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본 드라마, 12월에 시작한 드라마 보고

드디어 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ㅠ.ㅠ 눈물 좀 닦고....
연말에 120p짜리 일을 휘몰아치게 되어 그간 재밌는 새 드라마도 많고, 다 본 드라마도 많은데 블로그에 올릴 짬이 없었다. 휘몰아치는 일과 일 사이에 드디어 오늘 틈이 생겨 드라마 잡설!

11월에 본 드라마
사실 10월~ 11월은 드라마 비수기라, 별로 재밌는 드라마가 없어서 TV에선 <최고의 이혼>만 챙겨보고, 넷플릭스에서 스릴러 미드 한 편 본 걸로 땡이다. 

범죄의 재구성 (How to get away from murder)
넷플릭스에서 재밌는 드라마 뭐가 있냐는 물음에 누군가 달아주신 댓글을 보고 이 드라마를 알게 되었다. 맡는 사건마다 엄청나게 변호를 잘해서 틀림없는 범인인데도 다 무죄를 만들어주는 변호사가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 그 강의의 제목이 이 드라마의 제목이다. '어떻게 살인죄에서 빠져나오나? (혹은 어떻게 무죄를 만드는가?)'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받아야하는 원칙 강론 따위 때려치우고 무조건 사례 위주로, 현실적인 강의를 하는 그녀는 수강생 중 싹수가 보이는 애들을 자기 사무실에 인턴으로 채용한다. 이렇게 인턴 대여섯명이 모여서 그녀를 도우며 매회 사건을 맡아 하게 된다. 미드들이 보통 그렇듯 매회 달라지는 사건과 함께 처음부터 관통하는 사건이 있는데, 1시즌에서는 학교 기숙사 물탱크에 실종된 금발머리 여학생 시체가 발견된다. 그녀의 절친, 공식적 남친, 절친의 옆방에 살던 남자, 담당교수 등 용의자들이 차례차례 불려나오고, 당연히 이 사건은 주인공 변호사와 관계된다.
이 드라마는 구성이 특이해서 현재와 과거를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한씬이라도 놓치면 이해하기 힘들다. 초반에는 그런 구성이 멋져보였는데, 나중에는 남발되다 보니 좀 질리는 감이 있다. 주인공 변호사를 비롯, 인턴 애들 각각과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들까지 캐릭터의 향연이다. 진짜 캐릭터 잘 쓴다. 
마지막에 엉뚱한 사람이 범인으로 밝혀지는데, 나는 2시즌을 위한 어그로 끄는 느낌이라 1시즌에서 멈췄다. (4시즌까지 나온 듯) 
여튼 범죄란 사람 밑바닥을 닥닥 긁어 보여주므로 처참하면서도 흥미롭다.  

최고의 이혼 
매주 본방사수하지는 못했지만, 끝까지 잘 봤다. 
전체적으로는 일본 드라마와 같이 가면서도 추가된 대사와 에피소드들이 적절해서 좋았다. 휘루가 동화작가로 데뷔하고, 그 출판사 사장과 썸을 타는 부분 같은 것들. 약간 우울하고 힘든 장면 뒤에는 여지없이 웃기는 장면이 나오는지라 우울하지 않게 볼 수 있어 참 좋았다. 이를테면 "제가 강원도에 목장이 하나 있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 휘루 씨와 젖을 짜고 아침을 먹으며..."하면서 출판사 사장이 고백을 하면, 바로 차태현이 "얘 우유 싫어해요. 그리고 아침에 못 일어나요. 내가 출근할 때도 한번도 일어난 적 없어요." 하는 식. ㅋㅋㅋㅋ 그 장면 진짜 ㅋㅋㅋ 명장면이었다. 이엘과 차태현이 "그럼 우리 자보자"하며 분위기 묘해지고 있을 때, 화면 전환되면서 정작 키스하는 사람들은 배두나와 손석구였다는. 그런 편집이 뻔하지 않고 재밌었다. 특히 차태현과 손석구의 케미가 끝내줬다. 두 사람은 여자랑 살지 말고, 그냥 둘이 살면 제일 좋을 듯. ㅋㅋㅋ 노래방씬에서 진짜 빵터졌다.
사실 이엘은 걱정했던 것처럼 연기의 신들 사이에서 연기가 좀 딸렸다. 특히 남편 앞에서 폭발하는 씬은 어색해서 못봐주겠더라만, 진유영 캐릭터 자체가 원작에서도 제일 공감하기 힘든 캐릭터여서 그랬던 것도 있지 않을까 싶다.
<결혼 못하는 남자>와 더불어 일드 원작 리메이크 중에 수작이 아닌가 싶다.

12월에 시작한 드라마
드디어 드라마 비수기가 끝나고, 공중파, 케이블 할 것 없이 일제히 드라마들이 포문을 열었다. 그 중에는 재밌는 것들도 많아서 드라마 볼 맛이 난다. 내가 한가할 때는 재밌는 드라마가 없어서 내내 리모콘 돌리게 하더니, 요즘처럼 바쁜 때 이렇게 챙겨봐야 할 드라마가 한꺼번에 쏟아지다니...행복하되 힘들고나.   

스카이 캐슬 (유현미 극본 | 염정아, 김서형, 이태란, 정준호, 윤세아, 최원영 출연)
요즘 제일 열심히 보고 있는 드라마다. jtbc드라마지만 넷플릭스에서 본다. 사실 처음 시작할 땐 jtbc의 밤 11시 드라마라 <품위있는 그녀>와 너무 비슷할 것 같아 흥미가 좀 떨어졌다. 그런데 SKY(서울대연고대)를 지향하는 학부모들의 각축전이라 <품위있는 그녀>와 다른 재미가 있었다. 1회에 김정난이 나오길래 "어? 왜 캐스팅에 빠져 있지?" 했는데, 1회말에 그렇게 죽을 줄이야! 깜놀했네. 염정아가 연기하면 또 한 연기 하시는 분인데다 김서형, 윤세아, 이태란 다들 만만치 않은 내공. <품위있는 그녀>는 남자들이 영 별로였는데, 여긴 남자들도 괜찮다. 아이들 역시 중요한 역할인데 못 하는 애들이 없다. 염정아 딸들 이름이 예서, 예빈이다. 우리 조카들 이름이 예빈, 예서다. 순서만 바뀌었지 똑같음. 그래서 더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다. ㅋㅋ
내가 모르는 세계를 보여주니 재미없을 수가 없다. 파티에 연주할 음대생들 불러 돈 봉투 건네며 "여기서 보고 들은 건 절대 밖에서 함구할 것"을 주문한다든가, 은행 VIP 고객을 위한 행사가 알고보니 과외선생 연결시켜주는 행사였다든가 하는 것들. 나는 죽었다 깨도 몰랐을 세계다.  
내가 우리 독서모임 책에서 유일하게 끝까지 못읽고 포기한 책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인데, 그걸 다 읽고 오는 고등학생이라니! 놀랍구나. (읽기는 술술 읽히는데 하나도 모르겠다는 오나라님의 감상평에 동의. ㅋㅋㅋ) 독서모임을 그렇게 희화화해서 넣어 놓기도 쉽지 않았을 터. 이태란이  "완전 코미디구만"할 때 "내 말이!" 했다. 방음시설 된 방을 보며 김서형이 "기왕 방음공사 하셨으니 어머님, 드럼이라도 배우시든가요." 할 때도 완전 빵터졌다.ㅋㅋㅋ 
사실 나는 염정아 보면서 반성한다. 자기 아이를 서울대 의대에 보내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하는 엄마인데, 나는 평생에 저렇게 뭔가를 열심히 갈구해본 적이 있었나 반성하게 된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굴욕 따위 아무렇지도 않고, 어떤 수단도 방법도 가리지 않는다. 서울대 의대가 무슨 도깨비 방망이처럼 떠받들어져 그건 좀 실소가 나오지만, 매회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송재정 극본 | 현빈, 박신혜 출연)
드디어 이런 드라마가 우리나라에 나왔다. 몇년 전부터 영화나 드라마는 게임을 이기지 못한다는 소리가 공공연히 떠돌아다녔다. 나는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제3자(관객)가 되어 지켜보기만 하는 영화/드라마와 자신이 직접 주인공이 되어 참여하는 게임 중 어느 쪽이 더 자극적이고 중독적일지는 안해봐도 뻔한 사실. 영화나 드라마의 힘이 점점 약해질텐데 어쩌나 걱정만 하고 있었는데, 누군가는 머리를 굴려 이런 드라마를 만들어 낸다. 게임에 잡아먹히지 않겠다는 드라마! 드라마의 주시청층이 늙어가는 걸 더 이상 두고볼 수 없어 20대를 공략하기로 한 드라마! 
나는 이 드라마가 스페인에서 촬영되었다길래 2년전 다녀온 스페인 여행의 추억을 곱씹고자 이 드라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이 많아 일을 하다가 뒤늦게 TV를 켰는데, 현빈이 눈에 스마트렌즈를 끼더니 갑자기 그라나다 광장에 중세기사가 나타나지 않겠는가? 순간 "우와...이거 뭐지?"하면서 가슴이 쿵쿵 뛰었고, 이후에는 홀딱 빨려들어가 봤다. 뭐랄까? 드라마의 신기원을 내 두 눈으로 목격하는 기분? 새로운 컨텐츠가 발견되었다는 느낌적인 느낌?
게다가 현빈은 연기를 너무 잘했다. 현빈은 얄미운 재벌 역에 특화된 배우인데, 이 드라마에선 거기에 더해 승부욕 쩌는 게임광의 캐릭터까지 얹혀있다. 현빈이 칼을 휘두르거나 칼을 맞고 실망할 때 나도 마치 그 게임에 실제로 참가하는 것처럼 흥분하고 안타까워하고 승부욕을 느낄 수 있었다. 하...얘 연기 정말 잘하는구나.
2화는 본방사수했는데, 역시나 시간이 순삭. "뭐여? 지금 끝나는 거여?" 하면서 시계를 봤더니 어느 새 1시간이 지나있었다. 체감으론 30분이나 흘렀나 싶었는데.
1~2화의 퀄리티를 계속 가져갈 수는 없겠지 싶으면서도 이미 사전제작하여 다 찍었다길래 기대를 걸어본다. 이런 시도가 공중파 아닌 tvN에서 시작되다니 역시 tvN의 시대인가 싶기도 하고.

그 외에 <황후의 품격>을 1회 봤다. 김순옥 작가의 작품이니 "1화에 6명쯤 죽겠지 뭐" 하면서 봤는데, 최소 11명이 죽어나갔다. ㅋㅋㅋ 내가 김순옥 작가님을 너무 얕잡아 봤어. 죄송. 원래는 옆채널에 함께 시작하는 <붉은 달 푸른 해>와 돌려가며 보려고 했는데, 1회에 숨돌릴 틈이 없어 <붉은 달...>은 시청 포기. 그러나 2회부터는 너무 과한 설정에 질려서(정확히는 이엘리야와 신성록이 엉켜 뒹굴 때마다 민망해서리...) 그 마저도 시청 포기. 그러던 어느 날, 채널을 돌리다 재방송하길래 무심코 멈췄는데, 아니 천우빈이 그 천우빈이여? 뭐가 어찌 된겨? 알고보니 <아내의 유혹>에 장서희가 점찍고 나타났던 것처럼, 이 드라마에선 뚱뚱한 남자가 머리 밀고 최진혁이 되었다. 아...그래서 1~2회에 최진혁이 안나왔구나..그런 거였구나... 이 드라마는 아마도 채널 서핑하다 걸리면 5분씩 보게 될 것 같기는 하다. ㅋㅋㅋ 
<남자친구>는 오글사할 것 같은 대사들과 어색해 죽을 것 같은 연기 때문에 아무리 이쁜 송혜교와 박보검이 나와도 나에겐 극복하기 힘든 드라마. 송혜교, 아무 말 없이 정면샷 나오면 숨 멈추고 보게 된다. 진짜 예뻐. 송혜교의 비서이자 친구인 여배우도 처음보는 얼굴인데 내가 참 좋아하는 얼굴이라 마음에 든다. 다만 박보검. 웃을 때마다 드러나는 하얀 이와 그 로봇같은 웃음이 싸이코패스처럼 보이는 건 나의 문제겠지? 그렇겠지?  
공중파 최초로 19금을 받았다는 <나쁜 형사>가 시청률 10%를 넘겼다길래 한번 봐볼까 싶고, 3회로 깔끔하게 끝나는 <사의 찬미>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길래 한번 봐볼까 싶다. 연말엔 TV앞을 떠나지 못하겠구료. 






덧글

  • 해리 2018/12/07 16:39 # 삭제 답글

    아. 그러니까. 왜 이렇게 이름이 정겹나 했더니. 예서, 예빈이.. ^^;;
    스카이캐슬~ 어쩌려고 이렇게 잼난 것인가!
  • 달을향한사다리 2018/12/07 17:37 # 답글

    이요님 포스팅 보니 <스카이캐슬> 땡기네요ㅋㅋㅋ 전 너무 치열하게 엄마들 눈치싸움 그런 건 피곤해서 못 보는데, 어떨지... <짜라투스트라~> 감상평은 저도 공감 오만개!

    그리고 박보검 예전에 사이코패스인가 소시오패스인가로 나왔어서, 저도 드라마 보면서 가끔 그 때 배역 떠올리고 그랬어요 ㅎㅎㅎ
  • 유현 2018/12/08 18:52 # 삭제 답글

    크크 범죄의재구성! 저는 애널리스 캐릭터가 특히 맘에 들고 너무 멋졌는데 시즌이 거듭될수록 온갖 사건에 치여요ㅠㅋ 넷플릭스 한달 끝나고도 계속 보시나봐요! 4명까지 프로필 설정해서 같이 쓸 수 있어 좋은거같아요. 계속 보면 넷플릭스가 추천도 해주고요ㅋ 저는 최근에 그레이트 뉴스 재밌게 봤는데 이요님도 좋아하실 거 같아요! 한편이 짧아서 부담도 없구요! 블렛츨리 서클도 4부작에 옛날 추리물이라 가볍게 보기 좋아요~
    알함브라는 소재도 신선하고 때깔도 좋은데 여주캐릭터가 좀 아쉬운거 같은데..더 봐야겠죠? 저는 1화 마지막에 현빈 소리지르면서 화내는거 너무 무서워서 깜짝 놀랐어요;; 이러고도 애정씬이 된다니ㅋㅋ 남자친구는 진짜 좀 유치하고.. 온갖 클리셰 범벅이지만 남/여 설정이 바뀐게 웃겨서 계속 보고 있어요.
  • 이요 2018/12/09 12:39 #

    넷플릭스는 친구 4명 모아서 한달에 3천원 정도 결제하면서 보고 있어요. '그레이트 뉴스'도 기억해놓겠습니다. 감솨!! '블렛츨리 서클'은 재밌게 봤어요. (찾아보심 제가 리뷰 써놓은 거 있을 거예요) 현빈은 그렇게 화내고 정떨어지게 굴면서도 희한하게 로맨스가 된다는 게 놀라운 배우예요. 전 사실 <시크릿 가든>에서 현빈 캐릭터가 너무 싫어서 보다말다 했었거든요.
  • 아슈 2018/12/08 20:48 # 답글

    저는 알함브라 궁전 첫 화면 보고 ... 이야 이거 어쌔신 크리드 그냥 갖다 썼구만... 하면서 껐네요. ㅠㅠ
    게임을 많이 아는 사람에겐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드라마;;
  • 이요 2018/12/09 12:40 #

    오...액션영화 전혀 관심없었는데 어쌔신 크리드 함 봐봐야겠네요.
  • 앤님 2018/12/09 01:57 # 삭제 답글

    저도 스카이캐슬 가끔 봐요 우연히 봤는데 저도 모르게 끝까지 봤어요 이요님 말씀에 동감해요 살면서 저렇게 몬가를 갈구하며 나를 내던진적이 없는듯 (근성없는 인간 따흐흑..)
    박보검빠 절친덕에 남자친구라는 이름부터 오글거리는 ㅋㅋ이 드라마는 익히 알고 있었네요 제 친구는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본방사수하고 있지만 송혜교 유부라서 천만다행이라며 매일 안도한답디다 ㅋㅋ누군가 인터넷에 썼더군요 송혜교 팔자- 집에선 송중기 출근하면 박보검
    뭐 둘다 제 타입은 절대 아니라 부럽진 않다는 말씀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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