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읽고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 흔

요즘 모든 인터넷서점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는 책. 사실 이런 책 사서 읽는 사람이 아닌데, 굿즈가 넘나 갖고 싶어서 사버렸다. ^^;; 요즘은 인터넷 서점들도 약아져서 굿즈를 그냥 5만원 이상 구매자에게 주는 게 아니라 '000'라는 책을 포함, 5만원 이상 구매자에게 주는 바람에 그 빈약한 000 리스트 사이에서 책 찾느라 고생했다. 이러니 사재기만 안할 뿐 더욱 교묘한 방식으로 베스트셀러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심증이 든다. 그 000들 사이에 <역사의 역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어디서 살 것인가> 같은 베스트셀러만 들어가 있으니 말이다. 덕분에 가볍고 주머니 많이 달린 에코백이랑 필통 받았으니 됐다. ㅎㅎ

이 책은 기분부전장애를 앓고 있는 저자가 정신과 상담의와 이야기 나눈 녹취록을 풀어낸 책이다. 기분부전장애란 우울증까지는 아니지만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는 단계라고 한다.
나는 혼자 누워 있을 때 우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 책의 내용 중 많은 부분이 나와 닮아 있어 좀 놀랐다. 누군가를 미워했다가 나를 더 미워하는 양가감정, 인정욕구 강한 것, 합리화를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 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것에 대한 죄책감 등등. 선생님이 "합리화가 나쁜 게 아니잖아요?"하면 나도 적이 안심되는 느낌이었다. 언젠가 주말에 대본 미팅하러 가는 날, 아침부터 기분이 안좋길래 내내 "왜 이럴까"를 골똘히 생각하며 간 적이 있었다. 문 열어주면서 피디님이 "왜 이렇게 기분이 안좋아요?"하길래 "그러게요. 왜 그런지 지금 생각해보고 있는 중이에요."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날 기억이 떠올랐다. "니네는 모든 일에 이유를 찾는 게 문제야."라는 퉁박도 가끔 듣는데, 그게 이 책의 상담선생님 말에 따르자면 합리화의 과정이다. 그게 나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있었다. 
이 작가가 "저 너무 착한 척 하죠?"하면서 눈물이 터지는 순간도 나오는데, 그때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다독거려주고 싶었달까?
물론 내 기준에서는 답답한 부분도 많았다. 나와 10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세대들에게 전반적으로 느끼는 어떤 답답함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이 작가가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특징 중에 녹취도 있는데) 사실 녹취하고 있었다 그러면 나 같음 기분 나빴을텐데, 의사라 그렇게 말 못한 거 아닐까? 책이 이렇게까지 잘 팔리는 걸 보면 그 의사는 어떤 기분일까? 하지현이 이 책 인세의 절반은 상담의 드려야 되는 거 아니냐 했다던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이 책 성공의 8할은 상담해준 선생님 덕분으로 보인다. 대담록이 끝나고 나면 뒤에 작가가 직접쓴 부록이 붙어있는데, 글이 영 별로다. 혼자서 쓴 에세이 내면 안팔리겠다 싶다. (사실 이런 글 적기도 겁난다. 이 작가 집요해서 모든 리뷰를 찾아볼텐데, 이런 글 한 문장 보고 또 밤새 뒤척일까봐.-.- 뭐 많이 팔렸으니까 이보다 더한 리뷰도 있겠지. 그렇게 생각할란다.) 


밑줄긋기
27 _ 하지만 타인이 나는 표현하는 말에 너무 타이틀을 붙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공감을 더 잘해줘야 한다고 의도하는 순간부터는 숙제가 되거든요.
29 _ 양가적인 감정의 원인은 뭔가요? 죄책감과 비슷해요. '목을 조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고는 자동적으로 죄책감이 드는 거죠. 화가 났다가도 바로 죄지은 사람이 되어버려요. 일종의 자기 처벌적인 욕구죠. 나 자신에게 너무도 강력한 초자아가 서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이상일 뿐, 현실이 아니에요. 그래서 매번 이상화된 기준에 도달하는 걸 실패하면서 자신에게 벌을 주고 있는 거죠. 
95 _ 합리화를 왜 부정적으로 보세요? 성숙한 방어기제 중 하나예요. 자신의 상처나 결정에 대해 이유를 찾는 거니까.


덧글

  • 2018/09/16 16:3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9/16 16:3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로그온티어 2018/09/16 19:12 # 답글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으니까 심리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 2018/09/16 20:5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이글루서 2018/09/16 23:07 # 삭제 답글

    사실 읽어볼 생각이 없었는데 ‘사실 이런 글 적기도 겁난다. 이 작가 집요해서 모든 리뷰를 찾아볼텐데, 이런 글 한 문장 보고 또 밤새 뒤척일까봐’ <- 우연찮게 리뷰를 보다가 이부분과 흡사한 내용의 리뷰를 여럿 발견해서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졌어요ㅎㅎ
  • 이요 2018/09/17 08:55 #

    ㅎㅎㅎ 사람 생각 다 비슷하군요. 저 말고도 그런 리뷰를 적은 분이 많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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