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본 것들 보고

드라마 뿐만 아니라 웹툰도 들어있어서...본 것들 총 망라 잡담.

웹툰 <내 ID는 강남미인>
드라마 한다길래 당연히 유료 웹툰이라고 생각했는데, 무료 재연재해줘서 보게 되었다. 성형수술한 여자가 인기녀로 거듭나는 이야기인줄 알고 봤는데, 의외로 재미있고 메시지도 확실했다.
너무 못생겨서 원판을 싹 갈아엎는 수준으로 성형수술을 했지만 "쟤 완전 강남미인 스타일 아니냐?"하는 얘기를 듣는 애와 그런 애를 이용하는 원래 예쁜 애, 그리고 예쁜 사람(특히 엄마)에게 상처받은 남자주인공 등을 잘 엮어놨다. 강남미인에게는 노는 애, 함부로 몸 굴리는 애라는 이미지가 붙어있고, 그런만큼 잡것들이 들러붙는다. 여주는 자신감이 없어 언제나 참고, 애매하게 구는데 나중에 자신없던 여주가 자신감을 회복해서 좋았다. 정말 얄밉게 구는 서브여주의 얄미움 포인트, 착한 척하는 포인트들이 어찌나 잘 표현되어 있는지 정말 대단했다. 그 여주도 백퍼 악녀가 아니었고, 어린 시절 사연을 끼얹어주니 완전 미워할 수도 없었다. 드라마는 안봤지만 임수향이 이런 역을 한다면 진짜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웹툰이 재밌어서 비슷한 제목의 '여신강림'도 봤는데, 그림은 넘나 예쁘더라만 영 재미가 없어서 보다 말았다. 
jtbc 월화 드라마 <라이프> (이수연 극본 / 조승우, 이동욱, 원진아, 유재명, 문소리)
월, 화 밤을 달리게 했던 드라마 <라이프>가 끝났다. 이 작가의 <비밀의 숲>이 워낙 대단해서 이번에도 엄청 기대를 했던 사람들이 혹평을 쏟아냈고, 시청률도 안좋았지만, 그렇게 혹평받을 드라마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부터 단역까지 모두 그럴만하게 자기 입장에서 타당했고, 각자의 고뇌가 있었으며, 그런 사연과 갈등을 아주 세련된 방식으로 몰입감 있게 풀어냈다. 물론 마지막에 이동욱의 멜로라인이 좀 안습이긴 했지만, 그걸 빼면 나는 다 좋았다.
경영도 결국 사람의 일이라 실상을 보여주고 진심으로 설득하면 되리라 믿으며 조승우에게 다가갔던 원진아도 좋았고, 사장님이 흔들린다는 걸 알고 응원했던 조승우의 비서 강실장과 운전기사도 좋았고, 기회가 왔을 때 원장 자리를 낚아챈 후 잠시 흔들리기는 했지만 결국엔 돌아와 기선제압했던 문소리도 좋았고, 자기만 당하는 게 억울해서 물러나면서도 한 명 한 명에게 칼침을 찌르고 떠난 문성근도, 함께 장학금을 받고 그 재단에 복무했지만 결국엔 사표쓰고 반바지 입고 빼빼로 사먹던 태인호도 좋았다. 후반부에서 내가 눈물을 쏙 뺐던 장면은 온 셔츠가 땀에 젖도록 바퀴를 굴려 원진아의 집으로 온 동생이 고개를 떨구고 돌아가던 장면과 미술관을 비워 사방벽을 바다 속으로 만들던 장면이었다. 3D로 바닷속이 펼쳐질 때 이미 울컥했는데, 그 바닷속을 휠체어 탄 여자가 유영할 때 눈물이 터졌다. 아...이건 정말.... 
15회가 끝난 뒤 다음회가 최종회라는 말을 듣고 "어쩔라구?" 싶었다. 아무 것도 해결된 게 없고 최소 앞으로 3회 분량은 남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16회의 편집이 들쭉날쭉하고, 러닝타임이 무려 90분이었지만, 우려했던 것보단 깔끔한 마무리였다. 완전히 토사구팽 당한 줄 알았던 조승우는 옷에 심장박동과 땀을 분석해 건강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을 제의해 회장이 굳이 핸드폰 회사에 무릎 꿇지 않아도 되는 기획을 함으로써 다시 그 회사에 충성할 기회를 잡았고, 의사들은 악독한 사장 조승우를 쫓아냈지만 더 이상한 재벌3세가 사장으로 꽂힌다. 차마 해피엔딩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고, 작은 승리나 행복들을 쟁취했으며,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는 걸 보여주며 끝났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확실하고,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 세련되었으며, 현실을 장밋빛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이 작가의 세번째 작품도 기다린다.
<라이프>를 보고 났더니 이제 더 이상 다른 병원드라마가 눈에 차지 않는다. 새로 시작한 <흉부외과>는 단 1분을 보고 있지 못하겠다. 눈높이가 높아진다는 게 <라이프>의 부작용? 
KBS 단막극 <잊혀진 계절>
tvN <알쓸신잡>의 시즌3가 시작되었다. 김영하도 돌아오고, 여성 패널도 나온다고 해서 기대를 가지고 첫 방송을 봤는데, 이상하게 재미가 없었다. 왜 꼭 인문학의 시작은 그리스 아테네여야 하는가? 참 고답적이다. 유시민의 수다는 예전에도 별로였지만 이번에는 더 별로였다. 보는 내내 유희열에 빙의되어 짜증입빠이. 그러다 참지 못하고 채널을 돌렸다. KBS에서 단막극을 하고 있었다.
마침 영화 <목격자>를 보고 난 뒤였는데, <목격자>와 같은 주제를 다루는 드라마였다. 노량진 고시촌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가운데 두고, 피살자의 옆방에 사는 여자, 편의점 총각, 택시운전수, 고시원 주인 등이 각자의 이유로 목격자 진술을 거부하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무심하고, 반대편에는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 자와 그의 동생이 진실을 조작하고 더한 범죄를 저지른다. 그것들이 흥미롭게 맞물려 돌아가 막을 수 있었던 나머지 두 번의 살인까지 막지 못한다. 힘을 줘서 연출한 부분이 치기어려보이긴 해도 굉장히 재밌게 봤다. 김무열과 동생의 뒤틀린 관계, 오로지 합격해야한다는 목표에 매몰되어 남의 위험을 무시했던 여자의 말로. 끝나고 나서도 여운이 긴 작품이다. 이 시간에 단막극한다는 걸 알게 되어 <알쓸신잡3> 대신 단막극을 보기로 했다.
넷플릭스 <블렛츨리 서클> (시즌1, 2)
아무래도 앞으로는 넷플릭스 메뉴를 하나 만들어야겠다. 
이 드라마는 내가 추천해줘서 다들 봤다는데, 정작 나는 못보고 있었던 드라마다. 넷플릭스 가입하기 전에 재밌다는 이야기를 듣고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는데, 그들은 보고 나는 못봤던 것. 이번에 시즌2까지 달렸다. 시즌2까지 합해도 7회뿐. 7회 속에 3개의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위 4명의 여자들은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암호코드를 풀어내던 블렛츨리 부서에서 일한 똑똑한 여자들이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결혼을 하거나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 뒤에는 별로 행복하지 못하다. 폭력 남편을 만나거나 아이들을 키우거나 세계여행을 다니지만 돈이 다 떨어져서 바에서 일하거나. 그들의 남편들은 이 여자들이 똑똑한지 모른다. 그런 가운데 여자들이 연쇄적으로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경찰청은 일반 살인으로 보고 가짜 범인을 잡아 넣는데, 이 여자들은 암호를 풀던 방식으로 사건을 추리하여 이면을 파헤치고 진짜 범인을 찾는다.
1950년대의 여자란 정말 많은 장애물이 도처에 널려있는 사람들이더라. 사회적으로는 발언권이 없고, 그녀들의 말은 여자들의 한가한 놀음 정도로 평가받고, 누구를 만나려고 해도 남편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그런 장애들을 헤쳐가며 수사하는 부분이 이 드라마의 재미다. 물론 똑똑한 그녀들의 명석한 추리기법과 두뇌싸움을 보는 재미도 있다. 영국식 영어발음을 편애하는 내 입장에선 원없이 그 발음을 들을 수 있다는 것도 킬링 포인트.
<콜래트럴 이펙트>가 현대의 여자들의 추리극이라면, 이 드라마는 과거의 여자들의 추리극이다. 마음에 든다. 
 



덧글

  • 해리 2018/10/04 23:36 # 삭제 답글

    블렛츨리 서클. 은 내가 맨 첨 봤던걸로 (블로그에 짤막한 리뷰를 남겼더라고.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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