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본 것들 베스트 (드라마, 영화, 연극, 전시) 보고

연말결산은 사실 내가 보려고 기록용으로 하는 것인데, 올해는 모든 책과 영화와 드라마의 한줄평을 쓰기가 후달려서 한꺼번에 베스트로 퉁쳐본다.

올해의 드라마 Best2
 
올해 연말에 유일하게 베스트가 딱 떠올랐던 건 드라마 분야 뿐이다. <눈이 부시게><동백꽃 필 무렵>은 보고 나서 '내 인생의 드라마'이며 '올해의 드라마'라고 의심없이 확정된 작품들이었다. <눈이 부시게>는 마치 타임슬립물처럼 시작했다가 치매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되어 얼얼했고, 그걸 알게 되면서 사람이 늙는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이 무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 드라마였다. <동백꽃 필 무렵>은 '우묵배미의 사랑' 같은 옛날 드라마인가 했다가 소외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만든 드라마라는 걸 알게 됐다. 두 드라마는 참 닮았는데, 매회 사람을 울렸다는 것, 어떤 회는 실신지경으로 울렸다는 것, 포장지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달랐다는 것, 결국엔 엄마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 등이 닮았다. 김혜자 님이 상받으러 나와서 했던 <눈이 부시게>의 대사와 동백이가 마지막에 했던 나레이션을 적어놓는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의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내 인생은 모래밭 위 사과나무 같았다. 
파도는 쉬지도 않고 달려드는데, 발밑에 움켜쥘 흙도, 팔을 뻗어 기댈 나무 한 그루가 없었다. 
이제 내 옆에 사람들이 돋아나고, 그들과 뿌리를 섞었을 뿐인데 이토록 발밑이 단단해지다니. 
이제야 곁에서 항상 꿈틀댔을 바닷바람, 모래알, 그리고 눈물나게 예쁜 하늘이 보였다.


그 외에 <www 검색어를 입력하세요>를 베스트3에 꼽겠다. 강한 여자들의 일하는 이야기. 그것만으로도 충분한데, 대사는 어쩜 그렇게 멋지고, 캐릭터는 어쩜 그렇게 좋은지. 워맨스 역시 브로맨스 못지 않다는 걸 보여준 작품이다. 뒤늦게 본 <붉은 달 푸른 해>는 어두운 이야기였지만 웰메이드 수작이었고, <아름다운 세상> 역시 비극적인 이야기에 전개가 좀 답답한 면이 있었지만 보기 드물게 착한 부모가 나와서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고 잘 봤다.<스카이캐슬>은 마지막회에서 영 삐긋했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딱 절반으로 축소시켰으면 명작될뻔 했다. <봄밤><지정생존자>도 끝까지 잘 봤다.  
외국드라마로는 영드 <보디가드><리버> 좋았고, 미드 <믿을 수 없는 이야기>도 좋았다. 다들 여자가 서사를 끌고 가는 드라마들이었다.



올해의 영화 best2
 
올해 영화를 평소의 절반인 57편 밖에 보지 못했다.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이렇게 뭐가 없을 줄이야.... <극한직업>은 보는 내내 웃었고, 상큼하게 나왔기 때문에 올해 이견없이 제일 재밌게 본 영화다. 이때부턴 난 이하늬의 팬이 되었지. <더 페이버릿>은 강력하면서도 섬세한 이야기로 오래 기억에 남는 작품인데, 다만 엔딩이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올해 나는 노아 바움벡을 만난 해로 기억한다. 물론 이전에 <위아영>이 넘나리 재밌었지만, 올해에는 <마이어로위츠 이야기>와 <결혼이야기> 두 편이나 보면서 그의 이름을 확실히 머리에 새겼다. 나에게 best3는 <마이어로위츠 이야기>다. 자식과 아버지가 얽힌 콩가루 집안 이야기는 어쩔 수 없이 나의 심금을 건드린다. 
그 외에 <겨울왕국2> <그린북> <미성년> <사바하> <4등> 좋았다.
사실 올해 <기생충>을 빼놓고는 이야기가 안되는 한해였으나, 마케팅이 너무 거대해서 영화 자체에 대한 나의 평이 마케팅에 휩쓸린 느낌이다. 분명히 재밌게 봤는데, 그렇게까지 찬탄할 작품인가 갸우뚱거려진다. SNS를 비롯 주변에서 너무 찬탄하니까 오히려 나는 흥미를 잃는 느낌. 올해 나에게 이런 영화들로 <결혼이야기><가장 보통의 연애>가 있다. <기생충>까지 셋 다 재밌게 봤는데, 흥행이 잘 되고 주변에서 너무 찬탄하니까 오히려 평가가 박해진 작품들이다.  


올해의 연극 best2
 
올해 본 연극이 딱 이렇게 두 편 뿐인데, 둘 다 괜찮았다. <레드>는 예술의 전당에서 마크 로스코전 할 때부터 보고 싶었던 건데, 올해 겨우 보게 되었고, <미인도 위작 논란..>도 이 제목 듣는 순간 보고 싶었던 작품이다. <레드>에는 뭐랄까 꼰대같고 아저씨 같고 남성 위주의 시선이 있어 불편했지만 참아줄만 했고, <미인도..>는 천경자 위작 논란을 강기훈 유서대필과 엮느라(그 콘셉트 자체는 좋았다) 뒷부분이 너무 비극으로 치달아 좀 그랬지만, 둘 다 내가 궁금하던 미술에 관한 이야기라 좋았다.
이 작품들에 넷플릭스의 <벨벳 버즈소>까지 합해서 상반기 나의 관심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잘 보여줬다. 나의 연극 메이트인 동생에게 감사.^^


올해의 전시 best2
 
봄에 했던 <커피사회>는 구 서울역사에서 했는데, 초반에 가보고 넘나 재밌어서 나중에 모임 사람들 다 끌고 한번 더 보러 갔다. 경성시대 카페, 70~80년대 다방커피 등등 커피와 사회사의 면면을 잘 엮어서 재밌는 작품도 많았고, 흥미로웠다. 전시장에서 커피 공짜로 받아 마신 것도 좋았고, 거기서 원두를 구입하기도 했다. 여기 참가했던 프릳츠가 나중에 회사 들어가보니 바로 옆에 있어서 운명인가 싶기도. ㅎㅎ <I draw전>은 D뮤지엄에서 했는데, 이전에도 엄유정을 알고 있었지만 이 전시부터 확 좋아하게 되었다. 이후 삼성병원의 아이슬란드 그림 전시도 보게 되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작품이 많았고, 예쁜 그림도 많아서 재밌게 봤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계속 그림 그릴 줄 알았지, 이렇게 놓게 될 줄 몰랐지. ㅠ.ㅠ  

올해는 특히 독립출판물 전시에 자주 갔다. 독립출판 하시는 남친을 두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혹은 겸사겸사 가보게 되었는데, 작년부터 계속 가다 보니 이 놈이 저 놈이고, 여기서 봤던 작품 저기서 보고. 그렇게 되었다. 내 일생의 독립출판 전시는 다 본 것 같다. 그 외에 서울시립에서 했던 <데이비드 호크니전> 갔는데 좋았지만(특히 그랜드캐년 그림) 역시 마케팅에 휩쓸린 기분이 들었다. 그 외에 친구들을 그린 <윤석남전> 좋았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영월  창령사터 오백나한>전과 <근대서화>전 좋았다.

헥헥, 이상 2019년도에 본 드라마, 영화, 연극, 전시 베스트를 뽑아봤다.


덧글

  • 주은 2020/01/02 00:52 # 삭제 답글

    눈이부시게 명대사는 다시봐도 울컥하네용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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