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황새] 후암동 피크닉 (feat. 겨울책방) 살고

맛집 포스팅을 안한다고 했더니 아쉬워하는 댓글이 달려서 이러는 건 아니다. 처음 가본 곳인데 좋으면 올리기로 했으니까...(누가 뭐라는 것도 아닌데 며칠 만에 말 바꾸는 것 같아 괜히 제발 저리는 이요..)
힙스터들의 성지에 힙하지 않은 내가 가봤다는 느낌으루다 '뱁새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에 의거, 아예 코너제목을' 뱁새황새'로 정해봤다. 어쩐지 신년들어 코너명만 마구 남발하는 느낌이지만....^^;;;
각설하고 후암동의 피크닉에 가봤다. 작년에 인스타와 블로그 여기저기에서 자주 보이던 곳인데, 굳이 서울역 근처까지 갈 일이 없어 제쳐놨다가 이번에 구 서울역사에서 하는 전시회를 보러 간 김에 가봤다.
알고보니 여긴 정문이 아니었지만, 자동차 없는 뚜벅이 족인 우리는 이쪽으로 왔다.
회현역 4번 출구로 나가서 찾아가면 만나는 곳. 저 문으로 들어가는데도 계단 몇개 올랐다고 숨이 찼다. 저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바로 또 문. 안내문도 없고 표지판도 없어 긴가민가 하면서 복도와 계단을 기웃거리며 올라가면 밖으로 나가게 된다. 을지로의 다방이나 식당들이 간판도 없고 표지판도 없어 구글맵에 의존해 가야된다고 하더니만, 여기는 내부에서도 그런 느낌이 물씬했다. 아..이것이 요즘 트렌드구나 하면서 엉거주춤 나갔다.
주차장 끝에 티켓부스가 있다. 피크닉 서체와 티켓 서체가 통일성 있고 눈에 띄고 예뻤다.
정문에서 티켓부스 쪽을 보면 사각 프레임에 들어간 막다른 골목처럼 보이는데, 
이게 꼭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포탄 자국을 찾아헤매던 골목길을 연상시켰다.
축대가 이렇게 예술적일 수가 있나 싶었다.

어쨌거나 우리는 전시회를 보러 간 것은 아니기에(지금 재스퍼 모리슨 전시가 열리고 있음) 티켓 부스 앞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1층에 커피숍이 있다. 거기서 오늘 아침 충전하지 못한 카페인을 채우려고. 
압도적인 샹들리에와 어마어마하게 긴 커뮤니티 테이블
주문을 하고 들어가면 이 엄청난 샹들리에에 눈길이 사로잡힌다. 
 저 커뮤니티 테이블을 지나면 관엽식물과 빨간 의자가 어우러진 공간도 나온다.
잠깐 샹들리에 밑에 앉을까 하다가 그냥 창가에 앉았다.
바깥 풍경이 좋은 건 아니었지만 주차장이라 트여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힙한 카페래서 영등포 대합실 같은 좌석은 아닐까 불안했는데, 등받이 있는 의자라 마음에 들었고, 의자 다리 아래 스폰지 같은 것도 붙여서 소리가 나지 않도록 마무리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좌석들이 여유를 가지고 띄엄띄엄 흩어져 있는 것도 좋았다. 앉으면 그냥 되게 마음이 편하고 여유로워진다. 좁고 마음 조바심치게 하는 카페가 아니라서 마음에 들었다. 사람 없는 오전에 오면 한적하고 좋을 듯.
커피잔과 트레이, 컵매트까지 다 마음에 들었는데(뒤집어보니 다 메이드인 차이나였으나 다 예뻤다), 
딱 하나 아쉬웠던 건 카푸치노가 숏사이즈 밖에 없다는 것! ㅠ.ㅠ 좀 많이 주면 좋겠고만. 

여기서 커피 마시며 카페인 충전하고, 책도 좀 읽다가 나갔다. 카페 옆에 키오스크키오스크라는 팬시샵이 있는데, 오전부터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오브젝트 같은데서 파는 물건도 있었지만, 여기서만 볼 수 있는 굿즈도 제법 많았다. 독립출판물도 있고, 옷(티셔츠류)도 갖다놓았다. 여기만 보고 가려고 했는데, 정문으로 나가니 '겨울책방'이라는 표지판이 서 있었다. 아! 열화당에서 겨울책방이라는 팝업스토어 개념의 책방을 연다는 소식을 29cm에서 봤다. 그래서 들어가 봤다.
겨울책방의 전체적인 분위기
안쪽 코너로 가면 지금 과천국립현대에서 하고 있는 '문명전'의 스틸컷들이 상영되고, 
그 아래 문명전 도록이 놓여 있다. 이번 도록을 열화당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열화당의 색이라고 하면 단연 흰색이 떠오른다. 
열화당 책을 몇권 알지 못하는 나조차도 열화당하면 질긴 한지 계열의 종이로 감싼 표지가 떠오르니 말이다.
여기가서 봤더니 존버거의 책이 대부분 열화당에서 나왔더라. 그렇지, 그의 책이 거의 하얀색이었어. 

 벽에 적혀 있던 그 하얀 색에 대한 글귀.
열화당에서 나온 책들을 이렇게 테이블에 진열해놓았는데, 의외로 아는 책이 많아서 놀랐다.
29cm에서 겨울책방에 대해 설명하면서 가서 앉아보면 왜 굳이 따로 이렇게 겨울책방이라고 해놓았는지 알 수 있다고 적혀 있던데, 진짜 가보니까 알겠더라. 전시회인지 팝업스토어인지 모호하고, 출판사조차 독립책방을 따라하나 싶었는데, 그런 의문들은 막상 저 공간에 들어가 책 한권 한권을 찬찬히 보면서 돌아다니다 보면 스르륵 사라진다. 사진으로는 표현이 안되는, 굉장히 아늑하고 좋은 느낌이 있었다.
열화당의 책을 만년필로 베껴 쓰는 코너가 있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쏘냐? 앉아서 베껴 썼다.
각각 다른 사람들이 한 단락씩 베껴쓴 페이지. 이 중 나의 글씨는 무엇일까요? ㅎㅎㅎ
이렇게 베껴쓰기까지 하고 알뜰하게 놀고 나왔다.
정문에 매달린 피크닉 글자가 하늘과 나무와 잘 어울린다.
정문으로 나와보니 주차장과 함께 아담한 옛집이 있고, 들어가는 입구가 고즈넉하니 예뻤다.
사실 간판 아래 집도 예뻤는데, 자동차들이 주차되어 있어 그 예쁨이 사진에는 드러나지 않길래 하늘 사진으로 대체한다. 피크닉에서 나와 남대문 시장 쪽으로 가는 길도 좋았다. 예전에는 보도블럭이 울퉁불퉁하고 인도가 좁았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인도도 넓고, 길도 좋고 잘 꾸며놓았다. 마침 일요일 오전이라 차도에도 차가 없어서 더 좋았다. 
요즘 힙하다는 공간에 가서 불편하거나 부담스럽다는 느낌이 먼저 드는지라 피크닉도 아무 기대없이 갔는데, 생각보다 공간이 넓고 쾌적하고 편안해서 마음에 들었다. 남산공원과도 바로 이어지고, 전시장과 카페가 어우러져 4계절 각각 매력이 있을 것 같다.


덧글

  • 핑크 코끼리 2019/01/07 23:40 # 답글

    공간으로 들어가는 길목이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느낌이네요
  • 우람이 2019/01/08 00:22 # 답글

    맛있는 거 사진 많이 나오는 줄 알고 설렜잖아요.. (카푸치노 맛있어 보입니다 -ㅅ-)
  • 이요 2019/01/08 11:41 #

    ㅋㅋㅋ 제가 앞에 너무 쉴드를 쳤군요.
  • 개성있는 젠투펭귄 2019/01/08 13:09 # 답글

    책방에 만년필로 글쓰는곳도있다니 색다르네요
  • 해리 2019/01/08 13:45 # 삭제 답글

    일간 이요. 발행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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