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커피 사회 (문화역서울284) 보고

버스타고 가다 가로등에 나부끼는 '커피사회'라는 배너를 봤다. 커피에 관련된 전시라 꼭 보러 가야지 했으나...집에 와서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봐도 '커피'만 생각날뿐 전시회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ㅜ.ㅜ 아쉬운대로 '커피'와 '전시'를 녹색창에 쳐넣으니 2년 전에 갔던 부암동 서울미술관의 카페소사이어티 전만 주루룩 뜬다. 그렇게 (전시 이름을 몰라) 포기했는데, 남친이 새해 기념으로 미술관이나 가자고 해서 가까운 미술관들 홈페이지를 뒤지며 어떤 전시가 있나 훑던 중 문화역서울284에 들어갔더니 '커피사회'가 떠 있었던 것이다. 유레카!!! 그때 내가 까먹은 전시회 이름이 '커피사회'였구나. ㅋㅋㅋ
그래서 일요일 낮, 후암동 피크닉에서 아쉽게 작은 카푸치노 숏사이즈 한잔 마시고, 구서울역사, 이름이 입에 잘 안붙는 문화역서울284로 갔다.
가로등에 나부끼던 배너가 저 배너다. 여긴 서울역 광장.
전시관 정문 
들어가면 입장티켓 대신 종이컵을 1인당 1개씩 준다. 
종이컵은 티켓의 구실을 하면서, 각 층마다 마련되어 있는 커피 시음 코너에서 무료로 커피를 받아먹을 수 있는 컵이기도 하다. 입장료는 무료다. 그러니까 저 종이컵은 전시보겠다고 하면 무료로 나눠주는 컵이다. 커피 시음 코너는 총 3곳 정도 있는 것 같다. 1층에도 있고, 2층에도 있다. 한번만 마시는 게 아니라 원하는 대로 리필 된다. 우리는 세번쯤 마셨는데, 나중에 약간 카페인 중독이 되는 느낌이었다. ^^;; 시음이라 조금 준다. 그래서 세번 받았는데, 의외로 굉장히 진한 커피라서 두잔까지는 괜찮았는데, 세번째쯤 되니까 그만 마셔야되겠다는 느낌이 뽝~ 컵 아래 황금색 찬란한 책자가 이 전시회에 대한 설명서다. 설명서의 스케줄표에 따르면 우리가 마신 커피는 대충유원지의 커피다. 맛있었다. 매주 맛보여주는 커피가 다르다. 헬카페, 프릳츠, 보난자커피, 콜마인 등 유명 카페의 커피가 돌아가면서 제공된다. 
이렇게 종이컵과 안내책자를 받고 본격적인 전시회 구경을 했다. 
들어가자마자 눈에 띄는 1층 로비의 작품. 
제일 위에는 두 명이 마주보고 앉는 커피테이블이 놓여있고, 그 아래에는 각종 커피컵과 보온병, 프림통, 공중전화, 운수뽑기통 같은 것들이 놓여있다. 모두 한때를 풍미하던 다방에 놓여있던 물건들이다. 다방 레지들이 들고 다니던 보온병, 다방의 물컵으로 애용되던 갈색 각진 컵, 다방 테이블에 놓여있던 운수뽑기통, 다방에서 돌리던 전화기 등등. 오랜만에 보는 그 물건들이 어찌나 반갑던지!
그 중에는 우리집에서 썼던 보온병도 보여서 반가워 찍어봤다.
예전에 집집마다 겨울이면 이=저런 보온병을 애용했었지. ㅎㅎ
제비다방과 예술가들의 질주 
다음 방은 이상과 박태원 등의 옛 문인들 초상사진이 크게 천장에 매달려 대롱거리는 아래로 1930년대 경성에서 처음 다방이 시작되었던 시기의 신문 기사들을 스크랩하여 전시하는 공간이 나온다. 제비다방, 낙랑파라, 멕시코 등 당대 예술인들과 멋쟁이가 모여들었다는 다방에 대한 기사, 커피 관련 풍속도와 함께 구효서가 쓴 소설 등이 전시되어 있다. 하나하나 읽어보면 재밌는 게 많다.
잘 보이지는 않겠지만 '내 가슴엔 무슨 까닭에 빨간 꽃을 꽂아야 합니까?'로 시작되는 시다.
다방에서 일하는 여급의 애환을 노래한 시인데, 다른 문학들보다 월등히 좋았다.
끽다점 연애풍경 | 다방 카카듀에 나타난 하와이 아가씨 미쓰 현. 
다방과 관련된 글에는 이런 여자들을 그린 일러스트가 함께 했다.
이건 김남천의 기사 아래 놓인 설명이었는데, 어느 교수님의 논문에서 가져온 글 같았다.
나는 카프의 김남천이 커피에 대해 썼다는 사실이 놀라워서 읽어보다가 
이효석의 커피와 김남천의 커피는 이렇게 다르다는 설명을 보고 무릎을 쳤다. 
(발자크의 다작을 노동으로 보고, 그 노동이 가능하기 위해 커피 4~50잔을 마셨다고 강조)
여기가 유일하게 남아있는 다방 전면 사진. 1층이 '멕시코' 다방이다. 
지금 봐도 넘나 모던하고 깔끔하고 예쁘지 아니한가? 
이대로 망원동이나 한남동에 카페를 차려도 성업할 듯.
박태원의 '제비'라는 유모어콩트인데, 삽화가 웃겨서 아래 설명을 봤다.
삽화에는 "낼은 군밤을 사먹자" 이런 대사가 적혀 있길래, 이게 뭔가 싶어 아래 설명을 읽어보니, 박태원은 이상이 운영하는 제비 다방에 매일 들락거리면서도 돈 내고 커피를 사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는 사과를 싸와서 깎아먹기도 하고, 귤을 까먹기도 하고, 저 대사처럼 군밤을 사와서 까먹기도 했는데, 그 이유가 박태원이 이상에게 돈을 빌려준 적이 있는데 이상을 이를 갚지 않은 모양. 그래서 커피를 안마시고 저런 짓을 했다고. ㅋㅋㅋㅋㅋㅋㅋ 난 제비다방이 너무 외상을 많이 줘서 망한 건 알고 있었지만, 반대로 박태원이 이상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한 건 몰랐네. ㅋㅋ 쪼잔한 짓하는 박태원도 웃기고, 이걸로 나중에 콩트 써서 싣는 건 더 웃기고. ㅎㅎ
박태원의 꽁트 '제비'의 삽화도 작가 자신이 그렸다. 
저 여자는 금홍이다. 박태원이 그린 것치곤 굉장히 미인으로 그렸다고. 그만큼 예뻤다고 한다. 
제비다방의 성냥갑. 
베티붑을 보고 깜짝 놀랐는데, 설명을 보니 베티붑이 1930년대부터 있었다고 한다.
와...이렇게나 오래된 캐릭터였었구나. 대박!
여긴 백현진이 꾸며놓은 방이다. 
바닥이 온통 커피 원두. 안으로 들어가면 커피향이 코끝을 찌른다.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저 소파도 꼭 커피원두 여러개 이어놓은 것처럼 생겼네.
입구에 서거나 앉아서 커피콩을 만질 수는 있지만, 안으로 들어가려면 신발을 벗어야 한다.
신발벗은 사람들이 들어가서 사진을 찍기도 했고, 입구에는 이 커피껍질이 날려 알바생이 계속 청소 중이었다.
하루에 몇번씩 백현진이 와서 여기서 퍼포먼스를 하는 모양. 
방송이 나오던데 안가봤다. 어떤 퍼포먼스를 하는지 궁금하긴 했다.

역시 이럴 줄 알았어. 한번 만으로는 다 소개할 수가 없구나.
'커피사회' 포스팅은 한번 더 이어집니다.


커피사회
2018. 12. 21~ 2019. 2. 17
(매주 월요일, 설연휴 휴관)
AM 10:00~PM 7:00
문화역서울284
무료관람


덧글

  • 타마 2019/01/09 09:18 # 답글

    오... 한번 가보고 싶네요
  • 릴리안 2019/01/09 15:56 # 답글

    이요님도 다녀오셨군요ㅎ 너무 좋았던 전시였어요. 멕시코 다방은 보면서도 지금 교토에서 핫한 카페st 물씬 풍겼는데 저 시절에 저런 카페가(!) 전 동선이 헷갈린건지 원두깔린 방은 못가서 아쉬워요ㅎ 무료라 다시 한번 가볼까 싶은데 과연 그럴 수 있을런지...ㅎㅎ 포스팅 잘 봤습니다 :)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