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읽고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이기호 | 현대문학

이기호는 이런 소설을 정말 잘 쓴다. 오로지 대화로만 이루어진 소설. 
<최순덕 성령충만기> 읽었을 때부터 이 분 범상치 않다 싶었는데, 이런 소설까지 쓰다니! 나도 이렇게 각 세대의 대표적인 말투로, 이렇게 자연스럽게, '라쇼몽'적인 소설을 한번 써보고 싶다.
책 표지에 나와 있듯 이 소설은 성경 '욥기'를 모티프로 만들어졌다. 뒤에 작가의 말처럼 나도 욥기를 읽을 때 항상 의문스러웠다. 아내도 자식도 다 잃은 뒤에도 신심을 잃지 않던 욥이 자기 몸에 종창이 나자 그때서야 하나님을 원망하는 것이. 그래, 사람이 그럴 수 있다. 아이가 죽은 거지 자기가 죽은 게 아니고, 남의 눈의 들보보다 내 손톱 밑 티끌이 더 아픈 법이니까. 그런데 그런 쪼잔한 사람을 기독교에서 믿음의 아버지로 떠받드는 건 아니지 않나? 나는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기호도 그랬나 보다. 그래서 그는 이 소설을 썼다. 암, 소설가는 그래야지.

목양면 목양교회에 불이 난다. 지하 교육관에서 난 불은 1층, 2층으로 번지고 원룸에 살던 사람들까지 죽었다. 실수인지 방화인지 알아보기 위해 조사관이 목격자, 관련자들을 한명 한명 만나 인터뷰를 한다. 그 인터뷰에 18세 고딩부터 목양슈퍼 아줌마까지, 어쩜 딱 그렇게 말했을 것 같은 사람들이 딱 그런 말투로, 자기 할말들을 한다. 그러나 점점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지, 오리무중으로 빨려드는지는 잘 모르겠다. ㅋㅋㅋ 중간에 하나님 나올 때 정말 빵터졌다. ㅋㅋㅋㅋ
아리송했던 교회오빠 강민호 보다 나는 최요한 목사와 최근직 장로의 이야기가 더 재밌었다.
엔도 슈사쿠에 비교하긴 좀 그렇지만, 나는 이기호가 한국 기독교에 대해서 이렇게 간간이 써내는 게 참 좋다. 어떤 소설가도 하지 않았던 작업이 아닌가. 그리고 어느 경지에 이르면 엔도 슈사쿠처럼 될 지도 모르고. 아니라도 그건 그것대로 좋다.

밑줄긋기
68 _ 그거 알아요? 애들은요, 아빠가 없어서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구요, 문제가 생긴 다음부터 아빠가 없다는 걸 알게 된다구요. 그게 어떤 차이인지 잘 모르시죠? 하여간 좆같은 세상이란 뜻이에요.
74 _ 그 차이를 정말 모르겠어요? 자기 이야기 들어달라고 징징거리는 거하고, 말없이 볼품없는 파지를 박스에까지 담아서 가져다주는 거 하고, 그 차이를 정말 모르겠냐구요? 그게 같아 보여요? 아아, 됐어요... 모르면 평생 그렇게 사시든지...
117 _ 자본주의적 마인드로 보면 다 마찬가지예요. 열심히 하나님 믿고 신앙생활 하면 복 받는다, 그게 우리나라 교회에서 하는 말 아니에요? 아니, 뭐 막말로 우리 말 믿고 여기 상가 분양받으면 사장님 큰돈 버시는 거예요, 그 말하고 다른 게 뭐 있습니까? 다 같은 거죠. 제가 우리 영업사원들한테도 늘 그렇게 말한다니까요, 전도하는 마음으로 영업해라, 고객을 네 이웃이라고 생각하며 사랑하고 접대해라. 교회에서도 늘 그렇게 말하잖아요? 다 같은 거죠.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