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의 도시 가이드 읽고

도둑의 도시 가이드
제프 마노 지음
김주양 옮김
열림원

'도둑의 눈으로 건물을 탐구함으로써 도시를 안내하는 가이드북'이라는 컨셉이 신선해서 기대를 하고 읽었는데, 내가 기대했던 책이 아니었다. 나는 옥상 등의 도주로를 통해 도시를 새로 보게 된다거나 일반인이 보기엔 평범해 보여도 훔칠 매력이 있는 건물을 구분하는 법이라든가 하여튼 그런 침입자들의 시각을 종합하여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도시를 보게 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이 책은 '침입 범죄의 역사에 남을 도둑질들'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외벽에 세워진 커다란 합판은 터널을 만들어 침입하려는 범죄의 증거일 수 있고, 자물쇠 여는 도구(해정구) 중 브라의 와이어보다 더 좋은 것은 청소차에 달린 청소용 솔 한 가닥이라는 것, 중요한 물건을 지키려면 그 물건이 들어있는 방만큼이나 옆방의 보안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등의 재밌는 상식을 몇가지 알려주기는 한다. 그러나 대체로 유명했던 도둑(은행강도, 미술관털이범 등)들의 이야기와 그들을 잡거나 막으려 했던 경찰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조차 건축과 도시라는 컨셉에 맞춰 쓰느라 박진감도 없고 스릴도 없다. 
도둑들이야말로 건축가가 의도한 대로 건물을 쓰지 않는 사람이라는 매력적인 화두를 던져놓고, 그에 대한 해설은 지지부진한 책이다. 뉴욕에서 샌프란까지 미국을 종횡무진하며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영 내용은 만족스럽지가 않다.
그러니까 이 책은 흥미로운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으나, 실제 취재를 하고 글을 써보니 그 아이디어에 부합하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고, 그렇다고 중간에 그만둘 수도 없어 어거지로 아이디어에 끼워맞춘 글을 써서 낸 책 같다.
이 제목에 걸맞은 내용의 책이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

밑줄긋기
33 _ 도둑은 세계 곳곳의 건물과 도시에서 사람들의 집을 조용히 지켜보며 신호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그러나 누구에게도 고용된 적 없는 전문 이삿짐센터 직원들이다.
133 _ 여러분의 집이 막다른 골목의 맨 끝 집인가? 그렇다면 털릴 가능성이 낮다. 경찰이 도로 하나만 막으면 도둑을 쉽게 구석으로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길모퉁이 집인가? 안 좋은 소식이다. 모퉁이 집은 주변에 빠져나갈 경로가 여럿 있고, 집주인이 돌아오는지 혹은 경찰차가 순찰을 돌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야가 충분히 확보되기 때문에 빈집털이에 취약하다. 집이 주변 다른 집들보다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커다란 덤불과 값비싼 나무 들로 둘러싸여 있는가? 그렇다면 침입 절도 대상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풀이 무성한 주변 환경이 제공하는 프라이버시 덕에 그 집에 사는 사람은 밤중에도 가운 차림으로 한 손에 버번위스키 잔을 들고 돌아다닐 수 있지만, 같은 프라이버시가 도둑에게도 제공되기 때문이다.
213 _ 도둑의 출입구는 현관문이 아니라 그들이 직접 만들어내는 구멍이다.
233 _ 건물털이란 결국 시공간의 리듬ㅇ르 빼앗는 일이다.
310 _ 모든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범죄에 대한 위험을 동반한다.


덧글

  • 해리 2019/04/15 08:46 # 삭제 답글

    이제와 책을 바꾸겠다면 ...화를 내겠지.ㅋㅋㅋ
  • 이요 2019/04/15 10:00 #

    ㅜ.ㅜ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