트랑 스위치 보고 달라질거야. 그렇겠지 뭐.

3.
이사 앞두고 친구들이 연락을 해온다. 도와주고 싶다는 연락이다.
이런 거 보면 인복도 인복이지만 내가 그간 이사를 하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못살게 굴었는지 반성이 된다. ^^;; 서울 와서 서로 알게 된 후 내 이사에 빠지지 않고 와준 아이들이 서너명 있다. 연애할 때 남자친구가 이사도와줬다고 하면 서운해하면서 "가스렌지는 제대로 닦았대? 냉장고는?" 그랬던 아이도 있고, 결혼해서까지 한번도 빠짐없이 와서 도와줬는데 이번에는 아이들이 있어 못 오는 애도 있다. (아이를 데리고라도 오겠다는데 내가 말림.^^;;) 
생각해보면 나는 처음부터 되게 뻔뻔하게 남의 도움을 요구했던 것 같다. 서울 와서 첫 이사할 때 회사 차량을 빌려 이사를 했고, 8개월도 안돼 또 이사를 했는데, 그때 상황이 안되어 회사 차량을 못빌려주겠다는 말에 섭섭해 했다. ㅋㅋ 그리고 이사할 때마다 회사 동료든 지방에 있는 동생이든 친구든 불러 들였다. 혼자서 이사한 적은 한번도 없다. 심지어 둘이서 이사한 적도 없다. 언제나 셋 이상이 들러붙었다. 혼자 사는 내 방이 아지트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 놀러오는 친구들은 당연히 이사를 도와줘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것에 비하면 내가 누구 이사를 도와준 건 드물었던 것 같다. 아, 예전에는 제법 도와줬다. 친구들이 자취할 때. 하지만 결혼했거나 부모님과 같이 살거나 룸메이트가 있을 때는 안했으니까.... 음...뭔가 쓰다보니 이해가 되는군. 내가 자취를 너무 오래 한 거구나....-.- 친구들이 다 시집가거나 본가로 들어가는 동안에도 나는 계속 자취하고 있었구나...그런 거였어....아니다, 그게 아니다. 발 다쳤을 때 생각해보면 주변 애들 다 한번씩 집으로 오라고 해서 밥 해달라 하고, 맛있는 거 사오라하고, 병원 데려다 달라 하고...그냥 그게 나구나. 그런 거였어...몰라 이러구 살아야지 뭐.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이러구 삽니다. 


덧글

  • 도빅 2018/06/03 08:59 # 삭제 답글

    언니 덕분에 우리는 이사 & 청소 실력이 날로 향상되어 업체를 꾸려도 좋을 것 같아요. 우리의 앞길까지 배려해 주는 참 따뜻한 사람 같으니!
  • 이요 2018/06/05 08:38 #

    드라마 <나의 아저씨> 보니 형제들이 청소업체를 꾸렸더구나.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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