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진동 : 한국과 미국 사이 (서울대미술관) 보고

예전에 서울대 미술관에서 했던 카툰전이 괜찮았던 기억이 있어 지난 주말 '진동'전에 다녀왔다. 미국에 이민 가거나 유학 가서 작품활동을 하는 화가들의 작품과 서울대와 미네소타대가 협력전시 했던 예전 작품들을 가져와 '진동 : 한국과 미국 사이'라는 제목으로 여는 전시다.
사실 이날 서촌 옥상화가 김미경 쌤이 인왕산 계곡에서 꽃그림 그리고 싶은 사람들은 오라고 해서 잔뜩 날이 흐렸지만 가볼까 하던 참이었다. 따로 연락도 하지 않고 그냥 페북 공지만 보고, 갈 생각을 했는데, 일기예보에 비가 내린다고 하여 드로잉 모임은 무기한 연기한다는 댓글을 그날 아침에야 확인했다. 대신 '진동'전을 생각해낸 것 또한 그분 페북에서 서울대미술관 앞마당의 대나무 작품이 엑스 허즈번드의 작품이라는 정보를 봤기 때문. ^^;;; 좋아하는 옥상화가와 드로잉을 못하게 되었으니 그 분 전남편 작품이라도 보러가자는 건 대체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날 아침의 내 뇌구조는 저랬다.
그리하여 정말정말 오랜만에 서울대로 갔다. 95년에는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곳이다. ㅎㅎ

잘 가꿔진 서울대 미술관 앞마당 야외조각 공원
저 매끄러운 은색 도마뱀 마음에 들었다.
이 작품이 바로 마종일의 '광장'이라는 작품.
입구 쪽에서 멀찍이 보면 워낙 규모가 있고 색깔이 알록달록해 괜찮은데, 가까이 가서 보면 약간 실망스럽다.
대나무의 페인트칠도 거칠고, 엉켜있는 모습도 어떤 방향인지 뭘 하는 건지 모르겠고.
작품 설명에는 '원색 대나무편에 엄청난 물리적 압력과 장력을 가하면서 인간관계의 위태롭고 단기적인 측면과 더불어 자연의 균형과 안정감을 동일하게 암시한다'는데, 글쎄..그런 느낌은 못 받았고. 차라리 '장소특정적인 마인드맵'을 만들어나간다는 설명이 더 와닿네. 마인드맵이라니 헝클어진 사람 머릿속 같기는 하다. 나는 처음 봤을 때 놀이동산의 청룡열차 같은 느낌을 받았다. 
대나무에 색깔을 입힐 때 좀 더 정성스럽게 다 다르게 했다거나 대나무를 일정 방향으로 휘어지게 해서 뭔가를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텐데...하긴 그건 내 취향이지. 쩝.  
저 구조물 사이로 길이 나 있어서 안으로 들어가볼 수도 있다.
야외 조각들을 보고 안으로 들어가면 매표소에서 3천원으로 티켓을 끊고(관악구민은 1500원), 위에서 지하까지 3층을 구경할 수 있다. 내부에서 사진은 못 찍는다고 되어 있어서 거의 그냥 눈으로 봤고, 아주 마음에 드는 작품만 살짝 찍어봤다.
전체 작품 중 유일하게 내가 아는 화가는 노상균. 시퀸 작업으로 한땀한땀 반짝거리는 비늘 같은 조각을 꿰매 큰 작품을 완성하는 사람이다. 이번에는 불상 위에다 시퀸 작업을 해서 인상적이었다.
전체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강영민의 '토네이도'. 
지하에 있는데, 중앙이 뻥 뚫려서 2층에서도 내려다 보인다. 정면에서 바라볼 때도 멋졌고, 위에서 바라볼 때도 또 다른 느낌이 있어 좋았다. 뭔가 반짝거리는 거 같지만 실은 잡지 사진 같은 걸 오려서 토네이도 형태로 만든 거다. 
저 토네이도 뒷배경으로 걸려있는 작품도 사진을 세로로 쭉쭉 잘라서 붙여놓은 건데, 우리는 처음에 "트럼프인가?"했다가 제목을 보니 "조지"였다. 잘못 보긴 했지만 미국 대통령은 맞군.ㅋㅋㅋ
이 작가분 작품 중에 잡지 콜라주를 해서 만들어놓은 소규모 작품이 있는데, 내가 예전에 상상마당에서 미술수업 다닐 때 만들었던 콜라주와 흡사해서 재밌었다. 

그 외의 작품들은 워낙 감시도 삼엄하고 그닥 찍고 싶은 것도 없어서 그냥 보기만 했다. 
그리고 제일 윗층으로 올라갔더니 미네소타주와 과거에 교류전을 했던 사진과 자료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당시 미네소타에 전시되었던 서울대 미대생들의 작품도 있었지만 그 작품들보다 분명 동양인의 작품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미국인들의 작품이었던 것들이 인상적이라 찍어봤다.
정말 동양적인 선이 아닌가? 한국 사람 작품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작가들 작품보다 이거야말로 교류와 진동이군 싶었다.
이것도 어쩐지 우리나라 박물관에 놓여있어야만 할 것 같은 토기인데, 
영어로 된 이름의 미국 작가가 만든 작품이었다. 단순한 것도, 그림도 다 마음에 든다.

이렇게 단출하게 보고, 미술관 카페에 가서 시원한 아이스커피나 마시려고 했는데, 미술관 카페는 야외에 있었다. 지하 2층에 커피를 주문할 수 있는 코너가 있긴 했으나, 거긴 테이크아웃만 되고 자리는 반대편이 있었는데, 그 반대편으로 가려면 미술관을 나와서 빙 돌아 다시 계단을 한참 내려가 뒤로 가야했다. 후텁지근한 날인데 에어컨도 안되는 숲 속의 테이블에 앉아 커피 마시기가 그래서 그냥 왔다. 

전체적으로 이 전시는 컨셉과 설명은 무척 좋았으나, 작품이 그걸 따라가지는 못한 느낌이었다.



진동(Oscillation) : 한국과 미국 사이
2018. 6. 21~ 9. 16
서울대미술관
입장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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