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공포영화제 : 딸랑 세 편 리뷰 보고

올해도 어김없이 공포영화제가 열렸다. 14회라고 한다. ㅎㅎㅎ 14년 동안 매년 초겨울이면 모여서 공포영화를 보는 징한 인간들. ㅋㅋㅋ 중간에 갑자기 노래의 밤이 열려 3시간 넘게 술마시고 노래하느라 정작 영화는 몇 편 못봤다. (그 이야기는 따로 포스팅 예정) 이미 본 <곤지암>을 제외하고, 3편의 간단 리뷰.

<유전> (아리 에스터 감독 | 토니 콜렛, 밀리 샤피로, 알렉스 울프 출연)
올해 공포영화제의 개막작. 개봉 당시 비평가들의 평이 좋아서 약간 기대했었는데...아...정말.... -.-;;; 초반에는 대체 이 가족 뭔지 이해가 안되는 채로 봤는데, 대사가 거의 없고 너무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다. 중반에 좀 괜찮다가(왜냐하면 이해가 되니까), 마지막에 이 모든 일의 원인이 밝혀지고 클라이막스에서는 욕이 나왔다. 으아...
아빠가 젤루 불쌍해. 그런 이상한 아내와 딸을 데리고 사는 것도 불쌍하고, 죽음 이후에는 아들과 엄마 사이에서 식사하는 한 장면 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혔다. 나 같으면 골백번 이혼했을 것 같다. 딸의 죽음을 두고 아들과 엄마가 반목하는 지점도 이해가 되고, 그런 연약한 마음에 영혼이니 분신사바니 침투하기가 얼마나 쉬운지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종교와 엮이는 오컬트 결말은 내 취향이 아니다. 파이몬트 왕이 뭔지도 모르지만, 엄마 매달려서 그러지 말지...ㅠ.ㅠ 연기 잘하는 토니 콜렛 데려다놓고 그게 뭐하는 짓이니 증말.

<콰이어트 플레이스> (존 크래신스키 감독 | 에밀리 브런트, 존 크래신스키, 밀리센트 시몬스, 노아 주프 출연)
<유전>의 가족들보다는 이 가족들에게 엄지손가락 백만개 날린다! 올해 공포영화제에서 본 것 중에서도 수작이고, 그냥 올해 본 영화 중에서도 상위권에 드는 재밌는 영화였다. 소리를 내면 죽는 괴물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임신이라니! 에밀리 브런트의 동그란 배를 보는 순간, 우리 모두가 탄식을 울렸다. 출산할 때 소리를 안낼 수가 있어? 아니 엄마는 이를 깨물고 참는다 치자, 아기는? 울음 소리 어쩔꺼야? 보는 순간 수많은 걱정이 몰려들었고, 놀라운 상황에서 극한까지 밀어부치는 설정이 정말 헐리우드 영화다웠다.
알고보니 감독(이자 극중 남편 역)이 실제 에밀리 브런트의 남편이라고 한다. 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처음 본 에밀리 브런트가 그닥 호감은 아니었지만, 이후 이 배우가 나오는 영화들이 대부분 재밌어서 시나리오 보는 눈이 탁월하구나 싶었다. 대단히 영리하고 연기도 잘하는 배우다. 나에게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되었다.
<유전>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 게, 둘다 극한 상황의 가족 이야기인데, 한쪽은 넘나 비호감 가족이고, 한쪽은 다들 용기있고 마음에 드는 가족이다. 자고로 가족이라면 이래야지 싶다. 아버지가 죽는다면 응당 이 정도는 하고 죽어야지, 응? 최소 화해는 시켜놓고 일을 끝내야지, 응? 영화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뒤에서 "아버지는 음악이지. 아버지는 슬로우모션이지"하는 바람에 빵터졌다. ㅋㅋㅋ
특히 나는 마지막 장면이 마음에 들었다. 엄마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찰칵 총을 장전하고 딸을 쳐다보는 그 마지막 장면을 올해 최고의 엔딩으로 임명합니다.

<더 보이스> (마르얀 사트라피 감독 | 라이언 레이놀즈, 안나 켄드릭, 젬마 아터튼, 재키 위버 출연)
이 영화는 완전 시놉에 낚였다. 개와 고양이가 말을 하는 블랙코미디 공포 영화라길래 보게 되었는데....하아....너무나 지루하고 설명적인데다 여성혐오적이어서 짜증났다. 제일 짜증나는 건 넘나 재미없는데도 어떻게 끝이 날까 싶어 끝까지 봤던 것 ㅠ.ㅠ 끝이 그럴 줄 알았으면 중간에 껐을거다. ㅠ.ㅠ 거기 예수가 왜 나오는 거냐? 미친 거냐? 안나 켄드릭 같은 배우를 데려다가 대체!!!! (그러고보니 올해 공포영화제 작품에는 셋 다 내가 좋아하는 여배우가 나오는데, <콰이어트 플레이스> 빼고는 그 배우들이 이상하게 쓰였다.)
파스텔 색조의 따뜻하고 동화같던 집이 약을 안먹자 어두침침하고 더럽고 낡은 집으로 보이는 연출은 좋았다. 그 장면을 비롯, 개와 고양이가 말을 하는 장면 등이 조현병 환자들의 증상에 대해서 매우 잘 보여준 장면이라고 한다. 그래서 조현병 환자 가족들에게는 이 작품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왜 그런지 알겠지만, 나에게는 넘나 재미없고 화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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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華奢 2018/11/12 15:37 # 답글

    종종 공포영화 시나리오 작가들은 악취미가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는데 <콰이어트 플레이스> 설정을 생각해낸 사람은 정말 너무하네요 ㅋㅋㅋㅋㅋ 소리내면 안되는 곳에서 출산이 뭔일이래요.. 언제나 이요님 리뷰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o^
  • 이요 2018/11/12 18:45 #

    악취미라고는 생각못했는데, 그럴 수도 있네요. 그래도 영화에 퍽 잘 어울리는 설정이었습니다.
  • 긴호흡 2018/11/13 11:55 # 삭제 답글

    <유전> 평이 하도 좋아서, 이를 악물고-혹은 청심환 먹어가며?-봐야하나, 요즘 고민이었는데, 안 봐도 되겠군요. 이요님 감사!
  • 이요 2018/11/13 12:19 #

    <유전>에 나오는 자녀들 나이가 초딩, 고딩이라서 긴호흡님은 보고 나면 트라우마 생길지도 몰라요.^^;;;
  • 룰루랄라나 2018/11/16 00:48 # 답글

    14년이라니 ㅎ정말 대단하신 거 같아용~전 공포영화라곤 ㅋ 아랑이었나 그게 마지막이었던 거 같아요 언니 리뷰보니 보고프네요 혼자 볼 자신은 없지만ㅎㅎ
  • 이요 2018/11/16 09:08 #

    <아랑>이라니....언제쩍 아랑이냐.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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