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터지는 우리 설화 생각하고

요즘 회사에서 하루종일 읽는 글이 우리나라 전통 설화와 지명 유래에 관한 글이다.
읽다보면 속터지는 이야기가 한두개가 아닌데, 반복적으로 나오는 서사가 있다. 그걸 읽다보면 한남들이 이럴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여자들의 수난사는 시간도 공간도 제약없이 그냥 옛날부터 지금까지, 온 세계가 온 시대가 다 똑같구나 싶다.

가장 흔한 사례로 장자못 전설이 있다. 인색하고 고약하기 이를데 없는 시아버지가 시주 온 노승에게 쌀대신 똥을 한바가지 부어준다. 그걸 본 며느리는 노승을 쫓아나가 시아버지 대신 사과하고 쌀을 시주한다. 그러면 노승이 고마워서 답례로 홍수가 날 것이니 피하라고 알려준다. 그때 뒤에서 어떤 소리가 나도 뒤돌아보지 말고 가라고 주의를 주는데, 결국 뒤를 돌아봐서 바위가 되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 중에 비가 내리자, 장독대 뚜껑을 안덮어놓고 나온 게 걱정돼서 뒤를 돌아본 며느리가 있었다. 그 이야기를 읽다가 내 가슴을 쳤다. "아이구..그 놈의 장독 뚜껑이 뭐라고, 니가 왜 그걸 걱정하니? 왜?" 으으으...
이 이야기는 고약한 시아버지 대신 며느리가 사과하고 미안해 하는 것도 열받지만, 그렇게 고마워했으면 끝까지 구해주지 왜 뒤돌아봐서 돌을 만드는지 참 고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체 그 며느리가 뭘 잘못했다고!!

그 다음, 하룻밤 정을 통하고 임신하여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장성하여 아버지를 찾아가는 류의 이야기가 있는데, 대개의 건국신화며 시조신화가 다 이런 류다. 일단 모르는 남자와 하룻밤 정을 통한다는 것 자체가 강간인데, 그 중 가장 끔찍했던 것은 부모와 형제가 외출하고 없는 집에 남은 어린 소녀를 스님이 범하는 경우였다. 시주하려고 쌀을 부어주다 쌀이 마당에 흩어지는데, 그걸 쓸어담아주니까 시주하는 쌀을 이렇게 더럽게 해서 담으면 되겠냐며 젓가락으로 한알 한알 주워 넣으면서 날이 저물기를 기다리는 찌질한 새끼가 결국 소녀를 강간한다. 지렁이나 용이나 뱀이나 하여간 파충류들이 사람으로 변신하여 범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시조신화) 보통은 과거보러 가는 나그네가 하룻밤 묵어가는 이야기가 제일 많다. 이 ㅅㄲ들은 예외 없이 하룻밤 묵고 바로 다음날 길을 떠난다. 책임감도 없는 ㅅㄲ들. 
그때부터 태기가 있어 열달 뒤에 여자는 아이를 낳는다. 이건 양호한 경우에 속하고, 어떤 집안은 딸이나 여동생이 임신한 걸 알면 그 집안 남자들이 가만두지 않는다. 보통 죽이려하는데, 엄마가 그걸 말려서 겨우 석관행으로 타협을 보기도 한다. 석관행이란 돌관에 가둬놓고 뚜껑을 덮고 1년 뒤에도 살아있으면 살리는 거고, 죽으면 죽는 식이다. 미혼모에 독박육아도 서러운데, 돌무덤에 가두다니...진짜 욕나온다. 이렇게 고난신난 끝에 낳아 키운 아들이 열다섯만 되면 예외없이 아버지를 찾아 떠난다. 내 아버지는 누구냐 묻고, 그러면 첫날밤에 받았던 콩이나 씨앗이나 거울이나 여튼 뭔가 증표가 되는 걸 내놓고, 그걸 심으면 재크와 콩나무처럼 아버지(이 경우 아버지는 대체로 신)가 있는 곳까지 자라나서 그걸 타고 올라가면 아버지와 만난다. 근데 이 아버지 그냥 만나주는 법이 없다. 니가 내 아들인 걸 증명하라 하고, 그걸 증명해야 아들로서 인정받는다.
이런 설화가 나오면 읽다가 내 입에서 절로 "여자가 또 열달 뒤에 아들낳겠지. 낳으면 열다섯살이 되서 아버지 찾아가겠지."소리가 절로 나온다. 하룻밤 싸질러 놓으면 열다섯 되어 늠름하게 자란 아들이 아버지 하면서 찾아오니 세상 참 쉽게 산다. 하아.... 이런 것들이 고조선, 고구려 등등 옛 우리나라를 만들었으니 한남들이 그럴 수밖에...싶다.

아버지들만 문제냐? 남동생이나 오빠도 장난 없다. 장자못 전설만큼 흔한 것이 오누이 내기 전설이다.
명당자리에 묘를 쓰는 과정에서 아버지가 실수를 한다. 그래서 아들 대신 딸이 그 기운을 받고 태어난다. 아들도 기운을 받긴 하는데 좀 약하다. 그래도 아들은 자기가 힘이 쎄다고 기고만장. 날뛰다가 그 꼴을 보다 못한 누나 혹은 여동생이 남장을 하고 가서 이긴 후, 세상에 니가 최고가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 그리고 나중에 실은 이긴 사람이 나였다고 알려주는데, 그러면 야코가 죽는 남동생도 있지만, 약이 올라서 누나와 다시 내기를 하자는 놈이 더 많다. 이렇게 하는 내기는 대체로 아들은 성을 쌓거나 산을 뛰는 것이고, 딸은 베를 짜는 것이다. 딸이 더 일찍 베를 짜지만 남동생의 기를 죽이기 싫어 완성하지 않고 있다가 동생이 오면 졌다고 한다. 그러면 내기에 진(실은 져준) 누나를 죽여버린다!! 와...나 진짜 뚜껑 확 열리네. 여튼 이런 비운의 동생은 대체로 비극으로 끝나는데, 내가 보기엔 누나한테 그따위로 했으니 죽어 마땅하다 싶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가 누나보다 일찍 태어나기만 했어도, 명당자리만 타고 났어도 영웅이 되었을 거라고 아쉬워한다. 아오... 그렇게 타고 났으면 또 아기장수라고 죽였을 거면서!

그리고 제주도에서 내려오는 각종 할망들의 설화가 있는데, 대체로 '00본풀이'라고 전해내려온다. 이 이야기들의 주인공들은 진짜 구박구박 말도 못하고 온갖 설움과 학대를 당하는데도, 착하게 살다가 비극적으로 죽거나 부모를 공양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지켜줄 줄 알았던 남자가 겁탈하려 하자 죽이거나 수년을 기다려 낭군님이 왔길래 장난 좀 쳤기로서니 남자가 팩하고 토라져 하늘로 가버리거나 부모 살리는 약 구하려고 원치도 않는 결혼을 해서 아이까지 낳아준다. 운명이 그냥 너무 가혹하다. 그렇게 처참하게 죽거나 비극적으로 살았던 여자들이 그 갚음으로 저승에서 신이 된다. 부뚜막의 신인 조왕신이 조왕신이 된 이유는 물에 빠져죽었기 때문에 너무 추울 것 같아서 불이 있는 부뚜막으로 보낸 것이고(ㅠ.ㅠ) 돌함에 갇혀서 누구의 도움도 없이 아이 셋을 낳은 당금애기가 결국에 삼신할미가 되는 식. 이승에서의 삶이 너무 처참해서 신이 되어 그 원을 풀어주는 식. 너무 비참하게 살았던 귀신이 해코지를 할까봐 사람들이 신으로 추앙해준다는 설도 있다. 하아....

콘텐츠 정리하면서 어찌나 뒷골이 당기는지....이제 겨우 끝났는데, 이 속터지는 이야기를 어디에다가는 풀어야 할 것 같아 여기 써놓는다. 

P.S _ 바리데기, 당금애기, 자청비 대표적. 읽고 같이 울분을 토해봅시다!!

덧글

  • 우람이 2020/01/14 22:52 # 답글

    이미 이 요약본을 읽고 저혈압이 치료되어버려서 더 읽으면 고혈압이 될 것 같습니다.... 전 이 포스팅만 읽고 포기할래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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