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체력 읽고

마녀체력
이영미 | 남해의 봄날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와 함께 요즘 주목받고 있는 여성의 운동에 관한 책. 사실 별 관심은 없었는데, 아이 둘 키우는 유부녀 후배가 이 책 읽고 나서 운동을 해볼까 한다고 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빌려 읽으려고 보니 예약자가 6명이나 있어 그냥 사서 읽었다.

책상물림의 출판사 편집자 출신 저자가 나이 마흔에 수영을 시작하고, 자전거를 배우고, 결국엔 철인3종 경기에 도전하는 과정이 나온다. 사실 나도 학교 다닐 땐 체육시간이 제일 싫고, 운동회만 했다 하면 꼴찌에다, 온 국민이 만점 받는 체력장조차 만점 받아본 적이 없는 체육낙제생 출신이지만, 직장 다니며 수영을 배웠고, 약 10년 간 꾸준히 여름만 되면 문화센터 다니면서 수영했고, 37살 때 자전거를 배웠다. 뭔가 저자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다만 저자는 승부근성이 있어 더 잘 하고 싶어하고, 발전하지만 나는 10년 내내 실력이 제자리 걸음이다. 승부근성 1도 없고, 뭔가 더 잘하고 싶어서 집에서 연습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운동 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도 마찬가지.) 그런데도 10년 동안 수영을 한 건 그냥 재밌어서다. ㅎㅎ 
저자는 운동, 독서, 외국어가 공통점이 있다며 첫째, 노력과 시간을 많이 잡아먹고, 둘째,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하며, 셋째, 꾸준히 오래해야 효과가 나고, 넷째, 좋은 건 누구나 알지만 시급하지 않아 당장 실천하기 어렵다고 했다. 맞는 말이긴 한데, 외국어와 운동에는 실패하고 독서만 잘하는 나로선, 강한 의지로 독서를 해오질 않아서...그냥 독서만큼 운동이나 외국어를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 누구나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할 죽은 쥐가 둥둥 뜬 강을 헤엄쳐서 건넌 첫번째 트라이애슬론 경기 참가기. 트라이애슬론이 육체적으로 힘들겠다고만 생각했지, 죽은 쥐가 뜬 물에 들어가 헤엄쳐야 하는 그런 고통이 있는 줄은 까맣게 몰랐다. 나라면 기꺼이 포기했을 거다. 그 뒤에도 남편의 꼬드김에 빠져 25미터만, 750미터만 하다가 결국 다 헤엄쳐버리는 부분 보면서 둘이 참 천생연분이다 싶었다.
팁부분엔 싸이클 운동복을 화려한 걸로 입어야 하는 이유는 눈에 잘 띄어야 도로에서 안전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붙어있고, 한강길의 토끼굴로 빠지면 대부분 자전거숍이 있다는 유용한 정보도 들어 있다. 
이 책에서도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소개되어 있는 하루키의 원츄 묘비명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가 나오는데, 나는 이 부분을 다시 읽으며 난 '적어도 끝까지 걸었다'로 써야지 다시 한번 다짐했다. ㅋㅋ 걷는 게 실패는 아니잖아요? 적어도 끝까지 걸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라는 부제에 딱 어울리는 책으로 운동 결심을 하기가 너무너무 힘든 사람들이 읽으면 크게 도움될 것 같다. 나도 발뼈 부러지고 난 뒤 뼈붙으면 꼭 운동해야지 결심했는데, 올 여름은 그런 결심을 지키기엔 너무 덥다. 더위만 가시면 진짜 뭐라도 해야지. 꼭!

밑줄긋기
70 _ 사람은 여간해선 잘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쳐 변하게 만든다는 것은, 신의 역량에 맞먹을 정도로 근사한 일이다.
95 _ '용기'란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 두려움보다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더 중요한 우선순위가 생기면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98 _ 뭔가 잘 못해서 겁이 나고 두려운 사람은 익숙해질 때까지 연습하는 것만이 벗어나는 길이다.
124 _ 운동이나 놀이를 통해서 경험해 보는 실패는 일종의 가상현실과도 같다. 스트레스 지수는 비슷하지만, 매우 안전하면서도 얼마든지 다시 도전해 볼 가능성이 열려 있다. 현실과 달리 큰 경제적 손실을 입지 않는다. 자주 두드려 맞고도 내일은 더 잘해 보겠다는 마음의 맷집이 강해진다. 그래서 평탄하고 무난한 삶을 살아 온 사람일수록 다양한 운동을 통해 좌절과 실패를 연습해 보길 권한다. 혹여 진짜 인생길에서 자빠지는 일을 당했을 때, 그렇게 실패를 극복해 본 경험과 요령은 심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135 _ 스포츠를 하는 여자아이들은 사회에 나가 리더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실제로 94퍼센트의 여성 리더가 어릴 때 스포츠를 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156 _ 걱정거리가 있을 때 해결한답시고 거기에 골몰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것은 마치 무대 위에서 대사를 까먹고 헤매는 배우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던지는 것과 같다. 불안은 가중되고 문제는 점점 심각해진다. 그럴 때는 오히려 잠시 막을 내리고 현실에서 빠져나가, 이상한 나라에 놀러간 앨리스처럼 격렬하게 운동을 하는 게 낫다.
217 _ 걸으면서 쫓아버릴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생각이란 하나도 없다. (키에르케고르)
222 _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게으름, 나태, 권태, 짜증, 우울, 분노, 모두 체력이 버티지 못해서,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아 나타나는 증상이야. (<미생> 중)
 


덧글

  • 미니벨 2018/08/13 16:18 # 답글

    저도 쥐가 둥둥 떠다니는 걸 본 순간 바로 포기할 것 같았어요.
    운동하면 개운하긴 한데 왜 이리 매일 하기는 어려운지 모르겠어요. 올 여름은 더 더우니까 의욕 상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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