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할 걸 그랬어 읽고

진작 할 걸 그랬어
김소영 | 위즈덤하우스

당인리 책발전소가 없어진 이 마당에 이 책을 봤다. 나는 김소영 아나운서를 전혀 모른다. 그가 MBC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던 시절은 이미 망가진 MBC에 등을 돌리고도 몇년이나 지난 뒤였고, 뉴스나 드라마는 물론 MBC 라디오도 안듣던 시절이었으니 목소리조차 들을 일이 없었다. 오상진 아나운서가 결혼한다고 할 때에야 이름 석자를 인지했으며, 그들이 결혼 후 찍은 <신혼일기>를 채널 돌리다 몇분 정도 우연히 봤을 뿐이다. 
그럼에도 당인리책발전소가 우리동네에 있었기 때문에 동생을 따라 거기 들어가 책을 구경한 적도 있고, 오며가며 문을 열었나 안열었나 보기도 했다. 오상진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며 이 서점에서 잘 팔린 문유석의 <개인주의자 선언>이 교보에서 역주행을 해서 1위에 올라갔다는 걸 알게 됐다. 뭐든 유명세야, 독립서점도 셀럽이 해야 되는구나 하며 입맛이 썼다.
그렇게 오상진을 통해서만 그녀를 보던 나는 언젠가 'ize' 매거진에서 오상진의 렌즈로만 김소영을 보는 것이 온당한가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서점을 시작한 것도 김소영이고, 운영하는 것도 그녀인데 언제까지 오상진의 아내로만 자리매김해야 하느냐는 내용이 뜨끔하면서도, 나는 그녀를 모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그래서 도서관 서가에 이 책이 꽂혀있는 걸 보고 지나치지 못하고 집어온 것 같다.
책은 일본 서점 여행기와 당인리 책발전소 창업 및 운영기가 섞여 있다. 너무 츠타야 편향적이고 일본적이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건 그들이 일본을 다녀왔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처럼 나도 이 책을 읽으며 김소영 아나운서가 의외로 무뚝뚝하고 담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글이 그렇다. 감성적이거나 화려한 면이 전혀 없는데, 곱상한 외모를 보고 예단한 나의 편견도 문제였고, 사람 자체가 외모와 달리 강단있고 쿨한 성격인 것도 같다.
이미 서점 운영하는 사람들을 여럿 만나 고충도 듣고, 독립서점 운영기도 여러편 읽은 뒤라 대체로 알고 있는 내용이었는데, 동네마다 스타벅스나 편의점이 있는 것처럼 동네마다 서점이 들어서면 안될 이유가 뭐냐는 말은 기억에 남는다. 

밑줄긋기
206 _ 책장이 있는 곳이 서점이든 아니든, 책장은 그 책장에 책을 꽂은 사람과 그 책장에서 책을 꺼내 든 사람 간의 끊임없는 대화다.
212 _ 하바는 이러한 작업을 해내기 위해 가상의 인물을 설정한다고 한다. 그의 성격, 생활 습관, 직업, 하루의 일과 등을 상상하고 정리한다. 그가 좋아하고 관심을 가질 만한 것, 그에게 필요한 것과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생각한다. 그에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은 무엇일까? 단순하고 직관적인 관련성을 넘어서기 위해 끝없이 파고든다. (북 큐레이션)
296 _ 30여 년 동안 읽어온 문장들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다고 믿고 있다. 사람에게 잘 기대지 않는 성격인 내가 그럼에도 외롭지 않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절망하지 않았던 건 언제나 책이 곁에서 말을 걸어주고 이야기를 들려준 덕분이다. 책과 문장이 가진 힘을 사람들이 잊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


덧글

  • 해리 2019/05/14 13:43 # 삭제 답글

    나도 최근에 읽었는데, 의외로 무뚝뚝하고 담백하더라고. 정말. 근데 난 당인리 서점도 안가봤는데, 사라졌다뉘..ㅠㅠ
  • 룰루랄라나 2019/05/28 02:40 # 삭제 답글

    ㅎ전현무가 라디오할 때 고전소설을 재편집해 소개하고 연기하는 주말코너가 있었는데 그때 코너 고정 게스트였어요 mbc미니 팟캐스트에도 남아있는데 은근 인기 많았다는 저는 그때 팬이 되었어요.ㅋ 유명한 방탄 덕후팬이랍니다^^의외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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