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후반의 영화들 : 죄많은 소녀, 피터 래빗 외 보고

10월 후반에도 전반과 같이 4편의 영화를 봤다.

나를 차버린 스파이 (수잔나 포겔 감독 | 밀라 쿠니스, 케이트 맥키넌)
이 영화는 앞부분이 재밌었다. 애인에게 일방적으로 차이고 상심한 오드리. 알고보니 애인이 거물 스파이였고, 자신에게 뭔가를 숨겼다고 한다. 그 물건을 찾으려고 세계적인 첩보집단, 테러범들이 다 모이고, 오드리는 친구 모건과 함께 스파이 작전에 목숨걸고 참여하게 된다. 주인공 오드리보다 그녀의 친구 모건 캐릭터가 아주 좋았다. 열혈 페미니스트에 허당끼 가득한 여자. 걔가 무슨 말 할 때마다 빵빵 터졌다. ㅋㅋㅋ 2/3까지 엄청 재밌게 봤는데, 클라이막스에서 완전 힘 빠진다. 갑자기 죽었던 남자가 왜 살아난 거냐? 어이 없어서...참. 태양의 서커스를 선보이려는 야심찬 무대였다는 건 알겠다만, 그 3장만 없었더라면 참 괜찮았을텐데. 아쉽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존 추 감독 | 콘스탄스 우, 헨리 골딩, 양자경)
이 영화에 대한 내 기대가 너무 컸나보다. 그저 어마어마하게 부자라는 것 외에는 한국 드라마와 별 차이가 없다. 이 정도로 얌전한 재벌가라니...이분들 한국 막장 드라마 연구 좀 하셔야겠어. 주인공 콘스탄스 우는 <색계>를 찍을 때의 탕웨이와 닮아서 매우 마음에 들었고, 이 영화를 계기로 아콰피나(노란 머리의 여주인공 친구)의 팬이 됐다. 아콰피나! 짱!! 모내기하는 논처럼 만들어놓고 물을 채워서 맨발로 걷는 웨딩로드는 신선하고 인상적이었다. 

피터 래빗 (윌 글럭 감독 | 도널 글리슨, 로즈 번)
이 영화 대박 골때림! 인형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인 줄 알고 봤는데, 사람 주인공이 나오는 실사 영화다. 여주인공도 <스파이> 이후 사랑하게 된 로즈 번이었고, 남주인공은 <어바웃 타임>의 어리바리한 배우 도널 글리슨이었다. 
정원 가꾸는 할아버지를 죽일(?) 때부터 "허걱 이거 뭐야?" 했던 영화는, 한 여자를 사이에 둔 토끼와 남자의 삼각관계로 흘러간다. 보는 내내 "우와 저걸 어째?"하면서 봤다.
결국에는 토끼의 여자에 대한 사랑이 육친에 대한 사랑 정도로 정리되어 다행이었다. 어느 한쪽이 죽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남자들끼리의 경쟁도, 성격적인 결함이 있고 그걸 서로 알아봐주는지라 금방 동지로 변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하여튼 어린이들이 좋아할 착한 영화인줄 알고 봤다가 깜짝 놀랐다.

죄많은 소녀 (김의석 감독 | 전여빈, 서영화, 고원희, 유재명)
쏟아져 나오는 비평과 반응을 보면서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다 보고 나서 불면증에 시달렸다. <파수꾼>이나 <한공주>처럼 웰메이드하지는 않았지만, 불친절하기에 더더욱 생각이 많아져서, 잠자리에 누워서도 걔는 왜 그랬을까, 걔가 죽은 건 누구 탓이었을까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냥 나오는 모든 여자들이 끝까지 간다. 하나도 녹록한 캐릭터가 없다.
(이하 스포일러)
식당에서의 그 엄마 행동도 꺅 소리 나올 정도였고, 화장실에서 그 아이의 행동도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하려는 18살 아이의 행동이라면 그래, 그럴 수 있다. 후회하겠지만 그럴 수 있다. 그러다 생각해보면 엄마 또한 자기 딸의 죽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에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았을까. 수화를 통해 이야기했던 그 마지막을 준비한 행동과 자기 딸을 죽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아이의 수술비를 대준 행동과 그 모든 것들이 어느 한쪽 누구한테 뭐라 할 수 없는 복잡함과 팽팽함을 가지고 있다. 
나는 영화 볼 때 <내게 무해한 사람>을 읽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소녀는 동성애도, 성적도, 부담이었을테고, 그날은 죽기로 아예 결심을 하고 있었을테고...그러나 제각각 방아쇠를 당긴 사람들은 죄책감을 감추고 자기가 살기 위해 거짓말을 하거나 희생양을 찾는다. 정말 어려운 문제다. 용서란, 복수란, 희생양이란, 거짓말이란, 우정이란, 가족이란, 엄마란.


덧글

  • 로그온티어 2018/11/05 23:28 # 답글

    죄많은 소녀... 어찌 제목이 저럴까... 마치 포크와 고전문학이 뒤섞인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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