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글자 사전 읽고


한 글자 사전
김소연 | 마음산책

김소연 시인이 <마음사전>을 펴낸지 벌써 10년이 지났다고 한다. <마음사전> 이후 비슷한 <시옷의 세계>도 나오고, 시집 중 <수학자의 아침>도 읽었지만, 나는 내심 <마음사전2>가 나오길 기다렸나보다. <한 글자 사전>이 출판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저건 소장각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조금 늦었지만 책을 샀다. 
<마음사전>만큼 좋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한글자로 이루어진 단어가 많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김소연 시인의 한줄 한줄이 창의적이고 독특한 컨셉이라, 매 구절 밑줄치며 '이건 글쓰기 강의할 때 적용해봐야지'했다. 뒤로 가면 앞과 비슷한 구조로 이루어진 말들이 많아서 중복되는 감도 있지만, 붙여놓은 포스트잇이 너무 많다. 
상추씨를 한번 심어보고 싶다. 

밑줄긋기
* 뜻을 먼저 읽어보고 그 뜻이 가리키는 글자가 뭘까 생각해보면 더 재밌을 것 같아, 글자는 가려둔다. (마우스 스크롤하면 보임)  
22 _ 손님을 뜻하는 말이지만 객기, 객소리로 활용될 때야 비로소 숨겨진 뜻이 들통난다. 쓸모없는 군더더기라는 뜻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그 뜻을 더더욱 꽁꽁 숨기려고 높다는 뜻을 굳이 담아서 고객, 귀하다는 뜻을 굳이 담아서 귀빈이라는 말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다. (객)
28 _ 모든 걸 가진 자에게서보다 거의 가진 게 없는 자에게서 더 잘 목격할 수 있는 가치이고, 모든 걸 가진 자가 이미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유일한 가치이고, 거의 가진 게 없는 자가 유일하게 잃기 싫은 마지막 가치. (격)
41 _ 토론할 때는 닫혀 있다가 칭찬할 때는 잘 열리는 우리들의 신체 기관.(귀)
48 _ '맛있게 드세요'라는 뜻으로 뿌려두는 것. (깨)
110 _ 동물은 평화롭고 생선은 푸르며 사람은 애처롭다. (등)
119 _ 안에 갖고 있기도 싫고, 밖에 두고 보기도 싫지만 내보내는 순간 쾌락이 있다는 의미에서, 우리가 쓰는 말과 닮았다. (똥)
174 _ 쌓을 때보다 넘어뜨릴 때 더 큰 희열이 있다. (벽)
248 _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쪼개어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심고 물을 주어 키워가며 알아내는 것. (씨)
257 _ 불행을 겪을 때 더 큰 불행은 설마 겪지 않겠지 싶은 우리들의 가녀린 믿음. (액땜한다)
262 _ 짧고 높은 억양일 땐 이상해서 놀라고 있지만 괜찮다는 뜻, 짧게 뒤끝을 올릴 땐 이상해서 놀랐으니 방법을 요구한다는 뜻, 길게 표준 억양일 땐 운을 떼기 전에 주위를 끌려 한다는 뜻, 길고 말꼬리가 흐릴 때는 감탄한다는 뜻. 길게 천천히 억양이 올라갈 때는 무언가 깨달아가고 있다는 뜻. (어)---> 이건 설명대로 다 발음해 봤는데, 희한하게 딱 들어맞는다. ㅋㅋ
315 _ 울림이 오래가기 때문에 한 장단에 한 번 쳐야 한다. 그러니까 제발 좀 징징대지 마. (징)



덧글

  • 메이 2018/07/05 09:57 # 삭제 답글

    재밌네요. 읽어보고 싶어져요. 이요님 글을 읽으면...
  • 아스떼 2018/07/05 10:58 # 답글

    저도 관심이 생겨서 마음사전까지 구매해놓았는데, 포스팅을 보니 더 빨리 읽어야겠네요 ^^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
  • 키드 2018/07/06 10:20 # 삭제 답글

    저도 이 책은 샀어요! 소장각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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