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편집장 읽고

굿바이, 편집장
고경태 | 한겨레출판

<유혹하는 에디터>는 내가 재밌게 읽었고, 9년 간의 창의적 글쓰기 강의 때 매번 추천했던 책이다. 한겨레21 고경태 편집기자가 자신이 만든 한겨레21 표지들을 예로 들며 헤드라인을 뽑는 과정들이 잘 설명되어 있는 일종의 글쓰기 책이다. 나온지 오래되어 절판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십수년 흘러 이제 <굿바이, 편집장>이라는 책이 나왔다. <유혹하는 에디터>와 비슷한 글쓰기 책이 아닐까 했는데, 편집장으로 일했던 시간들에 대한 회고담이었다. 굳이 글쓰기에 참고하려면 할 수는 있지만, 하여튼 글쓰기 책은 아니다.

나는 재밌게 읽었다. 왜냐하면 나는 한겨레 조직에 5년 간 몸담고 일했던 사람이고, 그 뒤로도 프리랜서로, 강사로 한겨레와 인연을 맺어왔기 때문이다. 여기 나오는 오귀환, 서형수 다 저의 사장님들이었고요, 고엽제전우회 할아버지들이 돌 던져서 창문 깰 때 정전된 사무실에서 벌벌 떨었고요, 결정적으로 고경태 기자가 주말판 만든다고 창의적 글쓰기 강의 그만두었을 때 후임으로 그 강의받은 사람이 나다. 안 재밌을 수가 없다. 480만원짜리 자서전 강의 만들었을 때 매주 한겨레 강의하러 가서 "근데 자서전 강의, 사람은 좀 모여요?"를 물었던 사람이 나다. ㅋㅋㅋ 한겨레21과 씨네21에 대한 애정, 싫어도 읽었던 한겨레신문에 대한 추억들이 있기에 즐겁게 읽었다. 
근데 한겨레에서 일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과연 재밌게 읽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기엔 너무 중언부언이 많고, 아재들의 왕년담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토록 참신했던 고경태까지 이런 나이가 되었나...세월 앞에 장사없군 싶다. 
최순실 특종이 한겨레에서 시작되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제돌이가 제주 바다로 돌아간 게 한겨레 토요판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몰랐다. (제돌이가 한번에 26Km 헤엄쳐갔다는 장면 읽고 울컥했네) 윤태호의 인천상륙작전과 문유석의 미스 함무라비가 한겨레 연재로 시작되었다는 것도 몰랐다. 쾌도난담이 나꼼수를 탄생시켰다는 해석도, 한번도 그렇게 생각해보지 않아 색다른 해석이었다.

어머님이 <유혹하는 에디터> 잘 읽었다고 하시면서 너무 어렵더라고 했다던데, 이번 책은 더 어렵다고 하지 않을까? 신문사 편집국의 위계를 모르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편집국장, 편집장, 편집부장, 편집부국장, 제작국장, 출판편집국장이 다 똑같은 말이니 누가 선배고 누가 사수고 이런 거 몰라서 좀 재미없는 부분이 있었다. 뒤에 가면 한겨레의 편집장 둘과 외부 매체 편집장 둘의 인터뷰가 나오는데, 이충걸 편 읽으면서 20년 동안 편집장이 똑같은 사람이라면 그건 너무 독식이 아닌가 싶기도 했고, 김도훈(허프포스트 편집장)이 한겨레에 대해 장점으로 '인간적인 조직이다', 단점으로 '너무 인간적이기만 한 조직이다' 하는데, 푸하하 웃으면서 100퍼센트 공감했다. 맞다, 한겨레는 너무 인간적이다.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밑줄긋기
21 _ "권력을 잡는다는 건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한 번 누려보겠다'와 '한 번 바꿔보겠다'." (정두언)
87 _ 변화는 어색함에서 출발하는 법이다. 어색함을 견디고 포용하는 열린 자세가 혁신을 부른다.
130 _ 소설가 김훈은 소방관을 제대로 묘사하기 위해 소방전문지를 탐독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중략) 전문지는 한 분야를 가장 깊고 넓게 꼼꼼히 보여주는 매체다. 
139 _ 우리가 공부하는 것은 핵심을 요약하고 추출할 수 있는 추상력을 키우기 위한 것입니다. 추상력과 나란히 상상력을 키워야 합니다. 작은 것, 사소한 문제 속에 담겨 있는 엄청난 의미를 읽어내는 것이 상상력입니다. (신영복 '담론' 중)
268 _ 언론에게 비극은 상품이다. 무게감 있는 특종기사들을 유심히 관찰해보라. 누군가의 죽음, 또는 아픈 사연들이다.
310 _ 망하는 경험도 소중한 자산이라고 한다. 나는 망해서 무엇을 배웠는가. 망하지 말아야겠다는 걸 배웠다. 망하면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배웠다.
422 _ 기자 혹은 편집자로 살아가는 게 재밌다면, 이 일이 창의적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피곤하다면, 역시 이 일이 창의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관행과의 싸움이다. 과거의 방식을 의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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