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이요] 짬뽕에 면이 붙지 않는 까닭 살고

다시 나온 짬뽕과 국물만 나온 짬뽕의 일부

청담동 와인바에 갔다. 와인이 다른 와인샵에 비해 싼 편이었지만, 안주가 비쌌다.
몇 가지 요리를 시켰지만 양에 차지 않아 후식 개념으로 나오는 짜장면, 짬뽕, 볶음밥 가운데 짬뽕을 시켰다. 짬뽕이 나왔는데, 먹다 보니 면이 없었다. 그러니까 짬뽕 국물만 나온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주방에서 까먹고 면을 넣지 않은 것인가? 아니면 청담동 와인바에서는 원래 후식 개념의 짬뽕에 면을 넣어주지 않는 것인가? 가끔 이자카야에서 안주로 나가사키 짬뽕을 시키면 면이 안나오기도 하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때 선배 A가 확신에 차서 이렇게 주장했다. 
“짜장면을 시키는데, 짜장만 나오고 면이 안나와? 볶음밥을 시키는데 볶은 야채만 있고 밥을 안줘? 그건 말이 안되잖아? 그러니까 이 짬뽕엔 면이 빠진 거야.”
오오~ 그럴 듯 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이번에는 후배 B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근데 짜장'면'이라고 하잖아요? 볶음'밥'이라고 하잖아요? 근데 왜 짬뽕은 짬뽕'면'이 아니라 짬뽕일까요? 그렇게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오오~ 그렇지, 왜 짬뽕만 짬뽕면이라고 하지 않을까? 그건 짬뽕의 주요 요소는 면이 아니라는 소리 아닐까? 이것도 어쩐지 수긍이 가는 의견이었다.
A의 의견에도, B의 의견에도 고개를 끄덕이다가 답답해진 우리는 종업원을 불렀다.
“저기...짬뽕에 면이 없는데...”
그랬더니 종업원 표정이 싹 바뀌면서 “면이 없어요? 아아...주방에서 빠뜨렸나보네요. 죄송합니다. 다시 만들어 갖다드리겠습니다.” 했다.
우리를 그토록 심각한 고민에 빠뜨린 면 없는 짬뽕은 주방장님의 건망증이 빚은 실수였다.
우리는 건더기를 거의 건져먹은 짬뽕 국물 옆에 새로 만든 짬뽕(면)을 놓고 떠 먹으면 이야기했다. 
"그나저나 왜 짜장면은 짜장면이라고 하는데, 짬뽕은 짬뽕면이라고 하지 않는 걸까?"
 


덧글

  • 레드진생 2019/01/14 11:30 # 답글

    그러게요. 짜장이 짜장면/짜장밥 으로 나뉘는 반면 짬뽕은 짬뽕/짬뽕밥 으로 나뉘네요.
    (짜장면은 자연스러운데 짬뽕면은 뭔가 이상하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중국집 술안주로 시키는 "짬뽕국물" 은 면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면 짬뽕은 그 자체로 면의 의미가 포함되어있다고 보면 되려나...? 싶습니다. ㅎㅎㅎ
  • 도빅 2019/01/15 22:52 # 삭제 답글

    아니 이 부분만 편집해 놓으니, 미식에 대해 대단히 진지한 대화를 나눈 것처럼 보인다!!! ㅋㅋ (종업원이 우리쪽으로 안 온다, 청담동은 원래 그런 것 같다, 면 빠졌냐고 니가 물어봐라, 그만하고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 등의 대화는 과감히 생략하고 ㅋㅋ).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