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면접에서 돌발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 읽고

3차면접에서 돌발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
박지리 | 사계절

이 책이 <다윈 영의 악의 기원>보다 더 늦게 나온 걸로 알고 있다. 말하자면 유작인 셈.
읽고 나면 우울하다. 그렇지만 이 책을 극본으로 만든 연극을 보고 싶다. 충분히 만들 수 있고, 얼마나 연출을 잘 하느냐에 따라 분명 괜찮은 연극이 될 것 같다. 어느 눈 밝은 연출가가 꼭 만들어주시길!
이 책은 소설이라고도, 희곡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희곡이 맞는데, 중간에 일어나는 일들은 소설적으로 묘사가 되어 있어, 소설로 읽어도 재미있고, 연극으로 무대에 올려도 좋을 것 같다.
주인공 MAN은 48번째인지 49번째인지 아리쏭한 면접을 보러 간다. 지루한 면접이 거의 끝나고 이번 면접은 망했다 싶을 때, 불쑥 면접관이 "당신이 회사 대표라면 살인자와 도둑 중에 누굴 신입사원으로 뽑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 덕분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지 하여튼 M은 그 회사에 합격한다. 
그리고 산 속 연수원에서 다른 동기들과 함께 한달 간의 합숙훈련을 시작한다. 거기에서 자신들의 자원봉사인 집짓기가 쓰잘데없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들은 후 M은 어떤 파일을 보게 되고 파일 상 X자를 지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처음엔 <나의 토익만점 수기>가 떠올랐다. 그 소설처럼 마지막에 이 회사가 넘나 어처구니 없는 곳으로 판명나려나? 제과업체라는데, 남쪽에서 영업을 한다는데 막 전쟁 지역에 파견하고 그러는 거 아니겠지? 했다. 다행히 그렇게 가지는 않았다. 
이 책에서 주인공 M은 절박한 상황에서 한번은 질문을 받고, 한번은 질문을 하게 된다. 나는 그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다. 
첫번째 질문은 살인자와 도둑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였는데, 나 역시도 둘 중 어떤 대답을 해도 말이 되게 만들 수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 M이 대답했을 때 예상했으면서도 입맛이 썼다. 이어 마치 내 마음처럼 면접관이 진짜 니가 사장이라면 니 대답처럼 하겠냐고 했을 때, 과연 M이 어떻게 대답할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었다.
연수원에서 본부장에게 어쩔 수 없이 지목당해 질문을 해야했을 때, 그때는 M이 얼마나 순발력과 판단력이 빠르며 필사적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후에 여자1, 2가 딱 요즘 애들처럼 질문에 저작권 운운하는 것에 쓴웃음이 지어지다 친구에게 허락을 받아놓고도 그 친구를 밀고하는 M에게는 역겨움을 넘어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생각해보면 그 두번의 장면은 같은 의미에서 인상적이었다. 면접관 혹은 본부장의 성격과 마음에 따라 그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었다. 그러니까 M이 최선의 대답을 했는지 아닌지는 상대방의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은 최선의 대답처럼 보이는 그 대답들도 면접관과 본부장의 성격에 따라 최악의 대답이 될 수 있다. 그 아이러니 때문에 계속 그 장면들이 떠오르는 것 같다.
사실 면접에서 누구를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그들의 눈치를 보고 맞는 대답을 하는 것보다 어떤 사람이 상대편에 앉더라도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대답을 하는 것이 맞겠지. 하지만 잠깐 더 생각해보면 두번째 경우 M의 질문은 이전까지의 정황을 보고 잘 판단하여 눈치에 맞게 대답한 걸지도 모르고. 그런 여러 생각들이 이어지다 보면 이건 취업면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진정성만으로는 살 수 없는 불안한 현대사회에 관한 이야기구나 싶어진다. 어쨌든 슬프다.
 

밑줄긋기 
122 _ 자신의 권력욕을 그대로 드러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들 상황에 떠밀려 그 자리에까지 올라갔노라고 말할 뿐. 그러니 그 상황, 이라는 걸 바꿔 보면 비로소 그가 어떤 인간인지 알 수 있게 된다.
180 _ 우리는 선택받고 싶지만 동시에 선택받고 싶지 않다. 하느님. 하느님은 결국 카인도 아벨도, 아무도 행복하게 해 주시지 못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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