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제자리에 읽고

모든 것을 제자리에
최정화 | 문학동네

<지극히 내성적인>과 <없는 사람>의 작가 신작. 앞의 두 소설보다 못하다. 그래서 이렇게 신간에 대한 반향이 없었던 거구나 싶다.
단편집인데 모든 이야기에 현실과 환상이 아사무사하게 섞여 있다가 결론을 내지 않고 끝난다. 내가 단편에서 제일 싫어하는 서사다. 읽고 난 뒤에 "그래서 뭐라는 거야?" 소리지르고 싶게 만드는 소설들. 현실이 환상과 뒤섞이는 곳에 주인공들이 위치하는데, 그 주인공들이 내가 느무느무 싫어하는 성격들이다. 강박증이 있고, 사람을 불편하게 하면서도 자기가 왜 따돌림 당하는지 모르고, 어떤 한 부분에 집착하여 어마어마하게 집요한.
사실 최정화의 주인공들이 호감이었던 적은 한번도 없다. 그러나 <지극히 내성적인>이나 <없는 사람>에는 이야기 자체의 완결성이 있고, 그런 이상한 사람을 정상적인 사람이 관찰하는 형식이라서 "그래, 저런 사람이 있지."하며 넘어갈 수 있었지만, 이번 소설집에선 그런 이상성격의 사람들이 죄다 화자거나 주인공이다. 어쩔...-.-;;;
그나마 첫 작품 '인터뷰'가 완결성이 있는 이야기(인터뷰하다가 여기자를 폭행해 실명하게 만든 남자의 재기)였고, 그 외에는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이사 간 그 집에 자꾸 찾아오는 사람들은 좀비인가 그 집에서 쫓겨난 진짜 사람들인가(잘못 찾아오다), 친구 진기는 내 남편과 바람을 피웠나 아닌가(푸른 코트를 입은 남자), 습진 걸린 여자의 손은 대체 뭘 상징하나(모든 것을 제자리에). 근데 실은 그다지 알고 싶지도 않은 의문들이다. 모든 작품이 한 작품 같이 비슷비슷 동어반복이다. 사회에 건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서 소설을 쓴다고 작가의 말에 써놓았던데,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나는 지하철과 버스에서 꼭 이 소설의 주인공들같이 묘하게 신경거스르는 이상한 사람들을 하룻동안 두번이나 만났다. 물론 이 소설 탓은 아니지만 어쩐지 이 소설의 영향력 아래 있었던 것 같다. 건강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음....-.- 이제 최정화는 그만 읽어도 되겠다. 뒤쪽의 주례사 비평도 쓰느라 고생했겠다 싶다.


덧글

  • 날마다 better 2018/10/12 10:51 # 답글

    사회에 건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서 '소설'을 쓴다는 작가의 말은 이해하기 어려우나, 그 소설의 주인공들과 비슷한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다고도 느껴집니다. 내 블로그에 내가 글쓰면서 '이건 내가 싫어하는 스타일이다' 라고 하는 거 아무도 뭐라 못하지만, '나는 그러하나 누군가는 좋아할 수도 있겠지' 라는 것을 조금만 더 기본에 깔아두시면 좋을 것 같네요. 아, 뭐, 최정화 작가와 친분이 있어서 이런 말 하는 건 아닙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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