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이요] 편집된 기억 생각하고

어제 2018년 처음 경험해본 것들을 정리하고, 컴퓨터를 끄고 자려고 자리에 누웠는데, 그때 문득 떠올랐다. 가장 중요한 사실을 빠뜨렸다는 것을.
2018년 한해 동안 나는 취직을 하려고 노력했다. 1월과 12월에 최종면접을 보고 탈락의 고배를 마셨으니, 2018년의 시작과 끝을 취직실패로 열고 닫았다고 할 수 있다. 2017년에 쓰던 드라마를 더 이상 이어가기 힘들다는 통보를 받은 후 드라마에 넌더리가 나서 2018년은 취직을 해볼까 얼쩡거렸던 한해 였다. 옷도 사고, 구두도 사고, NCS라는 인적성검사 문제집도 풀어보고, 20~30대 아이들 틈에 껴서 면접을 봤다. 각 단계의 합격통보를 기다리는 일주일이, 혹은 이틀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지를 체감하면서 '취준생'이라는 사람들의 애타는, 정착하지 못하는, 스트레스 받는 상황을 절절히 공감했다. 
이 두번의 경험을 통해 나는 취직을 단념했다. 이제 그럴 나이가 지났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서였을까? 1년 정리를 하면서 그 기억을 까맣게 잊었다.
20대부터 시작하면 면접을 처음 본 것도 아니고, 최종면접 후 탈락한 일이 한두번도 아니니 첫 경험이 아니었다고 하면 그만이지만, 40대의 나이에 면접을 본 것도 처음, NCS라는 시험을 본 것도 처음, 일반 기업이 아닌 공기업에 면접을 본 것도 처음이었다. 
비극적으로 정리하자면 나의 2018년은 또 말할 수 없게 안풀린 한 해였다. 
상반기엔 최종면접 탈락 후 발을 다쳐 내내 방구석에 처박혀 아무 것도 못했고(심지어 4월에는 월수입이 0이었다), 하반기에는 상반기에 놀았던 걸 회복한답시고, 4개월 동안 무려 5개의 글(50p 트리트먼트, 단막극 대본, 희곡 각색, 70p 공동작업 드라마 기획안, 에세이)을 쓰고 차례차례 응모했지만 거의 모두 탈락했다.
그러나 몇 가지 비극을 제거하고 정리하니 나의 1년은 별탈없이 흘렀다는 착각이 들만큼 괜찮아 보였다. 
1년도 이럴진대,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비극을 나는 편집하고 사는 것일까? 
세밑에 별자리를 봐주는 후배가 그랬다. 
"사수자리는 굉장히 긍정적이고 모든 것을 자신에게 좋은 쪽으로 해석해요." 
그러니까 나쁜 기억력마저 나쁜 일을 편집하는 쪽으로 쓰는, 이것은 말하자면 나의 운명?  
 

덧글

  • 달을향한사다리 2019/01/02 11:25 # 답글

    이요님도 사수자리시군요^^ 저두요~ㅋㅋㅋ 전 제가 엄청난 비관론자라고 생각해왔는데, 돌아보면 아니었던 거 같기도 하네요ㅋㅋㅋ 새해는 비극없이, 무난하고 무탈한 한 해 되시기를...
  • 키키림 2019/01/02 18:03 # 삭제 답글

    세밑에 별자리 봐주는 후배가 덧붙여 말한다.
    언니야 사수는 그 낙천성으로 계속 모험하고 성장하는 에너지^^ 언니의 직관을 믿고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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