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디자인 10000년전 (국립중앙박물관) 보고

핀란드 디자인전이라길래 엄청 기대를 하고 들어갔다가 당황했던 전시다. 그렇지, 핀란드 디자인 100년전도 아니고 10년전도 아니고 10000년전일 때는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예상했어야 했다. 지금 전세계를 사로잡고 있는 핀란드 디자인이 갑자기 태어난 게 아니라 1만년 전 선사시대부터 그 지역에 맞춰 살려다 보니 이렇게 발전했다는 걸 보여주는 전시다. 각 선사시대나 고대에 우리나라에서 만든 유물들도 슬쩍 끼어들어서 같이 전시되어 있어, 디자인이라는 게 사실은 이렇게 보편적이라는 걸 주장하는 전시이기도 하다.
그 뜻도 알겠고, 전시기획자의 의도도 알겠다만, 일단 나는 최근의 핀란드 디자인을 보러 들어갔기에 최근 물건이 거의 없어 당황스러운데다, 각 코너마다 전시공간도 협소해서 사람이 많을 때는 거의 둘러볼 수가 없다. 번호를 보고 설명을 맞춰봐야 알 수 있는데, 5~6가지 물건을 한꺼번에 모아놓으니 그 앞에 사람이 2~3명만 있어도 거의 볼 수가 없다. 영 불편하고 별로였다.
각 코너별로 A3 사이즈의 텍스트 빽빽한 설명문이 꽂혀 있어 그걸 다 모아서 나오면 전시도록이 되는 구성인데, 들어갈 때 파일도 주고 나름 머리 쓰긴 했다만, 이럴 거면 그냥 책을 내지 왜 전시를 했나 싶다. 요즘 전시들은 텍스트 너무 많고 인문학적이라 골치 아프다. 진짜 공부하면서 봐야된다. 머리 식히러 전시 보러 갔다간 낭패스럽다.
들어가는 입구 아주 아름다움. 왜 '1만년'인지 생각했었어야 했다.
그냥 봐도 뭔가 있어뵌다 싶어 찍어왔는데, 집에 와서 설명문을 읽어보니 자작나무로 만든 그릇이라고 한다.
자작나무 껍질이 저렇게 생겼다능. 뭔가 동물 가죽 같기도 하고. 
(이래서 내가 천마도를 동물가죽에 그렸다고 헛소리를 했나 싶기도)
이런 디자인 가구들을 잔뜩 볼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유리병 위에 씌워진 이 나무도 자작나무 껍질이란다. 옛날 물건인제 최신 디자인이라고 해도 믿겠다.
오른편 물병은 최근 디자인. (그래도 1953년 꺼) 
이런 식으로 연관성이 있는 과거 디자인과 요즘 디자인을 나란히 놓은 코너들도 있었고, 
이렇게 핀란드 디자인과 우리나라 디자인을 나란히 놓은 코너도 있었다.
정말 흡사하지 않은가? 물론 내 눈에는 우리나라 허리장식이 훨씬 이쁘다.
이런 코너가 곳곳에 있어 전시기획자의 야심을 한눈에 읽어냈는데
(그래서 당근 국립중앙박물관의 컨셉이라고 생각했는데)
전시 컨셉은 플로렌시아 콜롬보와 빌레 코코넨(회사 이름인듯)이 고안했고, 
그걸 한국에 맞춰 재구성한 전시란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니.............다리미!
너무 놀랍지 않은가? 이게 다리미라니...생각도 못했다.
저 판에 새겨진 글자와 도형들이 주술적인 의미를 띠고 있단다.
그렇다면 오른쪽 길쭉한 저것은 무엇일까요? .................... 사다리란다.
사다리라는 설명을 읽고 보니 과연 그러했다. ㅎㅎㅎ 어쩜 이렇게 다른지.
내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이 물건들인데 역시나 다들 자작나무 껍질로 엮은 것들이다.
아래 큰 건 통발.
신발과 백팩은 너무 예뻐서 클로즈업으로 한번 더 찍었다. 
1870년대까지도 핀란드인들이 일상적으로 신던 신발이란다.
하긴 우리도 그때까지 짚신을 일상적으로 신었지...
이건 그릇인데, 최신의 기술로 친환경적으로 만든 거라고. 
감자녹말에 갈잎, 밀짚 같은 걸 섞어서 만든 거라고 한다.
  마리메꼬 디자인인듯
보관함 뚜껑. 예쁘다.
이 아래 우리나라 가야시대인지 신라시대인지 유물을 갖다놨는데, 비슷하고 그럴싸했다.
다 옛날 신들인데, 요즘 런웨이에서 신고 걸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
그리고 대체 이 멋없는 물건은 무엇인고 했더니, 핵폐기물을 담는 통이라고 한다. 
설명 보고 뭔가 숙연해졌다. 진짜 디자인이 필요한 일이란 이런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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