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영화 : 완벽한 타인, 콜미바이유어네임 外 보고

11월에는 총 10편의 영화를 봤다. 
보헤미안 랩소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완벽한 타인, 유전, 콰이어트 플레이스, 더 보이스, 원더풀 고스트, 국가 부도의 날, 할로윈, 올 더 머니.

보헤미안 랩소디 리뷰 : 역대급, 강추! 내게는 어쩌면 올해의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 티모시 샬라메, 아미 해머)
올 상반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추천했는데도 미루고 있다가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난 다음에 넷플릭스에서 봤다. 이후의 <완벽한 타인>까지 3편을 이어 보면서 동성애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 생각 안에는 왜 동성애마저 남자들 이야기뿐일까 하는 생각도 포함.)
다들 열광했던대로 티모시 샬라메가 참 아름다웠고, 미국인 올리버로 나온 배우도 딱 1960년대의 미국인 느낌이었다. 첫사랑과 그때의 흔들리던 감정과 하여간 많은 것들이 매우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져 있어서 왜 다들 이 영화를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무엇보다 엘리오의 부모들이 놀라웠다. 아버지가 "우리는 빨리 치유되려고 스스로를 너무 망쳐." 할 때는 정말 가슴이 쩌르르 아팠고, 마지막 전화를 받아주시는 것도, 올리버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하고...어른이란 그런 거지, 엘리오에겐 그런 부모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했다. 그렇게 전적으로 이해해주는 부모를 만나도, 사랑 그 하나만으로도 그렇게 가슴 아픈 게 첫사랑인데... 마지막 벽난로를 보며 울고 있던 엘리오가 자꾸 떠오른다. 에휴.   

완벽한 타인 (이재규 감독 | 이서진, 유해진, 조진웅, 윤경호,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만약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지 않았다면 이 영화를 훨씬 더 좋게 봤을 것이다. 재치있고, 재미있고, 완벽하다고 상찬했을텐데, 진짜를 보고 났더니 가짜같은 느낌이랄까? 웰메이드 했으나 영혼을 뒤흔들 수는 없었던 영화다.
재치있고 웃기는 코미디 장면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보고 나오는 끝이 씁쓸해서 놀랐다. 역시 블랙코미디였어.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남친은 엔딩이 현실이고, 영화의 내용이 꿈이라했고, 나는 엔딩이 꿈이고 영화 내용이 현실이라 했다. 눈이 오는데 달이 떠 있었으니 내 말이 맞다고 생각은 하지만, 이쪽이든 저쪽이든 발만 삐긋하면 어느 쪽으로든 빠질 수 있고, 우리가 저런 위태위태한 관계를 속에 품고 현실을 살아간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이 참 끝맛 씁쓸하게 했다.  
이서진이 오랜만에 딱 제 역할을 맡아, 연기력 논란없이 볼 수 있어 좋았고, 다 보고 나면 참 김지수가 당돌했다 싶고, 순간순간 대체 어쩔라구 싶어서 손에 땀을 쥐고 봤다. 이런 각본이니 전 세계에서 달려들어 각 나라마다 리메이크를 했지 싶었다.

유전, 콰이어트 플레이스, 더 보이스 리뷰 : 콰이어트 플레이스 강추!

원더풀 고스트 (조원희 감독 | 마동석, 김영광, 이유영)
이렇게 성의없이 만들수가! 내가 무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뻔했다. 극장에서 봤으면 어쨌을뻔. -.-;;

국가 부도의 날 (최국희 감독 | 김혜수, 유아인, 허준호, 조우진)
보고 나면 왜 이제껏 IMF를 소재로 한 영화가 없었나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렇게 지금 내 인생에 영향을 주고 있는 사건인데! 
보는 동안은 조우진 때문에 여러번 뒷목 잡았지만, 다 보고 나오면 허준호가 오래오래 생각난다. 동생을 찾아와 애걸하던 표정, 아들에게 전화해서 아무도 믿지 말라고 할 때의 웃음 띤 표정. 우리는 그때 부서졌고, 그리고도 살아남아 그 경험으로부터 얻은 교훈을 대물림하며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프다.
내가 이 영화의 어느 부분부터 얹혔나면 김혜수가 "벌써 6번이나 보고서를 올렸잖아요!" 발끈하고, 권해효가 그거 듣기 싫어 손사레치던 장면에서부터다. 내가 수없이 당했던, 조직생활의 모든 것이 모여있던 그 장면. 
어려운 개념들을 초반에 차근차근 쉽게 풀어주고 설명해주고, 중반부터 각자의 길을 달려가는 이 영화는 <빅 쇼트>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겠지만, 그보다 친절하고 똘똘하다. <빅 쇼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게 은행 대출끼고 산 고급 주택들이 텅텅 비어 폐허가 되어 있던 장면이었는데, <국가 부도의 날>은 여성시대의 엽서로 그 장면을 대체했다. 영리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살인의 추억> 이후 인상적인 엽서씬이라고나 할까? 
나는 <빅쇼트>에서도 브래드 피트가 큰 돈 벌고 슬픈 척할 때 가식적이라고 느꼈는데, 이번에도 역시 같은 부분에서 걸렸다. 다행히 류덕환이 있어서 유아인의 가식이 브래드 피트만큼 심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친구와 이 영화를 본 후배는 자기가 분노하는 동안 주변 관객들이 눈물을 닦아내더라고 했다. 누군가에는 그렇게 뼈저린 영화였을 수도 있겠다.

할로윈 (존 카펜터 감독 | 제이미 리 커티스, 도널드 플리젠스)
1978년의 영화를 2018년에 보면서 재밌기는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러닝타임이 긴 영화도 아닌데, 어쩜 이렇게 지루한지...영화 중반까지는 음악으로 분위기만 잡을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후반부의 살인도 요즘의 호러영화들에 비하면 넘나 숫자도 적고 무섭지도 않고....제이미 리 커티스를 비롯한 여배우들이 전부 고등학생 역이었다는게 충격. 어떻게 봐도 20대 후반은 되어보이는데. 이 영화의 제일 무서운 부분은 오프닝이었다. 부모들이 "마이클" 부르면서 가면이 벗겨졌을 때. 

올 더 머니 (리들리 스콧 감독 | 미쉘 윌리엄스, 크리스토프 플러머, 마크 월버그)
갑부 폴 게티의 손자 유괴사건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무척 보고 싶었던 작품인데, 생각했던 스릴러 영화도 아니었고, 허세가 가득했다. 이 감독 스타일이 나와 안맞나 싶어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한 영화들을 검색해봤더니 <마션>처럼 넘나 재밌게 본 영화와 <카운슬러>처럼 기막히게 재미없던 영화가 공존한다. <올 더 머니>는 따지자면 <마션>보다는 <카운슬러>에 가깝다. 범인을 찾고, 어떻게 유괴된 손자를 찾아올까에 방점이 찍힌 영화가 아니고, 세상에서 제일 돈 잘 버는 구두쇠의 황폐한 영혼은 이 따위라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평범한 며느리와 구두쇠 시아버지의 갈등기라고나 할까? 호텔에서 빨래 널어놓는 장면만으로 나는 두 손 들었다. 박물관숍의 수많은 조각상을 보며 며느리가 느꼈을 모멸감에도 백퍼 공감. 


덧글

  • 역사관심 2018/12/02 02:03 # 답글

    원더풀 고스트 만든 감독은 반성 좀 해야합니다. 진짜 저런 배우들을 저렇게 소진하다니...
    할로윈 2018은 소재는 어떤 면으로는 참신한데 (같은 동네, 같은 인물들이 시간대만 다른), 가장 문제는 호러의 양이 아니라 '78년 원작과 거의 똑같은 스토리라인'이란 것 같습니다. 그냥 똑같은 내러티브를 40년시차를 두고 반복하는 걸 보고, 대체 이 시나리오를 카펜터 옹과 제이미 리 커티스 선생님이 그대로 수락했단 말인가 싶더군요.
  • 이요 2018/12/03 11:02 #

    어쩐지...이번 할로윈도 안 땡기더라니 역시 그랬군요.
  • 룰루랄라나 2018/12/06 00:08 # 답글

    보헤미안랩소디를 아직 안봤는데 이번주 꼭 봐야것어요 원더플고스트는 개봉 계속 미루다가 한 것이었다는데 이유가 있어나봐용 ㅋ 콜미바이유어네임도 넘 보고프네요
  • 2018/12/07 17:4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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