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영화들 : 곤지암, 바람바람바람, 세번째 살인 보고

4월 초반의 영화들, 4월 후반의 영화들 하면서 막 나눠서 써댔던, 한달에 14편 이상 몰아보던 나는 어디에? 5월에는 달랑 영화 3편 봤다. ㅎㅎㅎ 걸어다닐 수 있게 된 후로 방구석에 처박혀 있질 않았다. 어쩌다 TV 앞에 앉으면 드라마 보느라 영화 볼 시간도 없었고...단출한 세 편 감상. (마음에 드는 영화가 없어서 포스터도 안가져옴)

곤지암 (정범식 감독 | 위하준, 박성훈, 문예원, 박지현, 오아연)
엄청나게 대박을 쳤던 작품이고, 70분 내내 쫄려서 다 보고 나오면 어깨 근육이 굳어있다길래 기대를 너무 했던 것 같다. 생각보다 많이 무섭지는 않았고, 다만 만듦새는 깔끔하고 좋았다. 핸드헬드 영상보면 머리가 아프고 멀미가 나서 <블레어위치>도 안봤는데, 요새 워낙 드라마부터 다들 핸드헬드로 찍고, 블랙박스 영상이며 뭐며 단련이 되어 그런가 볼만 했다. 유투브 세대가 아니라 그 아이들이 어떻게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지 보는 게 더 흥미로웠다. 모인 아이들의 캐릭터도 다양하게 구색을 갖추고 있어 괜찮았고. 

바람바람바람 (이병헌 감독 | 이성민, 신하균, 이엘, 송지효, 장영남)
생각해보면 <스물>도 처음엔 초반 10분 보다 껐었다. 뭔 남자애들이 저렇게 말만 까냐 싶어서...다시 한번 꾹 참고 보면서 재미를 발견했지만 말이다. 근데 이번에는 스무살도 아니고 마흔이 넘은 아저씨 둘이 그렇게 말만 까댄다. 심지어 둘은 처형 매제 사이. 그저 이 영화를 보며 좋았던 건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남자들만의 외도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 하지만 맨 마지막에 그렇게 이상하게(가장 이상한 포지션은 이엘이다) 4인이 가족을 이뤄 밥을 먹거나 놀이동산에 가는 엔딩을 보며 저게 과연 해피엔딩인가, 이 씁쓸한 결말은 한국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결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번째 살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후쿠야마 마사하루, 야쿠쇼 소지, 히로세 스즈)
하...이 영화 정말...씨네21을 비롯 여러 영화평을 통해 답답하고 결말이 확실하지 않다는 걸 알고 봤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같이 보고 나서도 생각이 다르고, 비슷한 시기에 본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도 다르게 이야기한다. (여기서부턴 스포일러 있으니 볼 사람은 패스하시오!) 내가 본 결론은 이렇다. 야쿠쇼 소지가 범인이 맞다. 다만 그가 처음엔 자신이 진범이라고 하다가 나중엔 자신이 죽이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사형을 받고 싶어서라고 이해했다. 그가 첫번째 살인에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 처해 공교롭게도 후쿠야마 마사하루의 아버지인 판사에 의해 사형이 아닌 다른 형을 언도받고 복역하고 나왔지만 이번에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는 것. 첫번째도 두번째도 그는 정의를 위해 살인을 저질렀지만 그것이 영웅심에서는 아니었고 내부의 살인기질 때문이었고 그걸 알기 때문에 이번에는 사형을 받고 싶었던 게 아닌가 유추해본다. 첫번째 살인으로 딸에게 나쁜 아버지가 된 그는 히로세 스즈를 딸처럼 예뻐했고 그래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그래서 히로세 스즈가 법정 증언한다는 걸 못하도록 막느라고 그랬다고. 둘의 관계를 이상하게 보고 히로세 스즈에게 혐의를 둔 건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자신의 딸을 그 아이에게 투영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제목 '세번째 살인'도 두번의 살인과 마지막으로 자신을 죽이는(=사형) 세번째 살인이라면 말이 되는 것 같고. 
나는 이렇게 봤지만, 같이 본 사람은 그가 죽였다는 결론에는 동의했으나 후반부에 살인을 부정한 건 대승적 견지에서가 아니라 살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비슷할 때 본 다른 사람은 히로세 스즈가 죽였다고 결론내렸다.  
혹시 이 영화 보신 분들, 어떻게 정리했는지 귀띔 좀....!!



덧글

  • 2018/06/07 22:06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이요 2018/06/08 08:52 #

    이 해석 넘나 마음에 들어요! 야쿠쇼 코지의 희생은 알았지만, 변호사의 희생은 이 글 보면서 깨닫게 되었네요.
  • 2018/06/07 22:14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이요 2018/06/08 08:53 #

    헉...피묻은 운동화라니...그렇다면 그녀가 살인을?? 저는 그냥 그 현장에 있지 않았을까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 권고도 2018/06/08 00:12 # 답글

    이요님은 아직 레이디 버드를 안 보셨군요. 그레타 거윅의 감독 데뷔작인데 좋았어요. 추천해 드리고 갑니다.
  • 이요 2018/06/08 08:53 #

    저도 보고 싶어요. 주변 정리가 되고 나면 꼭 보겠습니다.^^
  • 2018/06/08 12:25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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