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읽고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오찬호 | 동양북스

책 첫머리에 서민 교수가 추천사를 써놨다. 그는 오찬호가 쓴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와 <진격의 대학교>를 읽고 충격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오찬호가 이런 책을 썼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빌렸다. 그 '바로'가 책 나온지 3년 후라는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
아내의 출산을 보고 출산과 군대를 비교했다가 인터넷상에서 융단폭격을 맞은 이후 저자는 남녀차별에 눈 뜨게 되었고, 사회학자치고는 성평등에 대한 감수성이 무딘 편임에도 남자가 이런 시각 갖기 쉽지 않다는 이유로 페미니즘 저널에 글을 쓰고, 그 글들을 묶어 책을 냈다.
오찬호의 책답게 시원시원하고 쭉쭉 읽힌다. 여러 경험들과 강의 시간에 받은 피드백이 적절하게 나오는 것도 좋다. 다만 그간 한국이 여성혐오와 남녀차별에 대해 격변의 시간을 겪었고, 그래서 이제 이 정도는 상식이 됐다는 점, 여전히 다수의 남자들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지만 일단 나에게는 너무 기초적인 이야기라는 점. 이제는 이보다는 좀 더 이론적이거나 내가 모르는 이야기들을 읽어야할 때가 되었다 싶다.
그리고 앞의 1/3이 군대 얘기다. 아무리 좋은 뜻이라해도 군대 얘기를 이렇게 길게 하는 건 말로든 글로든 별로 재미없다. 한남의 거의 모든 문제가 거기서 비롯되기는 하지만.


밑줄긋기
55 _ 당연히 해결될 문제가 좀처럼 뿌리 뽑히지 않는 이유는 '명백한 잘못'을 주변에서 '용인'해주기 때문이다.
108 _ 코피노 발생 시기는 필리핀에 어학연수 붐이 일어나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 참으로 '특수한 상황'이 아닌가. 어학연수는 남자 여자 다 가는데, 왜 인간에 대한 예의를 넘는 짓거리는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이 하느냐 이 말이다. 그래서 ugly Kprean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하는데, 사실관계가 틀렸다. 앞으론 'Ugly Korean Male'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라이따이한의 책임을 물어야 할 이들과 정확히 한 세대 정도 차이가 난다. 아버지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은 아들답다.
157 _ 그런데 '원래' 조심해야 하는 것은 '훨씬' 조심하는 것이 맞다. 성추행은 '하지 않는 것'이 답이지, 과거만큼 못 한다고 무슨 '행동에 제약'이 있는 것처럼 이해해선 안된다.
195 _ 제가 관찰한 바로는 "뭐 이것저것 준비해보다가 안되면 아버지가 가게라도 차려준다고 했으니 걱정없다"라는 말을 여자가 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아니, '가게를 차려줄 형편을 가진 아버지'가 아들만 낳았을 리는 없는데 왜 그런 것일까요?
231 _ 즉 표현의 자유는 약자가 "나에게도 너와 같은 권리를 달라"고 말할 때 등장할 수 있는 근거이지, 강자가 "내 맘에 안드는 사람을 싫어할 권리가 있다"는 걸 합리화할 때 쓰이는 가치가 아니라는 말이다.
272 _ 재미있는 것은 '남동생 밥시간 -> 누나 출동'이라는 공식이 '여동생 밥시간 ->언니 출동'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남동생 밥시간 -> 형 출동'은 가뭄에 콩 나듯 희귀한 사례며, '여동생 밥시간 -> 오빠 출동'은 본 적이 없다. 물론 그 반대, '오빠 밥 시간 -> 여동생 출동'은 심심찮게 등장한다.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가 그 일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두려움의 발로라는 점을 생각할 때, 남동생 밥을 챙겨주는 누나의 행동은 여동생 밥을 챙겨주는 것보다 '하지 않았을 때의 후폭풍'이 더 크다는 것을 본인의 삶을 통해 이미 경험했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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