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요생각] 커피 좀 사가려고요 기술 살고

일한다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는 왜 '유미의 세포들'을 눌러버렸을까?
365회차를 넘어 계속 연재 중인데도 눌러본 건, 초반 연재분을 예전에 봤기 때문에 내가 안본 회부터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바비가 그렇게 스윗하다는데, 내 기억에 없는 걸로 봐선 바비가 나오기 전까지 본 것 같다. 그러나 아뿔싸! 첫회를 눌렀는데, 봤던 건데도 넘나 재밌고, 너무 예전에 봐서 앞부분 내용이 다 기억나지도 않았다. 끊을 수가 없어 1회부터 계속 달려, 이틀이 순삭되고 끝까지 다 봤다. 내 이럴 줄 알았지....ㅠ.ㅠ

오늘 할 얘기는 이게 아니고, '유미의 세포들' 중에 유미가 지각할 때 쓰는 기술이 나온다. 지각했을 때 우리가 흔히 쓰는 변명으로 차가 막혔다거나 발을 삐었다거나 여러 기술을 쓰는데, 그 중 구차하지 않으면서도 약빨 잘 먹히는 기술이 '커피 좀 사가려고요' 기술이라고 한다. 약속 시간 다 돼서 전화를 해 커피 사가려는데 뭘로 사갈까 물으면, 기다리는 사람이 "커피 사느라 늦는구나." 납득하는데다, 유료 기술이라 반응도 좋다고 한다.
이 장면 보면서 "아! 그런 거구나!"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왜 그 많은 사람들이 약속시간 즈음 혹은 약속 시간 지나서 커피 전화를 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바보....-.-;;;
나는 살면서 이런 기술을 한번도 써본 적이 없다. 아니, 이런 기술이 있다는 것 자체를 몰랐다. 지각하면 가서 미안하다 하고 야단 맞으면 되지, 잔소리 듣기 싫어서 커피를 사갈 수가 있다니!! 내가 커피를 사갈 때는 시간이 남아서(너무 일찍 왔거나), 혹은 진짜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다. 그러니 커피를 사와도 당연히 시간을 지킨다. 오히려 커피가 마시고 싶어도 약속시간이 촉박하면 그냥 간다. 커피보다 약속시간이 더 중요하니까. 
그래서 항상 이상하게 생각했다. 내가 커피를 사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커피는 만나서 같이 사러 가면 되는데 왜 굳이 지금 전화해서 커피 사간다고 하는 거지? 약속 시간 간당간당해서(혹은 지나서)? 그게 항상 이상했는데, 이제야 그게 지각 기술이라는 걸 알게 됐다. 하하하. 바보. -.-;;;;
이 만화를 보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다. 생각해보면 늦었다고 짜증을 내다가도 커피 사간다는 소리 들으면 나도 화가 누그러졌던 것 같다. 그러느라 늦는구나 납득했다. 긍까 이 기술은 나 같은 사람들 때문에 생긴 기술이잖아? 매번 거기 속으면서도 속고 있다는 자체를 몰랐네. 하하하. 

예전에 권여선의 소설을 읽다가 비행기에서 도서관 마크가 찍힌 책을 읽고 있는 옆자리 남자를 보면서 주인공이 "저 사람은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은 한번도 잃어버린 적이 없는 사람이구나." 추측하는 장면에서, 살짝 충격받았다. 나 역시 해외여행 갈 때 도서관 책들을 잔뜩 빌려서 가는 사람이고, 한번도 그걸 잃어버린 적이 없으며, 사실 여행이고 일상이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잃어버려 반납 못했던 적은 태어나 한번도 없었기에, 도서관 책을 들고 해외 나가는 것에 어떤 위화감도 느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소설의 그 구절을 읽을 때까지 단 한번도 그런(도서관 책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해외여행에 도서관 책은 가져나가지 않는다)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때도 뭔가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유미의 세포들의 커피 주문 기술은 말하자면 권여선의 도서대출스티커와 같은 충격이었다. 나에게는.



덧글

  • 해리 2019/03/07 07:34 # 삭제 답글

    이 기술을 나한테 쓰려한다면
    "빨리 튀아와랏. 어디서 커피는 와서 처묵"이라고..이단옆차기를.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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