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읽고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송은정 | 효형출판

'나는 언젠가 책방 주인이 될 거야'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중학교 시절, 남자중학교 앞을 지나 등교했는데, 그 학교 옆에 책방이 있었다. 자습서, 참고서 뿐 아니라 다양한 책을 팔았는데, 거기 작은 방이 하나 있었다. 그 방의 앉은뱅이 책상에서 애들이 숙제를 하거나 놀기도 했는데, 나는 꼭 그런 서점을 차리고 싶었다. 앉아서 마음껏 책읽을 수 있고, 모임도 할 수 있는 공간이 딸린 서점. 
그러나 나이가 들고, 직장에 다니고, 서울에 올라와 교보문고와 영풍문고를 본 뒤, 수많은 책을 빌려주는 도서관이 있다는 걸 알게된 뒤 그 꿈은 깨끗이 사라졌다. 무엇보다 나는 어떤 공간을 알뜰살뜰 보살피며 운영하기에 넘나 게으른 인간이다.
그러면서 더불어, 대체 왜 요즘 다들 이렇게 책방을 못해서 난리인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책이라는 상품은 드물게도 가격이 정가제인, 어디서 사나 똑같은 물건이다. 가게 주인의 안목에 따라 다른 물건을 들여놓을 수도, 수선해서 더 읽기 좋게 만들 수도 없는 완제품이다. 생필품이나 음식처럼 똑 떨어지면 바로 급하게 필요한 품목도 아니다. 그런데 싸면서도 빠른 인터넷 서점을 놔두고, 굳이 없는 책도 많은, 가격 할인도 안되는 작은 책방에서 사야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거기서 어떤 장사의 기회를 봤길래 문을 여나? 참으로 이해안되는 현상이었다.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라는 제목은 그래서 나에게 훅 다가왔다. 그렇지, 그게 쉬운 일이 아니지. 실패기를 읽어보자.
그리고 읽게 된 이 책은....하... 책장을 넘길 때마다 순간순간 한숨이 나왔다. '하...500만원 쥐고 지금 창업을 하겠다는 거야? 그런데 포부도 크게 출판사랑 다이렉트로 거래하겠다는 거야? 급하다는 손님한테 지하철 화장실을 쓰라는 거야? 와..이 와중에 휴가를 5일이나 간거야?' 끝도 없었다. 마지막엔 '어쩌면 이런 사람이 장사를 했지?' 싶었다.
사실 이 책을 통해 작은 책방들이 이용하는 B2B 사이트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 요즘 젊은이들 중에는 작은 책방 가서 책을 사지도 않으면서 내지까지 싹 다 사진을 찍어 마치 읽은 양 SNS에 올리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소소한 정보들과 책방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로망도 알게 됐다. 또한 고등학교 시절 우리 학교 앞 사회과학 서점에서 주인 언니가 화장실 가거나 어디 잠깐 다녀올 때 내가 대신 가게를 봐준 기억도 떠올렸고, 거기서 이런 저런 책을 읽었던 기억도 났다. 작은 책방에는 그런 풍경이 있었지...그랬지...
그런데도 내가 이 저자에게 호감을 가질 수 없는 건 '뻔뻔한'이라는 한 단어 때문이다. 중국집 배달원이 두번이나 와서 책을 사줬는데, 그녀는 또 와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못한다. 그러고는 '이럴 땐 내가 좀 더 뻔뻔한 성격의 사람이라면 좋을텐데'라고 적어놨다. 나는 이 구절을 몇번이나 읽었다. 믿기지 않아서. 두번이나 책을 사준 사람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이 '뻔뻔한' 일인가? 분명히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말이 있다. '적극적인' 이라거나 '살가운' 이라거나 '예의바른' 같은. 그러나 그녀는 '뻔뻔한'을 택했다. 이걸로 나의 마음은 완전히 돌아섰고, 마지막에 "손님이 오면 귀찮기도 하나요?"라는 대답에 "네"라고 할 때 그럴 줄 알았다 싶었다. 
이 책 읽는 내내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떠올랐다.

밑줄긋기
22 _ 여행과 책은 서로 닮았다. 그 주변을 기웃거리다 보면 언젠가 한 번쯤은 삶의 힌트가 적힌 조약돌을 줍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우연한 발견의 기쁨을 위해 그리고 상상해본 적 없는 세계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배낭을 꾸리고, 머리맡에 책 한 권을 놓아둔다.
163 _ 사람들이 묻는다. 회사는 관두고 뭐 하려고. 책방은 열어서 뭐 하려고. 그때마다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아파트 주차장만 왔다 갔다 하던 내 자전거를 요세미티 숲 속에서 달리게 해주고 싶어. 나는, 내게 보여주고 싶어. 아파트 주차장 밖의 세상을. 일단멈춤을 찾아와 책방을 시작하고 싶다고 말한 이들 또한 그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다만 요세미티 숲 속에 도착한 뒤 힘껏 달리는 데 집중하느라 파란 하늘을, 나뭇가지에 앉은 새를, 나란히 달리는 친구를, 다정한 식사를, 일요일 오후를 부디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덧글

  • 당연한겁니다 2018/07/09 21:16 # 삭제 답글

    고맙다는 말을 하는게 뻔뻔함이 필요하다는 생각...
    작가분 이름을 보고 다시한번 고개를 끄덕끄덕
  • 미니벨 2018/07/10 17:16 # 답글

    이요님 리뷰보다 저도 골목식당이 떠오르더군요. 고맙다는 말이 어려운 것인지 이해가 안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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