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영화들 13편 보고

탐정 : 리턴즈 (이언희 감독 | 권상우, 성동일, 이광수 출연)
1편도, 2편도 극장에서 보진 않았지만 우리나라에도 괜찮은 탐정 시리즈물이 탄생했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 명탐정> 시리즈보다는 100배 재밌는 듯. 이번에는 드디어 아내 몰래 형과 탐정사무소를 개소한 강대만. 바로 장사가 될리 있나. 파리를 날리다 맡은 첫사건이 남편 실종사건이다. 마지막 무리수는 어쩔 수 없었겠지만, 그래도 1편보다는 훨씬 마음이 괜찮았다. 1편에선 아내들을 죽이는 이야기라 여성혐오가 바탕에 깔려 싫었던 것 같다. 물론 이번 것도 춈 그렇긴 했지만. (<킹스맨>의 자칼을 연상시키는 손담비, 무셔웠고요) 연초 드라마 <라이브>에서 이광수가 워낙 비호감이었는데, 이 영화에선 맛깔스런 양념 역을 잘 했다. 뭐니뭐니해도 난 이 시리즈의 서영희가 젤로 죠아!!^^  

요람을 흔드는 손 (커티스 핸슨 감독 | 애너벨라 쇼어, 레베카 드 모네이, 줄리안 무어 출연)
그간 제목만 듣다가 드디어 보게 된 영화! 이미 이 영화를 본 사람들과 함께 봐서 스포일러 낭낭하게 봤다. 임산부 환자들을 성추행하는 의사가 고소당하자 권총자살하는 앞부분은,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비슷한 일이 되풀이 되고 있어서 참 그랬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데, 이런 건 변하질 않는 걸까. 줄리안 무어가 나오는 줄 몰랐다가 어찌나 어리게 나오는지, 정말 신기하게 봤다. ㅋㅋ 그렇게 퇴장할 줄이야! ㅠ.ㅠ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아무리 유모가 유혹을 해도 끝까지 아내만을 사랑하던 남편! 남편이 저렇기만 하다면 세상 어떤 여자라도 고난을 헤쳐나갈 수 있지. 암 그렇고 말고.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 | 크리스 프랫,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이사벨라 써먼, 리프 스팰 출연)
볼 때는 굉장히 재밌게 봤는데, 지금은 거의 기억이 안난다.^^;; 테마파크 폐장하자는 정부 측과 거기의 공룡들을 구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갈등이 묘했다. 유기견 보호나 식용개 반대는 입장을 정하기가 쉬운데,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공룡을 보호해야한다는 주장에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반대! 너무 순진한 사람들이 아닌가 했고, 결국 그런 순진함이 자본에 휘둘리는 것을 러닝타임 내내 보여줬다. 만약 또 후속편이 나온다면 이제는 세계 자체가 달라졌으니 완전히 쥬라기 시대로 돌아가겠구나 했다. 공룡과 함께 살아갸야 하다니...상상만해도...어우...

신과 함께 : 인과 연 (김용화 감독 | 하정우, 주지훈, 김향기, 마동석, 김동욱 출연)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우리는 '이번 시즌은 권력자 아버지의 아들 채용비리에 관한 영화야?'하고 나왔지만, 어거지 아버지를 덮어씌운 뒷부분 보다 고려시대 전생 부분이 정말 좋았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우리의 김향기와 주지훈의 멜로가 절절. 특히 그 하얀 여우가죽 내밀 때...예기치 못한 순간이라 울컥했다. 그때 감동을 다 먹어버린 관계로 이후 이정재 나오는 부분은 그냥 사족처럼 느껴졌다. 역시 주지훈은 넘사벽. 요즘 영화에서 나의 최애배우는 주지훈과 류준열인 것 같다. 
김동욱이 내내 "나는 영원히 살기 싫다니까!" 할 때도 백퍼공감. 그게 무슨 선물이냐고요, 벌이지. 성주신 마요미도 물론 좋았다. 신도 인간이랑 같이 살려면 펀드도 하고, 주식투자도 하고, 부동산도 사놓고..어? ㅋㅋㅋ 
그리고 하정우의 마음이 얼마나 소금밭이었을까도 깊이 공감하며 봤다. 다시 보기도 싫은 사람들과 천년 동안 같이 일해야했다니. 잔인한 형벌이로고!

어느 가족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릴리 프랭키, 안도 사쿠라, 마츠오카 마유, 죠 카이리, 사사키 마유 출연)
예전의 나는 혼자서 극장가는 게 취미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극장은 누군가와 함께 가는 곳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올해는 가끔 혼자 영화보기를 실천해야겠다 다짐했고, <허스토리>에 이어 이 영화도 혼자 봤다.
소매치기, 도둑질, 연금 불법 수급 등의 떳떳치 못한 일로 생계를 이어가는 핏줄로 얽히지 않은 대안 가족. 그 가족이 아동학대받던 이웃집 아이를 데려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동생한테는 그런 일 시키지 마라"했던 문구점 할아버지의 한 마디가 결정적으로 이 가족을 해체시킨다. 
안도 사쿠라는 진짜 대단한 연기를 보여준다. 마지막에 손바닥으로 눈물 훔쳐내며 울 때...진짜...스크린을 뚫고 그의 진심이 나에게 전달되는 느낌을 받았다. 
비가 오는 습하고 더운날 국수 건져먹다 눈 맞는 씬을 비롯, 이 영화는 은근히 에로틱해서 다른 어떤 야한 영화보다도 잔상이 오래 남았다. 무슨 저런 일을 하나 싶었던 손녀딸의 알바도 그렇고.
그나저나 릴리 프랭키는 어떤 사주이길래 우에노 쥬리, 안도 사쿠라, 마키 요코 같은 젊은 여배우의 남편역을 즐겨 맡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공작 (윤종빈 감독 |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출연)
예고편 봤을 때 1도 안땡겼는데 '현대판 남한산성'이라는 말에 귀를 팔랑거리며 극장에 갔더니.....정말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대체 이 영화가 뭐가 어디가 좋다는 거야? 그냥 딱 실화 영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어쩜 그렇게 남자들끼리만 해쳐먹는지... 여자가 딱 둘이 나온다. 주지훈 부하직원이랑 박성웅 마누라. 대사 있는 여자는 이 둘뿐이다. 아..한 3초 나온 조명애와 이효리도 있었네. 
김정일은 진짜 김정일 같아서 깜짝 놀랐는데, 영화 다보고 나와서야 기주봉이었다는 거 알고 두번째 깜짝 놀랐다. 

맘마미아2 (올 파커 감독 | 아만다 사이프리드, 릴리 제임스 출연)
넘나 좋아서 따로 리뷰 씀  --> http://tripp.egloos.com/3086019

타임 패러독스 (스피어 리그 형제 감독 | 에단 호크, 사라 스누크, 노아 테일러 출연)
타임슬립을 묘하게 비틀어놓은 이야기. 무슨 이야기인가 싶어 끝까지 보게는 된다. 하지만 정말이지 '내가 나를 사랑한다'는 명제에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가 안된다. 어떻게 저 사람이 나인걸 알면서 나랑 사랑에 빠질 수 있어? 미치지 않고서야. 나는 저 사람이 나라고 하면 그때부터 민망하고 꼴보기 싫어져서 눈도 못마추고 도망다닐 것 같은데.

미미일소흔경성 (조천우 감독 | 안젤라 베이비, 정백연 출연)
중국에서 어마어마하게 팔린 웹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라고 한다. 이 소설이 한국에도 출판되어 있는데, 언니가 도서관에서 좀 찾아봐달라 하여 검색해봤더니, 들어온 도서관에는 전부 예약매진이었다. 헐...@.@ 무슨 뜻인지도 모를 저런 제목의 중국로맨스가 이토록 인기가 많다니! 어떤 내용이길래 싶어 봤다. 디기 이쁜데 자기가 이쁜 줄 모르는 공대생이 공대 최고의 킹카와 게임에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게임 캐릭터와 현실 캠퍼스를 왔다갔다 하는 게 키포인트. 유치하고 뻔했지만 나름 볼만 했다. 하지만 여배우 안절라 베이비, 성형으로 만들어지신 것 같은 그 분은 정말 제 스타일 아닙디다.

클레어의 카메라 (홍상수 감독 | 김민희, 장미희, 정진영, 이자벨 위페르 출연)
홍상수 영화의 재미를 알아갈 즈음 둘의 연애 때문에 국내에선 잘 개봉도 안하고, 개봉해도 바로 내려가고, 영화에 대한 리뷰조차 찾아보기 힘들게 되어버렸다. 김민희 좋아하는데,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는 캐스팅 자체가 되지 않으니 홍상수 영화를 봐야 김민희를 볼 수 있고. 딜레마다. 그렇게 놓친 게 <밤의 해변에서 혼자>, <그 후> 등이다.
<클레어의 카메라>는 칸영화제 왔다가 갑자기 해고되는 영화기획사 직원 만희의 이야기. 사장은 엄청 추상적이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늘어놓으며 만희를 해고하는데, 알고보면 지가 좋아하는 감독과 만희가 원나잇스탠드를 했기 때문에 열받아서 자른 것이다. 장미희, 딱 그 역할에 맡게 나왔고 오랜만에 김민희 보니 좋았다. 이자벨 위페르는 그냥 주변 인물로 두 팀을 이어주는 역할. 만희의 콧노래나 클레어의 카메라가 예술이라는 의미를 붙이려면 붙일 수 있겠다.
영화 다 보고 인터뷰 찾아보니 왜 만희가 그렇게 해고당하고도 분노하거나 뒤엎지 않고 별말 없는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홍상수 왈 "늙은 꼰대들을 그냥저냥 봐주고 참는 젊고 현명한 아이들을 자주 봤다"고 했다. 그 말이 기억에 남는다.

오션스8 (게리 로스 감독 | 산드라 불록, 케이트 블란쳇, 앤 헤서웨이 출연)
극장에서 보고 싶었는데 못봤다. 멋진 여자들이 떼거지로 나오고, 화려한 보석을 훔친다는 데 재미없을리 없다. 뭐 대단한 의미같은 거 부여할 영화는 아니지만 보는 동안 재밌었다. 앤 헤서웨이의 반전, 산드라 불록의 반전도 좋았다.

개들의 섬 (웨스 앤더슨 감독 | 브라이언 크랜스톤, 코유 랜킨 목소리)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감독이 만든 애니메이션이래서 봤는데, 완전 골 때린다. 일단 무대가 일본. 주인공이 시장에게 입양된 일본 소년. 개독감이 번지자 모든 개들을 섬에 버리라는 칙령이 반포되고 이 소년의 개가 첫번째로 버려진다. 소년은 자기 개를 찾으러 쓰레기섬에 갔다가 다른 개들을 만나고, 힘을 합쳐 시장의 음모를 분쇄한다. 개 무리 중에서 수컷과 자주고 물과 먹이를 얻는다는 루머에 휩싸인 새초롬한 미인 암캐가 있는데, 이 개가 자꾸 생각난다. 루머에는 신비주의로 답하고, 마음을 열 때는 한 가지씩 서커스단에서 배운 애교를 시전하던 아이. 인간 군상에 항상 있는, 미녀와 그 뒤를 따르는 루머들에 대한 비유같았다. 
'진짜 만들고 싶은 영화를 지맘대로 만들고 그걸 봐주는 관객이 있다'는 네이버 한줄평에 공감.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수잔 존슨 감독 | 라나 콘도르, 노아 센티네오 출연)
드디어 넷플릭스에 가입했다. 너무 많은 콘텐츠가 쏟아져서 처음 며칠 간은 부담감에 짓눌려 아무것도 못하다가 <루머의 루머의 루머>를 보고 입가심으로 이 영화를 봤다. 이 영화는 한국계 미국인의 자전적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라고 한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와 세 딸이 함께 사는 가정. 엄마노릇을 했던 큰 언니가 스코틀랜드로 유학간 것도 모자라 라라가 몰래 간직했던 일방적 연애편지를 여동생이 다 부쳐버린다. 언니의 남친 조시에게도 그 편지가 가고, 어릴 땐 찌질이였으나 킹카로 자란 피터에게도 그 편지가 간다. 현 여친에게 차인 피터가 질투작전을 짜고, 가짜로 라라와 사귀기로 하면서 로맨스가 펼쳐진다.
계약연애 하던 커플이 진짜로 사랑하게 된다는 뻔한 로맨스이지만 한국계 소녀가 주인공이라는 게 신선하다. 라라 진 역할의 라나 콘도르가 매력적이고 귀여워서 아주 흐뭇하게 봤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를 본 끝이라, 미국 고등학교는 저런 식이구나 하는 걸 더 잘 알게 된 것도 같고. 동생이 그런 식으로 편지를 보내버리는 바람에 예기치 않게 연애가 시작되는 설정이 심플하면서도 신선했다.

* 한달에 한번 정리하니 월초에 본 영화는 기억이 잘 안난다. 9월부터 1~2주에 한번씩 정리해야겠다. 


덧글

  • 유현 2018/09/04 19:06 # 삭제 답글

    오 넷플릭스 가입하셨나요? 저는 how to get away with murder 추천해요!! 시즌1은 진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어요! 범죄/추리물이예요! 저는 2,3도 너무 재밌었지만 몰입도는 1이 진짜 최고! 넷플릭스 추천작도 곧 많이 올리실텐데 저는 곧 기간 끝나서 아쉽네요. 이번에 how to get away with murder 시즌3 업데이트 해서 한달 다시 가입했거든요ㅋ 어떤 작품 감상이 올라올 지 궁금해요!
  • 이요 2018/09/05 09:54 #

    네, 넷플릭스 드뎌 가입했어요. 말씀하신 드라마는 적어뒀다가 꼭 보겠습니다. 추천 감사해요. 앞으로도 재밌는 거 보시면 추천해주세요.^^
  • 포카 2018/09/08 14:15 # 삭제 답글

    홍상수 영화는 나왔는 지도 몰랐네요;;;
    다들 남 사생활에 왜 이리 관심많고, 낙인들을 찍어 쌌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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