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본 것들 보고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샘 테일러 존슨 감독 | 다코타 존슨, 제이미 도넌)

창궐 (김성훈 감독 | 현빈, 장동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좀비물로 치달을 때, 같은 현빈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사극 좀비물을 한번 볼까 하면서 봤다. 현빈 옆에 따라다니는 정만식의 역할과 캐릭터는 너무 루즈했고, 윗대가리들이 몸보신과 일신의 부귀영화에 집착해 백성들을 헌신짝처럼 버릴 때 우리의 주인공이 백성들과 함께 들고 일어나 그들을 처단한다는 스토리는 이제 사극에선 그만 써야할 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렸냐 아니냐에 따라 이 편과 저 편을 가르는 인간의 이기적 본성과 무모함에 대한 이야기는 <부산행>을 따라올 좀비물이 없구나. 넷플릭스의 <킹덤>이 창궐과 비슷하다던데 설연휴에 달려볼까 싶다.   

글래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 제임스 맥어보이, 사무엘 잭슨, 브루스 윌리스, 사라 폴슨)
나는 <언브레이커블>을 좋아한다. <23아이덴티티>는 재미없고 지루했다. 브루스 윌리스의 활약과 사무엘 잭슨의 빅픽처를 보러 영화관에 들어갔는데, 러닝타임 내내 제임스 맥어보이만 활개를 쳤다. 매우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게다가 극장 안에서 10분 동안 목소리도 낮추지 않고 통화하는 미친X이 같은 줄에 앉아 있어서 돌아버릴 뻔 했다. 

협상 (이종석 감독 | 현빈, 손예진)
새해 벽두부터 현빈과 손예진의 열애설이 터졌다. 그 시초쯤 될 이 영화를 안보고 넘어갈 수가 있나! 워낙 예고편이 별로였기에 기대했던 것보다 나쁘진 않았다. 다만 두 가지 큰 패착. 유능한 협상가라는 손예진은 왜 영화 내내 실패하는가! 그리고 마지막의 그 신파는 뭔가? 
손예진 캐릭터는 좋았다. 다만 그녀가 성공하는 협상도 좀 보여줬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냥 다 터뜨리고 죽여버려도 시원찮을 마당에 뇌관이 제거되어 있었다니...장난하냐!! <더 테러 라이브>처럼 확 터뜨리고 다 죽었어도 이거보단 신경질 덜 났을 것이다.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를 중창하는 장면. ㅋㅋㅋ 그게 '화창한 봄날에...'일 줄이야.
그나저나 두 분 연애하시는 거 언제든 환영이고요, 저는 넘나 좋습니다만, 두 분 재밌는 로코나 멜로 한편 찍고 연애하시지 그러셨어요? 손예진과 현빈이 투샷으로 나오는 로맨스 영화를 보기는 그른 것인가? 그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ㅠ.ㅠ

범블비 (트래비스 나이트 감독 | 헤일리 스테인펠드, 존 시나, 조지 린드보그 주니어)
<트랜스포머> 1편을 홀딱 빠져서 보고는, 2편도 영화관에서 봤더랬다. 내가 <트랜스포머>에서 가장 좋아했던 장면은 노란 딱정벌레가 로보트로 변신하거나, 로보트가 자동차로 변신하는 장면이었는데, 2편에서는 그 장면을 초스피드로 넘기고는 와장창창 때려부수기만 반복하니 내가 뭣 때문에 이걸 보고 있나 회의가 들었더랬다.
<범블비>는 외전 격으로 <트랜스포머> 1편의 그 정다움을 가지고 있다길래 봤다. 여전히도 엄청나게 때려부수기는 하더라만, 1980년대로 돌아간 배경, 아빠를 잃고 자동차 고치기에 매달리는 사춘기 소녀, 그녀의 가족들, 그리고 노란 범블비. 모든 것이 기대를 충족시키는 영화였다. 좋았다. 

툴리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 | 샤를리즈 테론, 맥켄지 데이비스, 론 리빙스턴)
이 영화의 초반 10분만 보고 있어도 육아가 얼마나 험난한 일인지 알게 된다. 이미 애가 2명 있는데, 셋째까지 낳아 그 아이들을 건사하는 엄마. 게다가 둘째는 감각이 예민해서 자폐증 전초 증상을 보이고. 그러니 집은 엉망진창이고. 견디다 못한 이들 부부는 나이트 보모를 부르고, 이후 생활은 쾌적하고 좋아진다. 잘 보다가 보모가 간호사옷 입고 남편 침대에 올라가는 장면에서 깜짝 놀라 보던 걸 바로 껐다. 이 영화 대체 뭐지 하는 의구심은, 그 일에 대해 대수롭잖게 넘어가는 걸 보며 더 커져갔다. 그리고 몇분 후, 반전이 밝혀지자 "아...그런 이야기였구나"하면서 더 마음 아파졌다.
두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둘째 아이 문제로 학교에 갔던 엄마가 처음에는 예의를 지켜 교장과 이야기를 하다가 두번째 학교에 갔을 때 온갖 막말에, 분노를 폭발시키곤 "이게 바로 내 본모습이다. 교사에게 사회적인 가면을 쓰지 않은 내 본모습이다."고 하는 장면. 아...그것조차 감정노동이었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브러쉬로 자기 몸을 빗어주는 엄마에게 아들이 "근데 엄마, 이게 도대체 무슨 소용이에요?" 묻고 엄마가 "나도 몰라."하자 "그럼 이제 그만해요."할 때, 와...그 별말 아닌 "그만 해요"에 얼마나 힐링이 되는지.....악마 같은 아이(자동차 안에서 발로 차며 울던 그 모습을 떠올려보라!)가 천사가 되는 한 순간을 포착한 느낌이었다.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 |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하는 예고편만 보고도 빵빵 터졌던 영화. 개봉하자마자 보러 갔다. 예고편만큼 재밌었다. 끝!
뭘 더 보태야 되나? 음....다섯 명의 캐릭터가 적절하고 좋았는데, 특히 치킨집을 할 때 손님에게 친절하지도 않고 무뚝뚝하면서도 자기 할 일은 꾸역꾸역 잘 했던 태도가 나중에 밝혀지고 보니 딱 체육인다웠다. ㅎㅎ 요소요소가 그랬다. 1분 마다 터지는 개그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던 건 똥맛 된장찌개와 쏴!. ㅋㅋㅋ

드라마

리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하...애증의....하아....그냥 딱 8화 정도로 끝냈으면 좋았잖아? 10화부터는 그냥 어거지로, 의리로 봐줬다. 인던과 버그라니!! 그걸로 6회를 질질 끌고 갈 일이냐. 누가 말했던 발암브라의 추억이라는 말이 딱 맞는 듯. 마지막회 굿바이 인사로 첨단 시대에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인간들 사이의 신뢰라는 훈수질에 더 열받았다. 
서비서를 보건대, 상사를 가족처럼 생각하고 회사일을 너무 열심히하면 '너만 ㅈ된다'라는 교훈을 준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스카이 캐슬 
같이 시작했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용두사미로 가는 바람에 <스카이캐슬>의 쫀쫀함과 위대함이 더 돋보인다. 혜나가 죽었을 땐 정말 이렇게까지 가냐며 놀랐고, 이후에 이태란이 무릎꿇고 오열할 때 같이 울었고, 정준호의 못나빠졌지만 진심어린 후회도 공감했고, 어떻게 해도 변하지 않는 차파국을 볼 때마다 뒷골 잡았다. 후반부에선 매회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며 보고 있다. 이 드라마는 마지막까지 흐트러지지 않는 품이 딱 한서진 같다. 이제 담주에 마지막 회가 끝나면, 나는 주말을 무슨 낙으로 보내나....

붉은 달 푸른 해 
뒤늦게 VOD로 시작했다. 무척 어두침침하고 우울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 작가 특유의 서늘한 느낌과 뒤를 알 수 없는 구성 덕분에 빠져들어 보고 있다. 본방은 끝났지만 VOD 무료는 아직 덜 풀려서 13회까지 봤다. 아직 더 볼 회가 남아있어서 기쁘다. ㅎㅎ
이 드라마에선 이이경이 참 괜찮다. 형사라면 딱 저럴 것 같은, 오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덜떨어지지도 않은 민완형사의 캐릭터. 구여친이 유부남과 바람피웠단 사실에 빡쳐서 애들 생각을 하라느니 소리 지르다 여친이 "니가 감히 내 앞에서 아이 얘기를 해?"하자 꼬리내리는 장면, 용의자에게 운동화 좀 똑바로 보라고 소리지르던 장면 등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김여진과 백현진은 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연기를 잘한다. 와...이 두 사람이 나올 때마다 인간의 밑바닥을 보는 것만 같아 좀 무서웠다. 어쩜 연기를 이렇게 하지? 놀랍다 놀라워.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
네이버 웹툰 1위에 항상 올라있는 작품인데, 프로필의 뽀글머리 아줌마의 눈이 무서워서 들어가지지가 않았다. 그러다 최근 어느 칼럼에서 이 웹툰을 인용한 걸 보고 들어가 하루 만에 끝까지 달렸다. 서울에 취직되어 올라온 청년이 수상한 고시원에서 이상한 이웃들을 만나 괴롭힘 당하다가 겨우 벗어나는 이야기다. 연쇄살인 등의 자극적인 소재인데, 그 부분 보다는 고시원에서의 생활, 남의 일에 상관하지 않는 태도, 회사에서 상사나 직원과의 관계 등이 더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 웹툰이다. 진짜 그럴 것 같고, 나도 일부 겪긴 했지만 그래도 운이 좋았구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지 이 웹툰 볼 때 내내 꿈자리가 뒤숭숭했다.
OCN에서 드라마로 만드는데 임시완이 캐스팅 됐다고 한다. 이걸 어떻게 드라마로 만드나 싶었는데, OCN이라니까 어울린다 싶었다. 임시완이라니....너무 애처로운데? 근데 나머지 이상한 인간들은 누가 캐스팅 되려나. 드라마로 보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궁금하네. 

오늘도 사랑스럽개
내가 요즘 유일하게 연재 실시간에 맞춰 보는 웹툰이 <소녀의 세계>다. 일주일에 한편 올라오는 걸 기다리기는 힘들어 함께 볼만한 다른 웹툰은 없나 찾던 중 누가 추천해준 이 작품을 보게 되었다. 여주인공네 모계 집안이 남자랑 키스하면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개로 변하는 저주에 걸렸다. 여주인공은 어느 날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좋아하던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키스를 하고 개로 변한다. 그 저주를 풀려면 개인 상태로 그 남자에게 다시 키스하면 되는데, 문제는 그 남자가 개를 엄청나게 무서워하고 싫어한다는 것. 설정도 재밌었지만, 고등학교 교사들이 주인공인데 교사들의 세계가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어 좋았다.
며칠에 걸쳐 70여회를 달렸다. 지금 연재분은 <계룡선녀전> 같은 느낌이 있어 살짝 재미가 떨어진다. 50회 이전까지는 로맨스도 최고였고, 긴장감도 있었고 넘나 재미졌다. 어느 회였더라? 두 남녀가 동료교사 결혼식 가는 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로맨스를 끼얹었더만. '2만원 같은 200원을 결제했다' '결제할 때 200원만이 아니라 내 심장까지 결제해 가신 거?' 같은 댓글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덧글

  • 아삭 2019/01/28 23:27 # 답글

    툴리 보고 싶었는데, 잠깐 개봉하고 사라져서 그만ㅠㅠ 첨부하신 스틸컷 인상적이네요 ㅎㅎ
  • 이요 2019/01/29 20:17 #

    저런 컷이 즐비하고 저게 저 영화의 장점이기도 한데, 한국 영화사이트에는 잘 안나오더라구요. 구글 검색으로 찾았어요.
  • windwish 2019/01/30 14:25 # 답글

    손예진과 현빈 커플 기원합니다! 진짜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스토리 있는 로코 하나 찍어줬으면 좋겠어요. 알함브라에서 현빈 너무 개고생 ㅠ.ㅠ
    와. 이요님도 웹툰 보시는구나! 다음 웹툰 <쌍갑포차> 소심하게 추천해봅니다.
  • 이요 2019/01/30 16:14 #

    오오 <쌍갑포차> 재밌어요. 추천 감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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