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괴물 백과 읽고

한국 괴물 백과
곽재식 글
이강훈 그림
워크룸

이 책은 텀블벅에서 펀딩할 때부터 눈여겨 봤던 책이다. 한국 고전 문헌에 나타난 괴물을 다 모아 일러스트까지 그려서 나온 책이라 창작을 할 때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거라 여겨졌고, 디자인도 예뻐서 갖고 싶었다. 그런 한편으로 꽤 많은 괴물이 나오고 백과사전식이라 사놔도 안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어서 텀블벅 펀딩 기간을 놓쳤고 이 후에도 여러 오프라인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서 포스터를 준다든가 하는 행사를 하며 판촉했지만 내내 고민만 하고 지나쳤다. 그리고 아무런 굿즈도 안주는 이제야 샀다. 독서모임에서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거의 한달 내내 화장실에 갖다두고 시간 날 때마다 읽었는데 빨리 읽히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사전이니까. 게다가 읽다보니 이 작가가 문헌에 나온 내용뿐만 아니라 이런 괴물은 이렇게 상상해볼 수도 있겠다며 가이드라인을 자꾸 써놔서 읽는데 걸리적거렸다. '상상은 내가 할테니까 가이드라인 주지 말래?'로 짜증내며 읽었는데, 누군가는 그런 부분이 좋았다고도 하니 케바케다. 

수많은 괴물이 나오는데, 그 중 기억나는 것들 몇가지를 꼽자면 조선시대 박응순이 조상 무덤 쓰다가 그 안에서 봤다는 수염이 자라는 나무인형, 머리칼이 자라는 나무인형 (목노개생염, 목비개생발), 관에 누워서 날아다니는 한국판 좀비(압골마자), 썩은 시체인데 머리와 손이 까매서 흑수라고 불리는 좀비, 도마뱀에 상처를 내면 자꾸 자꾸 불어난다는 수일이점대, 아기를 통에 가두고 반쯤 죽인 뒤 목숨을 이을만큼만 음식을 주다가 칼로 어떤 몸부위를 찔러 끊으면 만들 수 있다는 염매, 귀에 대나무 잎사귀를 꽂은 이죽이병, 사람 얼굴 모양의 우박 천우인 등이 있다. 잉어가 불로 요리한 음식을 계속 먹으면 용이 된다는 소문도 있었다고 한다. 
내가 가장 매력적으로 생각했던 건 커다란 입이 쩍 벌어져 길을 가득 채우면서 그 중간에 푸른 옷을 입은 사람이 있는데, 실제로 조선시대에 그 사람이 신숙주를 따라다니며 보호했다고 한다. 영춘남굴이라고 땅 밑으로 들어가면 인간 세계와 비슷한 세계가 있다는데, 이에 대해서는 만화경처럼 작은 구멍이 있을 때 영상이 바뀌어 착시를 일으키는 현상이 아닌가 하는 해석이 붙어 있었다. 나는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의 세계가 바로 이것 아닌가 싶었다. 또 젊어 보이는데, 욕망을 조금이라도 느껴 흔들리면 그 순간 늙은 모습이 되는 춘천구(춘천 할머니)는 미드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에서 봤던 섹시한 가정부와 닮았다. 사실 <킹덤>도 좀비를 조선에 가져왔다고만 생각했지만, 실제 우리나라에도 좀비가 있을 줄은 몰랐다. 
이 외에도 삼국유사, 어우야담, 용재총화, 동국여지승람 등에서 찾아낸 여러 괴물들이 수록되어 있다. 신기하고 놀라운 것도 많았고, 익히 알고 있는 건데 이렇게 분류해도 되나 갸우뚱하게 되는 것도 있었다. 난 사실 이 책은 일러스트가 다 했다고 본다. 귀엽거나 엽기적인 일러스트가 정작 문헌에 설명된 것보다 훨씬 더 기억에 남는다. 그 괴물을 찾으려면 이름을 알아야(이름의 가나다 순으로 실려있음)하는데, 이름은 기억 안나고 그림만 기억난다.

밑줄긋기
109 _ 기록을 조금 더 살펴보면 임효생 계열 소문은 원래 체인 레터(chain letter,행운의 편지) 형식이라 "이 편지 한벌을 베껴 전하면 자기 몸의 재앙을 면할 수 있고, 두 벌을 베껴 전하면 집안의 재앙을 면할 수 있고, 세 벌을 베껴 전하면 크게 평안함을 얻을 것이되, 전하지 않으면 피를 볼 것이다."라 나와 있었다 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은 체인 레터를 보르고 걸려든 당시의 순박한 사람들이 편지를 베껴 돌리다가 벌어진 일인 듯하다.
157 _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는 이 이야기가 '무당 호랑이 설화'로 소개되어 있기도 한데, 이야기의 핵심은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먹으려 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음악 소리를 듣자 흥을 참지 못해 춤을 추다가 실패한다는 것이다.
163 _ 조선 후기의 문헌인 [전어지]에서는 고래는 이따금 스스로 목숨을 끊는데, 이럴 때는 눈이 몸에서 빠진다며 죽은 고래의 눈이 명월주가 된다 했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고래는 그 눈이 밤에 달빛처럼 빛나는 구슬이나 달빛을 받으면 빛나는 구슬이 된다는 것이다.
191 _ 권근은 [동국사략론]에서 보라색 노루와 주표(붉은 표범)을 묶어 '자장주표'라 칭하며 그럴듯해 보이고 귀하고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의미하고 사람의 삶이나 나라에 현실적으로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쓸데없는 것으로 비판한다.
251 _ 이것을 만드는 방법은 쥐를 붙잡고 먹을 것을 주지 않고 가두면 결국 쥐들끼리 잡아먹기 시작하는데, 그렇게 살아남은 쥐에게 비슷한 방식으로 계속 쥐만 잡아먹게 하면 결국 자신이 쥐임에도 다른 쥐를 잘 잡는다. 조선 후기에 같은 동족으로서 다른 동족을 못살게 구는 사람, 같은 부류로 비슷한 처지인 사람을 못살게 구는 사람을 '서묘 같은 사람'이라 욕했다 한다. 
363 _ 박 진사라는 사람이 박연폭포 연못가에서 피리를 불었는데 그것이 너무 멋져 용녀가 자기 남편을 죽이고 박 진사에게 왔다.
425 _ 고려시대에 한종유가 장난삼아 이것을 흉내 내 무당들이 제사를 지내는 자리에서 죽은 사람을 부르는 곡을 하면 여기 있다며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제사음식을 쓸어갔다 한다.
579 _ [삼국유사]의 이 이야기 속 저승은 관청에서 업무를 보는 것 같은 모습으로, 특별한 판단에 따라 죽은 사람을 되살아나게 해주고 비슷한 시기에 죽은 사람들끼리 살아생전의 모습과 비슷한 모습으로 만날 수도 있는 세상이다.
629 _ "용이 되는 것도 축생이 되는 것이니 업보가 좋지 않은 것 아닙니까""하고 물었는데 임금은 "어차피 나는 임금으로 살았고 삼국을 통일하기까지 했으니 이제 세상의 영화에는 관심이 없다. 축생이 되어도 내 뜻에 합당하다."라고 대답한다. (문무왕 멋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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