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읽고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이기호 | 문학동네

역시 이기호! 재밌었다. 
제일 첫작품(최미진은 어디로) 한 단락만 읽어도 확 끌려들어가는데, 소설가 이기호가 중고나라에 들어갔다가 '제임스셔터내려'라는 회원이 중고책을 팔면서 이기호의 소설에 '병맛소설. 갈수록 한심해지는. 꼴에 저자 사인본'이라고 평해놓고 다른 책 5권을 사면 끼워주겠다고 써놓은 걸 발견한다. 괘씸해서 잠이 안오던 작가는 기어이 그 놈 상판을 한번 보겠다고 광주부터 일산까지 KTX를 타고 직거래를 하러 간다. 이렇게 흥미진진할 수가! 심지어 작가는 자기 책과 박형서 작가의 책이 다르게 평해진 걸 보고 분명 판매자가 박형서일 것이라는 추측까지 한다. ㅋㅋㅋ 박형서 작가님과 친하신듯. ㅋㅋ
첫작품도 그랬지만, 두번째 작품(나정만씨의 살짝 아래로 굽은 붐)도 내내 농담하듯 하다 맨 마지막에 훅 한방이 있다. 그러게 왜 용산사태에 대해 쓴다면서 거기에 갔던 크레인 기사가 아니라 거기에 가지 않은 크레인 기사를 찾아간 걸까. 무서워서 그랬던 걸까?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 역시 국회도서관을 다니다보면 항상 보게 되는 피켓든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냥 그렇게 노숙자 쉼터에 끌려가고 끝날 줄 알았더니 김석만이 마지막에 등장하다니! 그러고 나니 맨 마지막 문장 '우리는 왜 애꿎은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지'에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니 말이다, 왜 배를 쓰러뜨린, 사람들을 구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아이를 잃은 부모들에게 화를 내는지.
나를 혐오하게 될 박창수에게와 오래전 김숙희는은 연작소설이다. 공소시효가 다 되어가는 15년 전 아내의 남편살해사건을 가지고, 앞작품은 가해자 여성의 진술서로, 뒷작품은 그녀의 거짓말을 도와준 남자의 현재 시점 이야기로 이어진다. 김형중이 쓴 작품해석에선 남편이 오로지 아내만을 위해 살았다고 했지만, 나는 김숙희가 남편을 죽인 이유를 알것만 같았다. 해결해야 할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수면유도제를 먹이다니. 나라도 분노할 것 같았다. 그건 착한 게 아니고 귀찮은 게 싫은 거고, 상대를 자기 자신같은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거 아닐까? 
표제작(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이 가장 난해했다. 대체 3년전에 강민호는 윤희에게 무슨 짓을 한걸까? 분홍색 스트라이프 비키니만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이자놀음은 무슨 뜻이었을까? 누가 좀 속시원히 말 좀 해줘요!!!
한정희와 나는 제목은 자주 들었는데, 처음 읽어봤다. 아이를 맡아 키워준다는 것, 남의 아이를 자기 아이처럼 받아들인다는 것. 그 말들 속에 있는 어마어마한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드는 소설이다. 아내가 그런 부모(마석 엄마, 아빠)를 두었기에 더더욱 이기호는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기가 한 말이 뭐였는지. 

나도 요즘 종종 생각하는 일이다.
2월엔가 후배들과 페미니즘을 거쳐 동성애 이야기를 하다가 싸움까지 갈 뻔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생각했었다. 내가 이렇게 말로 떠벌리는 것과 달리 저 애들은 진짜를 경험했구나, 그 앞에서 내가 하는 말이 다 무슨 소용이랴 하는 생각. 제주도에서 예멘 난민을 받아야 하냐는 문제로 시끄러울 때 당연히 받아야지 생각했으면서도, 쇼핑몰에 한국 사람만큼이나 동남아계열 사람들이 많았던 지방도시에서 위화감을 느꼈던 나는 과연 내 안의 윤리와 나의 행동과 나의 감정이 같은 곳을 가고 있는가 했던 물음. 그런 것들이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온통 뒤엉켜 떠오른다. 

밑줄긋기
33 _ 때때로 나는 생각한다. 모욕을 당할까봐 모욕을 먼저 느끼며 모욕을 되돌려주는 삶에 대해서. 나는 그게 좀 서글프고, 부끄럽다.
210 _ 일부러 보지 않거나, 보고도 못 본 척 넘어갔던 시간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들만 본 시간들. 그는 칠 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렇게 자신의 사랑을 유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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