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후반의 폰털이 일기 살고

 
주렁주렁 열린 모과 | 낙엽 위에 포토샵을 그려놓은 듯한 단풍의 발자국
우리집 복도 창으로 내다본 첫눈 맞은 전나무 

어김없이 계절은 가고 온다. 국회도서관에 나갔다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주렁주렁 열린 노란 모과와 누런 낙엽들 위로 빨간 단풍이 져서 마치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듯한 풍경을 본 게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첫눈이 내렸다. 그것도 폭설로 왔다. 자다가 톡을 받고 문을 열어본 뒤 얼마나 놀랐던지! 마침 이사한 집 건너편 회사의 마당에 전나무가 늘어져 있어 제대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났다. 폭설 덕분에 밖에서 만나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하고 하루종일 방콕했다. 다행히 오후엔 날이 푹해져서 저 눈들이 쌓이지 않고 녹았다는 게 더 기쁜 소식.
독서모임이 7주년을 맞았다. 1주년 때 케잌에 1자 초를 꽂은 기억이 생생한데, 어느새 세월이 흘러 7주년이나 되었다. 이번에는 케잌 대신 카페에서 파는 티라미수에 7자 초를 꽂았다. 2주에 한번씩 거르지도 않고 (물론 중간에 방학은 1달씩 있습니다만) 7년을 이어온 책읽기 모임이 있다니,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이 모임 덕분에 나혼자선 절대로 읽지 않았을 <코스모스>, <총균쇠>,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을 읽었다. 이 모임은 직장이 없는 프리랜서에게 유쾌한 사회생활이기도 하다. 일전에 어떤 면접자리에서 누군가 6년 동안 독서모임을 해왔다고 매우 자랑스럽게 말할 때도 속으로 "나는 7년째거든?" 했다. ㅋㅋㅋ
일단 케잌에 10자 초를 꽂을 때까지 달려보고, 그 다음은 그 다음에 생각해보자.
독서모임에서 쓰레기에 관한 책을 읽었다. 재활용은 절대 쓰레기 문제의 해답이 될 수 없으며, 자원낭비과 쓰레기 문제는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식습관 이야기도 나왔다. 내가 음식을 남기지 않는 건 음식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쓰레기 남는 게 싫기 때문이라며, 언제나 음식을 습관적으로 남기는 후배를 타박했다. 그날도 그녀는 먹던 빵의 꼬다리 부분을 저렇게 남겨 놓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저것이 습관의 문제가 아니면 뭐냐며 뒷담화를 하고 있는데, 후배가 달려나와 저 빵을 들고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리고 오더니 무슨 일이 있었냐며 능청을 떨었다. ㅋㅋㅋ 그러나 나는 증거 사진을 찍었지. 
<국가 부도의 날> 시사회에 참석했다. 출연했던 모든 배우들이 왔다. 감독님 옆이 박진주인데, 인사를 하다가 말이 엉켜서 당황하니까 옆에서 김혜수가 살짝 안아줬다. 보기 좋았다. 배우들 중에는 IMF 때 딱 대학을 졸업하거나 군대 갔다와서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들이 몇 있었고, 2살이었다는 분도 있었다. 하아...IMF 때 나는 이미 직장인이었다. 이 영화를 보며 우리는 그간 6.25, 일제강점기, 5.18 광주, 87년 6월 항쟁 등 수많은 역사적 사건을 영화화했으면서 어째서 한번도 IMF를 소재로 삼을 생각은 못했던 것일까 싶었다. 영화를 보면 IMF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우리는 어쩌다 이꼴로 살게 되었는지 설명이 된다. 더불어 97년, 98년의 그때가 생각나 한숨이 절로 난다. 영화 같이 본 친구와 "너는 그때 어땠니?"하며 월급이 깎여서 사표 쓴 것, 내쫓겼던 것, 회사에서 내내 빚쟁이들 전화 받던 것들을 이야기했다. 어쩌면 민주화보다 이 사건이 지금의 우리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올 하반기에 나는 정말 부지런히 썼다. 공모전 마다 도전했고,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결과 발표가 끝난 지금 돌아보면 수확이랄 게 없다. 그래서 괴로운 마당에 그나마 수확이 하나 있다면 바로 이 작품 <구마콜센터>다. 몇년 전 스터디 멤버들 4명이 함께 시작해 드라마 기획안을 만들고, 그걸 현직PD에게 보여주고 회의도 몇번 했으나 결과 없이 유야무야됐다. 그리고 몇달 후 <보이스>에서부터 최근의 <손 더 게스트>까지 우리의 아이디어임이 분명한 장면들을 TV로 보면서 분노일지 체념일지 모를 감정들을 느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며,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3명이 기획안을 고쳐서 스토리움에 올렸다. 여기서 드라마나 웹툰으로 팔린다면 좋지 않을까? 하면서. 그리고 11월의 추천스토리로 뽑혔다. 비록 지원금은 얼마 안되지만, 우리 머릿속에만 있던 인물들이 이렇게 형상을 갖추고 나타나니 신기하고 기분 묘하다. 
어떤 작품인지 궁금하다면 구마콜센터 클릭! 
웹툰 작가님이나 웹툰사에서 보고 좀 사주세요!
어디선가 본듯한 기시감이 느껴진다면, 저희가 원본입니다. 다른 작품들이 베낀 거예요.^^








덧글

  • 2018/11/27 13:3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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